길어서 댓글보다는 별도의 답장으로 적어 봅니다.
첫 번째 얘기. 제가 아주 어렸을 때 한강변 근처에 살았습니다. 가을 어느 날 운동 겸 산책을 하러 갔었지요. 지금으로 말하자면 한강변 고수부지 즉 한강공원입니다. 산책을 하는 도중이었는지 아니면 운동을 다하고 나서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지금 기억으로서는 알 길이 없지요.
어느 순간 남루한 옷차림을 한 나그네가 제 눈에 담기고 기지개를 켜고 세수를 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손바가지에 한 모금 두 모금 마시더군요. 그것도 모자랐는지 마른 신체를 大자로 엎드려 강물을 축이는 모습이란. 이 모든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하고 나서 저벅저벅 나에게 다가오는데…….
두 번째 얘기. 서울 시내 길거리에서 오다가다 만났습니다. 그때 만났던 사람은 사십 고비의 중년 사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인생의 중대사에서 한 참 방황할 때였습니다. 몇 날 몇 일 생활을 같이 하며 대화를 나누어 보니 그의 인생 우여곡절은 필설로 다 할 수가 없더군요. 제가 그때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조금 배웠다 하면 너무 건방진 얘기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약해서 한 줄 결론입니다. 인생은 다양하고 내가 아무리 안타까워한다 할지라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강변의 모래알보다도 많구나를, 어느 인생이든지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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