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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장편소설] 양주에서 보낸 칠 년(2화)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4-01-08 19:51:32
추천수 4
조회수   593

제목

[아마추어 장편소설] 양주에서 보낸 칠 년(2화)

글쓴이

박준석 [가입일자 : 2012-04-17]
내용
그의 얼굴은 말끔했다. 이성형, 내 하나뿐인 지기. 내가 사모하는 소년. 나와 많이 다른 그. 키는 나보다 훨씬 작았지만, 작은 키는 결코 아니었다. 그는 나에게 질려 연락을 끊은 후, 첫 시작에 발을 디뎠다. 너무나도 일용지간한 세월의 풍파에 그 역시 나이 들어보였다. “잘 지냈냐?”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세속, 우리는 사회, 이 전쟁터 같은 역사성 속에서 산다. 이 시간을 실증하는 수레바퀴에 짓눌려 나이는 들어가고, 들어가고, 들어간다. 오로지 고통 속에서, 세속이 남긴 상처들로 이루어진.

“음악 프로듀싱 작업은 잘 되어가지?”

나는 그에게 항상 그보다 내가 더 멋있는 남자이길 원했다. 하지만 난 그릇이 작았다. 진정 멋진 건 그였으니. 그는 음대도 아닌 어느 서울 구석의 음악과를 전전하다가 때려 쳤다. 그리고 부모님이 모아둔 알짜배기 재산을 강남의 작은 오피스텔로 변화시켰다. 거기에 음악장비를 사다놓았다. 정말로 나 같은 사람한테는 꿈만 같은 일이다. 프로듀싱이라니! 내 어릴 적 꿈을 그는 프롤레타리아 집안임에도 당차게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가사 못 써준 것 미안해. 당시 나 우울증 심했잖아.”

그는 미소를 짓는다. 어쨌든 우리는 친구니까. 화해의 시간은 도래하는 법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해후에서부터 이미 한 차원 높은 우정의 비약을 경험한 것 같았다. 이 정경, 이 의정부 시내의 거리, 태양이 직사광선을 내뿜고 동시에 푸른 하늘과 신선한 공기는 그와 나 사이에 줄기찬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그러나 부러진 뼈가 굳으면 더 약해지듯이, 그와의 불화는 부러진 정도였다. 아니다, 난 그의 귀 얇은 독단적인 판단이 나를 얼간이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만일 이런 게 아니라면 그는 단지 기회주의자일 뿐이다. 쓸모없는 친구는 가지치기해서 잘라버리는. 그랬다. 그와 나는 인정하긴 싫지만, 사실 진정으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는 아니었던 것이다.



모든 것에 불안의 냄새가 난다. 개의 후각은 신묘해서 자기 앞의 인간이 불안을 느끼면 그 냄새를 맡고 자신에게 승기가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사람들은 시선으로, 시계로 내가 불안한 사람이라는 것을 포착한다. 왜 이렇게 됐지? 그래, 항상 나는 불안했지. 유년시절부터 난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이었어. 긍정적이면서도 불안, 불안이 항상 내 곁에 있었다. 그리고 기이하게도 불안함은 불길한 일들을 불러왔다. 당신이 뭔가 잃어버릴 것 같다고 생각하면 분명히 잃어버릴 것이다. 직관적인 사람들에게 이것은 철칙이다.



결국 인간에게 남은 게 무얼까? 불안을 제압할 수 있는 이성이다.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불안을 생성한다. 불안 안에는 걱정과 불길한 느낌, 공포 같은 생각하기도 싫은 감정들이 편재해있다. 당신은 선택해야 한다. 불안하기 위해 불안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불안하지 않기 위해 긍정으로 도약할 것인가? 그러나 본디 긍정적인 프레임은 자신의 지향성과 걸맞게 찾아오는 건 아니다. 이는 고뇌의 결산으로서 찾아온다. 이념의 싸움의 결과로서 찾아온다.



그리고 나, 성형이라는 관념에 대해, 그 고수머리 청년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나서, 진짜 잃어버리게 되었다. 예견하는 것이 반드시 현실로 된다는 건 참 무서운 일이다.

다시 말하자면, 불안은 예견에 대한 부차적인 감수성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불안함의 고통은 예견의 총명한 눈을 질식시킨다. 다시는, 중학교 시절 활기차게 성형이와 놀던 그 날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똑같은 사랑이 두 번 다시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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