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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 이야기 -6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4-01-07 22:24:33
추천수 5
조회수   2,251

제목

불효자 이야기 -6

글쓴이

차석주 [가입일자 : 2003-12-10]
내용
어제 저녁 82쿡도 그렇고 몇몇 댓글에 많이 불편했습니다.

오늘 하루 틈틈히 키보드 워리어 마냥 마구 두들겨 댔네요 ㅡ,.ㅡ;;



퇴근후 집컴에서 10년전 이곳 와싸다 자게에 올렸던 글을 올립니다.



등산,,,,,군생활 하면서 수요일이나 목요일 전투체련을 하게되면 많이 선택하는 종목입니다. 두어시간 힘들게 올라가 정상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올라오면서 힘들었던 기억은 다 뒤로하고, 마음은 날아갈듯 합니다.



집(군관사) 근처가 계룡산이어서 천황봉에 많이 올라가게 됩니다. 혼자 빨리 올라가면 45분정도 걸립니다. 어제는 4시간 정도 걸려서 올라갔습니다.

혼자 올라간것이 아니고 자폐증과 몇몇 질병을 같이 앓고 있는 둘째 아들놈과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이녀석 종아리 아래쪽의 뼈가 약하고, 무릅과 발목의 성장판이 제대로 역할을 못해, 종아리 아래가 조금 짧습니다. 커가면서 좀더 몸무게가 늘어나면 못 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녀석을 끌고, 천황봉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약한뼈를 대신할 강한 근육을 만들어 주는데는 등산만한 것이 없다고 하기에 독한 마음을 먹어습니다. 그동안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한시간 정도 걸을수 있는 체력은 만들었는데 내심 걱정 되었습니다.

좋은 길 놔두고 암용추쪽으로 올라가는 가장 험한 길을 택했습니다. 이유는 어차피 길이 좋아도 다리가 불편한 아들녀석에게는 차라리 줄 잡고 올라가는 편이 나을것 같아 이 길을 택했습니다. 사실 이 코스는 산 잘탄다는 군인들도 힘들어 합니다.



이녀석, 처음에는 어딜 가는지도 모른채 좋아라하며, 앞장 섭니다.

의기양양하게 앞장서서 걷다가 길이 험해지고, 여러번 넘어지게 되면서, 자꾸만 저를 쳐다봅니다.말은 할줄 모르고, 눈빛 만으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손만 털어주었습니다.

20대의 건장한 성인남자도 이코스에서는 숨을 헐떡거리며, 땀을 비오듯 쏟습니다.



아들녀석도 땀범벅 속에서 여러번 넘어지며, 줄을 붙잡고 올라갑니다.

처음에 몇번, 도움을 청하다 이제는 뒤도 안돌아보고 느리지만 아주 느리지만 천천히 올라갑니다. 뒤에서 묵묵히 바라보며, 저 역시 땀을 흘리며, 아니 눈물이 땀보다 많이 났지만,,,,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아들아! 세상은 도움받고 살아가기 보다는 천천히라도 혼자 살아가는 편이 나은 것이란다. 말을 못해도, 몸이 조금 아파도,,,,,



그렇게 4시간을 올라갔습니다. 올라가 정상에 섰습니다. 세상을 내려다 보는 눈이 아주 반짝입니다. 너무 대견해서 번쩍 안아들어주니 아들녀석은 탈진했는지 내 가슴에 제 얼굴을 기대 옵니다.

그렇게, 한 10분정도 있으니, 이제는 제법 바람이 차가워져서 내려 가기로 했습니다.



늘 발꿈치를 들고 걸어다니는 녀석이기에 내려오는것은 너무도 힘듭니다.여자들이 하이힐을 신고 내리막에서 힘들어 하는것을 보면 아실거에요

그리고, 날이 추워져서 빨리 내려 가야겠기에 아들을 들쳐 업었습니다.



이녀석 몸무게가 제법나갑니다. 이 몸무게를 그 약한 무릎과 발목으로 받쳐들고 올라온것을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납니다.



아들이 등에 있으니 아주 따뜻합니다. 그리고 땀냄새도 기분 좋습니다.

한참을 업고 내려오려니 이녀석 힘들었는지 금방 잠듭니다.



쉽지 않은 등산이었지만, 가장 기분좋은 등산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괜시리 웃다가 울다가 하는 내 자신이 우습기도 하고, 아들녀석이 대견 스럽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등산이었습니다.^^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이녀석이 15살이 되었습니다. 지금 안산의 장애인학교에서 손가락안에 드는 장난꾸러기로 잘크고 있습니다. 몸도 아주 건강합니다. 자폐는 여전하지만요^^;;



편한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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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강 2014-01-07 22:29:12
답글

참 무거운 인생을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기회되면 소주나 한잔 하고 싶네요 ~

조형래 2014-01-07 22:31:10
답글

조금 힘들다고 술 생각하고 있는 저가 부끄럽네요!잘 읽었습니다

권민수 2014-01-07 22:31:40
답글

멋지십니다. ㅜㅜ <br />

황준승 2014-01-07 22:32:37
답글

아, 눈물 납니다. 맥주 한잔 홀짝....<br />
5살짜리가 대견하네요. 함께 힘든 등산을 하고나서 안아주시니 아드님 맘에도 부정이 평생 남을 듯 합니다<br />
군인이신가 보네요

차석주 2014-01-07 22:36:04
답글

지금 제대해서 민간인입니다<br />
둘째 학교와 치료문제로....

이승현 2014-01-07 22:36:11
답글

아하...정말 소설을 읽는 기분이네요. 저도 아들에게 더 잘 해주어야 겠어요. 요새 아주 말 안듣는 6살이라서 제가 많이 혼내는데 말이죠.

서광철 2014-01-07 22:43:22
답글

얼마전 화제가 되었던 채현국 선생이 "쓴맛이 사는맛"이라고 했던 말씀이 떠오릅니다.<br />
소주 한잔 해야겠습니다.

lalenteur@hotmail.com 2014-01-07 22:45:12
답글

석주님이 아까 언급하신대로 담담하게 올리셔도, 아니면 뜸을 들이셔도 됩니다. 설사 안올리시면 어떻습니까. 누구도 뭐라고 할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석주님은 가만 보니 강하신 분입니다. 이렇게 담대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속내를 글로 풀어 낼 수 있는 분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습니까. 천천히 쉬엄쉬엄~~~ 그리고 무거운 마음 잠시 내려놓으시기를...

이수영 2014-01-07 22:50:25
답글

처음엔 애처롭게 아빠를 쳐다봤을 눈빛에 석주님께 뭐라 하고싶었습니다<br />
강하게 키우는것도좋지만 보통애들도힘든길을... 하면서요.<br />
<br />
좀 지나고나니 석준님이 더 힘들었겠다 싶으면서 그리 생각했던게 미안해지네요<br />
<br />
아드님도 알겁니다<br />
<br />
아빠가 얼마나 사랑을 하는지를... ㅎ

용정훈 2014-01-07 22:55:58
답글

감동적인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아드님의 앞날에 버거운 산이 있더라도 늘 장난꾸러기처럼 넘어서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김정우 2014-01-07 22:58:16
답글

<br />
엄마, 바다, 강, 하늘, 땅, 자식, 딸, 아들, 아빠...그리고 '사랑'. 우연인가요?<br />
'음(音)'을 만들어 내는 조합들 중, 입을 가장 크게 벌리는 모음이 'ㅏ'를 발음 할 때 입니다.<br />
삶 자체와 등치되는 최고선의 단어들이지요.<br />
<br />
아들과 아빠, 그리고 가족분들. 앞으로 더 많이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br />
<br />

notaflower@naver.com 2014-01-07 22:59:21
답글

무슨 말을 써야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전상국 2014-01-07 23:16:14
답글

늦은 시간에 하릴없이 와싸다 들락거리다가 가슴이 찡해집니다. 자고있는 아들녀석 얼굴한번 보고 왔습니다.

이상길 2014-01-07 23:34:33
답글

차석주님 글을 읽으니 제가 그동안 너무 편안한 삶을 살아왔으면서 너무나 모르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됩니다. 저 를 한번 더 돌아보는 시간을 주는거 같습니다.

melenchoolymen@hanmail.net 2014-01-07 23:58:10
답글

인생극장이네요 석주님 늘 건강하시고 햄복하시길 바랍니다....

윤석영 2014-01-08 01:12:04
답글

여러가지 일들이 갑자기 제 머리속에 나타났다가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사라진 것 같은<br />
기분 입니다..<br />
안산이면 어딘줄 알것 같습니다.<br />
하나 있는 딸내미에게 더 잘하고 싶네요.<br />
석주님 고맙습니다.,,,행복하시고요~<br />
<br />

nuni1004@hanmail.net 2014-01-08 02:44:48
답글

가족사 상담하는 내용중에 좋은내용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검색해서 한번 봐보시면<br />
<br />
도움이 되더라구요... 혹시나 아직 안보셨으면 추천드립니다.

강신구 2014-01-08 07:50:57
답글

한편의 영화같은 이야기네요.

성덕호 2014-01-08 08:19:41
답글

읽다가 가슴 찡해지고 먹먹해지고 ...

박용찬 2014-01-08 08:41:26
답글

아... ㅠ.ㅠ

한용현 2014-01-08 08:48:58
답글

45분 거리를 4시간이나?? 하고 읽기시작해선<br />
다 읽고나니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br />
정말 멋진아빠세요<br />
늘 행복하시길 빕니다. ^^

진성기 2014-01-08 09:10:25
답글

아버지라는 이름의 무거움이 전해져 오는 군요<br />

이숭우 2014-01-08 09:26:03
답글

잔이 넘치도록 주거니 받거니 통음에 젖어 가면서 같이 새벽을 맞이하고 싶어집니다. <br />

이승규 2014-01-08 09:52:23
답글

올리신 글들을 절대 지우지 마시길 바랍니다..<br />
<br />
저를 포함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 글이라 생각합니다..

harleycho8855@nate.com 2014-01-08 10:04:24
답글

가슴이 뭉클해지는군요<br />
차석주님의 심성이 느껴지며,<br />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김창훈 2014-01-08 10:21:22
답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오셨네요.<br />
제가 숙연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br />
멋진 인생 일구시길 기원합니다.

김준기 2014-01-08 11:07:26
답글

뭐 저도 앞에 여러분들이 느끼는 거 이상이구요 더 덧붙이지지는 않겠습니다<br />
그런데 참 인력이랄지 뭔가 알수없는 기운이랄지 차석주님도 그렇고 주변인들도 그렇고 다 범상치가 않네요<br />
다 그렇게 모이고 엮이게 되는가 봐요. 그렇게 보니까 저는 완전 반대쪽에 있네요<br />
청양촌놈이라는 친구분도 뭔가 내용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br />
아무튼 살아오신 내용만으로도 정신을 못차릴정도입니다

이숭우 2014-01-08 11:17:41
답글

쓰잘데 없는 개잡소리에 연연하지 말고,<br />
무소의 뿔처럼 오직 의연하시길 바랍니다.<br />
<br />
한줌도 안되는 것들이 함부로 가르치려 들고 나 잘났네 행세하는 세상입니다.<br />

전성일 2014-01-08 11:17:51
답글

참 공감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김창훈 2014-01-08 18:37:57
답글

아드님이 행복하고 굳세게 나아가기 빌겠습니다.

김철진 2014-01-08 21:28:03
답글

행복이란 무었인가?.... 감사합니다....

yhs253@naver.com 2014-01-10 17:49:26
답글

훌륭하십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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