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82쿡도 그렇고 몇몇 댓글에 많이 불편했습니다.
오늘 하루 틈틈히 키보드 워리어 마냥 마구 두들겨 댔네요 ㅡ,.ㅡ;;
퇴근후 집컴에서 10년전 이곳 와싸다 자게에 올렸던 글을 올립니다.
등산,,,,,군생활 하면서 수요일이나 목요일 전투체련을 하게되면 많이 선택하는 종목입니다. 두어시간 힘들게 올라가 정상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올라오면서 힘들었던 기억은 다 뒤로하고, 마음은 날아갈듯 합니다.
집(군관사) 근처가 계룡산이어서 천황봉에 많이 올라가게 됩니다. 혼자 빨리 올라가면 45분정도 걸립니다. 어제는 4시간 정도 걸려서 올라갔습니다.
혼자 올라간것이 아니고 자폐증과 몇몇 질병을 같이 앓고 있는 둘째 아들놈과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이녀석 종아리 아래쪽의 뼈가 약하고, 무릅과 발목의 성장판이 제대로 역할을 못해, 종아리 아래가 조금 짧습니다. 커가면서 좀더 몸무게가 늘어나면 못 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녀석을 끌고, 천황봉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약한뼈를 대신할 강한 근육을 만들어 주는데는 등산만한 것이 없다고 하기에 독한 마음을 먹어습니다. 그동안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한시간 정도 걸을수 있는 체력은 만들었는데 내심 걱정 되었습니다.
좋은 길 놔두고 암용추쪽으로 올라가는 가장 험한 길을 택했습니다. 이유는 어차피 길이 좋아도 다리가 불편한 아들녀석에게는 차라리 줄 잡고 올라가는 편이 나을것 같아 이 길을 택했습니다. 사실 이 코스는 산 잘탄다는 군인들도 힘들어 합니다.
이녀석, 처음에는 어딜 가는지도 모른채 좋아라하며, 앞장 섭니다.
의기양양하게 앞장서서 걷다가 길이 험해지고, 여러번 넘어지게 되면서, 자꾸만 저를 쳐다봅니다.말은 할줄 모르고, 눈빛 만으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손만 털어주었습니다.
20대의 건장한 성인남자도 이코스에서는 숨을 헐떡거리며, 땀을 비오듯 쏟습니다.
아들녀석도 땀범벅 속에서 여러번 넘어지며, 줄을 붙잡고 올라갑니다.
처음에 몇번, 도움을 청하다 이제는 뒤도 안돌아보고 느리지만 아주 느리지만 천천히 올라갑니다. 뒤에서 묵묵히 바라보며, 저 역시 땀을 흘리며, 아니 눈물이 땀보다 많이 났지만,,,,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아들아! 세상은 도움받고 살아가기 보다는 천천히라도 혼자 살아가는 편이 나은 것이란다. 말을 못해도, 몸이 조금 아파도,,,,,
그렇게 4시간을 올라갔습니다. 올라가 정상에 섰습니다. 세상을 내려다 보는 눈이 아주 반짝입니다. 너무 대견해서 번쩍 안아들어주니 아들녀석은 탈진했는지 내 가슴에 제 얼굴을 기대 옵니다.
그렇게, 한 10분정도 있으니, 이제는 제법 바람이 차가워져서 내려 가기로 했습니다.
늘 발꿈치를 들고 걸어다니는 녀석이기에 내려오는것은 너무도 힘듭니다.여자들이 하이힐을 신고 내리막에서 힘들어 하는것을 보면 아실거에요
그리고, 날이 추워져서 빨리 내려 가야겠기에 아들을 들쳐 업었습니다.
이녀석 몸무게가 제법나갑니다. 이 몸무게를 그 약한 무릎과 발목으로 받쳐들고 올라온것을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납니다.
아들이 등에 있으니 아주 따뜻합니다. 그리고 땀냄새도 기분 좋습니다.
한참을 업고 내려오려니 이녀석 힘들었는지 금방 잠듭니다.
쉽지 않은 등산이었지만, 가장 기분좋은 등산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괜시리 웃다가 울다가 하는 내 자신이 우습기도 하고, 아들녀석이 대견 스럽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등산이었습니다.^^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이녀석이 15살이 되었습니다. 지금 안산의 장애인학교에서 손가락안에 드는 장난꾸러기로 잘크고 있습니다. 몸도 아주 건강합니다. 자폐는 여전하지만요^^;;
편한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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