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바꿈질을 여러번 하다보니 하나의 패턴이 생겼다.
하나 사서 오래오래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가능한 흠없는 제품을 구입하려 한다는거다.
왜?
스피커는 소리도 기본이상은 해야지만, 외관이 깨끗해야 되팔기가 용이하다
스피커를 구입한다는건 음악감상이 목적이지만,
내 귀에 좋게 들리는 스피커를 찾으려면,
일단은 이것저것 최대한 많이 들어봐야 선별기준이 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스피커를 들어보기 위해,
들이고 내보내기를 반복하다보니, 금전적인 손실도 적잖이 있었지만,
수업료가 나간만큼 값진 경험도 쌓을수 있었다.
직거래를 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분들을 통해서 배운 것도 많다.
바꿈질이 진행되며, 100 종의 스피커를 들어보고 싶다는 것이 소망이었지만,
현재 70 여 종의 스피커를 들어본 상태에서 스톱하였다.
나름 명성있는 스피커들은 그 이름대로 기본이상은 하더라는걸 확인했고,
더이상 진행한다는건 피로감만 가중시킬뿐,
본연의 목적인 음악을 듣고자 했던 순수한 마음이 퇴색 되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최근 기기에 연연하지 않고 음악만을 들으니 참 좋다.
몆 년 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듯 마음이 편안하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중고거래를 하다보니,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았던지,
소리는 둘째치고 외관을 중요시하는 분들이 많더라는거다.
바꿈질 특성상 오래 머무르지않을걸 아는데다, 내보내고 들이는 회전율을 높이려는 거다.
일단 뭉게지거나 스크래치가 있으면 판매가 용이하지 않다.
오디오취미는 대체적으로 남자가 많다.
남자는 아무래도 이쁜걸 좋아한다.
아무리 소리가 좋다해도 모양이 이쁘지 않으면 선뜻 마음이 가지 않는다.
잠깐 머무르거나 평생 끼고있거나 상관없이 말이다.
3 대 기인으로 유명한 걸레스님 중광이 이런 일화를 남긴적이 있다.
중광스님이 기차를 타고 가던중, 옆자리에 한 처자가 앉게되었는데,
허리가 굽은 곱사등이었다.
그 여인이 추파를 던지자, 도착지도 아닌 역이었지만 그녀의 손을 잡고 기차에서 내렸다.
가까운 산으로 여인을 데리고 간 중광스님은,
낙엽이 수북히 쌓인 계곡에 여인을 눕히고 거사(?)를 치뤘다.
이 얘기를 들은 중광스님의 지인이,
"아니 그 불쌍한 곱사등이 처자는 왜 거두셨나요?"
그러자 중광스님이 대답하기를,
"곱사등이 처자라 해도 그 또한 여인인데, 여인의 기쁨은 누려봐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아니면 그 누가 보시를 하리요~ "
남자는 대체적으로 여자가 이쁘면 껌뻑 넘어간다.
그 이쁜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2 차적인 문제다.
어쩌다 간 룸살롱의 아가씨가 이쁘면 어떻게 한번 해보려고,
뼈빠지게 일해 받은 돈을 아낌없이 뿌려댄다.
여자가 이쁘면 모든게 용서가 된다며 결혼하더니, 이럴줄 몰랐다며 이혼을 한다.
그러다가 재혼을 한다며 맞선자리에 나가게 되면, 얼마나 이쁜지 또 얼굴부터 살핀다.
그 여자가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떤 아픔을 지녔는지, 내 새끼를 잘 거둬줄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내 옆자리의 아내를 본다.
30 여 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하는동안,
청초하던 하얀 박꽃같던 모습은, 어느덧 푸근한 호박꽃으로 바껴져 있다.
톡톡 쏘며 힘차게 바가지 긁던 소리도, 이젠 지쳤는지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러나 아내의 그 작은 목소리가, 마치 있는듯 없는듯 수십년을 거실 한켠에 자리하며,
낡고 긁히고 뭉게진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편안하다.
그 작은 목소리가 나즈막히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어때요? 한세상 살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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