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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마지막 시도에서 열쇠를 찾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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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6 11:2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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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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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마지막 시도에서 열쇠를 찾았습니다.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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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가입일자 : ]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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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자랑 팔불출이라고 했지만, 누구나 하는 못난 자식 자랑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수험생 자녀를 둔 분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될 겁니다.)
딸아이가 고3이고 제가 봐도 심각할 정도로 공부에 손을 놓았습니다.
평소에도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였지만 이상할 정도로 여름방학부터 포기모드더군요.
딸아이에게 "네가 포기한 바로 그 순간에도 기회는 옆을 지나가고 있다"라고 충고해줬지만 귀에 들어갈 리가 없었죠.
여기에서 잠시 제 자랑을 하면... 제 유전자를 받아서 그런지 논술은 학원강사가 "네 부모님을 한 번 뵙고 싶다. 이건 물려받은 실력이다"라고 하고 학교선생님도 "논술로 붙는 아이가 있다면 너 밖에 없다"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수능등급만 맞추면 되는데... 될 리가 없죠.
등급자체가 안 나오니 수시지원 6군데 중 비교적 쉬운 3곳에서 모두 떨어졌습니다. 그러니 그 다음 학교부터는 아예 논술시험자체를 안가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네가 마지막 열쇠가 문을 열 수도 있다며? 재수를 하더라도 미리 그 학교의 출제경향을 경험하는 귀중한 기회다. 꼭 가라"고 했고 안사람이 끌고 가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2개 학교에서 합격통지가 왔습니다. 한 곳은 등급자체가 안되어서 1%의 기대도 하지 않은 곳이었는데 논술전형으로만 선발하는 약 40:1의 경쟁률에서 선발되었답니다.
어른들 사이에서는 명문으로 꼽히는 학교여서 친인척 사이에는 벼락스타가 되었고 학교에서는 후배와의 대화시간에 호출되었습니다.
올 해 졸업생 농사를 완전히 망쳐서 교장선생님부터 담임선생님까지 모두 당황하고 있던 차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한 녀석이 2개 학교에 합격했으니 반색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죠.
(학부모가 없는 자리에서 축하를 하며 농담삼아 한 말이니까 선생님 욕은 말아주십시오.)
담임선생님 : (너는 절대로 안되니까 그 학교 지원하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00아. 네가 해낼 줄 알았어.
모 선생님 : (전화로 합격연락을 받자 이름을 다시 확인하며) 우리 학교에 00이가 너 한 명이지?
교장 선생님 : 후배와의 대화시간에는 네가 한 일말고 했어야 할 일들을 설명해주도록 해라.
논술 선생님 : 그 학교에 가면 너 밖에 없다고 했잖아. 등급이 안되어서 너무 안타까웠는데 잘 되었다.
학생지도 선생님 : (딸아이가 학교 공인 댄스팀 리드였고 좀 노는 아이들과 섞이다 보니 몇 차례 안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네가 대학을 간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 학교를 간다고? 앞으로 학생지도를 어떻게 하냐? 후배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니.
한 가지 더 자랑을 하자면...
보통은 부모자식 간에 다른 대화는 잘 되어도 정치종교 대화는 틀어지기 마련인데, 딸아이와는 반대입니다. 다른 대화는 몇 분도 안되어서 싸우는데, 정치종교대화는 양방향 통신이 원활합니다.
친인척 사이에서 스타대접이라 학교에 모셔다 드리면서 그동안 못했던 부녀지간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세영 : 대학생은 성년이고... 어쩌고... 학과공부보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조잘 조잘... 정치에 대해서도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하고...
벼락스타 : 그런데, 나는 정말로 이해가 안가는게, 이명박 다음에 어떻게 박근혜를 또 뽑아?
오세영 : 뭐가 문제인 지를 모르는 것은 그나마 나은데, 관심도 없다는게 정말 심각하지...
벼락스타 : 하긴 그래. 애들하고 얘기를 해도, 아무도 관심이 없어.
오세영 : 대학에서도 그럴 거다. 자신의 미래에 직격탄을 날리는데도 관심이 없지. 88만원 세대를 당연하게 받아들여...
그래서 전공공부 뿐만 아니라 완전히 다른 분야도 공부를 해서 시야를 넓히라는거야.
대학생이라는 가장 화려한 시기를 나비와 벌과 놀다가 그대로 저버릴 것인지, 아니면 꿀을 나누어주고 씨앗을 맺어서 세상에 뭔가를 남길 것인지는 네 선택이야.
벼락스타 : 국정원 문제는 이렇게 사라지는거야???
대학개강 전까지 사회경험을 조금이라도 해보라고 아르바이트를 권했고 체인 레스토랑 주방에서 8시간씩 일한 지가 1개월이 다되어 갑니다.
제 마음같아서는 최소한 2월말까지는 시키고 싶은데, 학교에서 2월부터 신입생 코스를 개강하더군요.
어제는 하도 급해서 청양고추를 맨 손으로 썰다가 피부발진이 심하게 돋았습니다. 월급받으면 핸드폰부터 바꾸겠지만, 평소에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댄스팀...) 육체노동에 대해 싫은 내색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ps. 문제많은 녀석인데도 축하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 분씩 인사를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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