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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의 자리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3-11-25 10:21:44
추천수 13
조회수   701

제목

총장의 자리

글쓴이

조한욱 [가입일자 : 2010-05-05]
내용
총장의 자리



우리 사회에서 대학 교수에 대한 예우는 높은 편이다. 그것은 그들이 학자로서 전문적 지식을 생산하고 교육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이 사회적 양심의 깃발로서 전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정의의 목소리를 내기 바라는 여망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 권력 분립의 원칙이 망각되고, 편향과 왜곡을 일삼는 언론이 제 몫을 하지 못해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상아탑은 견제와 비판을 담당하는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대학 사회를 대변하는 총장이라면 그에게 주어진 책임감은 그에게 위임된 권한보다 훨씬 막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다양한 지향과 취향을 갖고 있는 지식인들 견해의 공통 분모를 추출하여 대다수가 동의를 보낼 수 있는 여론을 표출하고 정책을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언행은 보편적 가치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대학이 “같지는 않아도 조화를 이루는” 공동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이곳에선 그런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조짐을 찾기가 힘들다.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다수당 횡포의 축소판인 듯, 이곳 교육의 현장에서도 소통은 찾기 어렵다. 지성과 명예의 상징이어야 할 총장의 자리를 우두머리로서 갖는 권력 행사의 기회로 여긴 듯한 행태가 안타까울 뿐이다.

게다가 총장은 최근 한 일간지에 친일과 독재 미화의 표본으로 꼽히는 교과서를 옹호하는 글을 기고했다--한국교원대학교 총장의 명의로. 그 논지란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교과서로 젊은이들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서 종래의 역사 교과서는 비극과 참상만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 ‘역사논쟁’에서 어느 편을 지지하든 그 견해는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조금만 실상을 들여다보아도 그것은 ‘논쟁’이 아니다. 역사학은 가장 연조가 깊은 학문의 하나로서 오랜 세월을 거쳐 전문적인 학문의 규범이 갖춰져왔다. 그 많은 규범들 중에서도 으뜸 가는 것이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전문적인 수련을 받은 학자들이 엄밀하게 사실을 확인하며 역사를 서술한다. 교과서도 그런 과정을 거치고 정규적인 심사를 통과하며 만들어졌다.

그런데 역사가로서 전문적인 수련을 받지도 않은 사람들이 주도하여 교과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통과되도록 관료와 관변 기구가 나섰다. 관료제의 틀 속에서만 교육을 이해하는 교육부와 ‘일본사 편찬 위원회’라는 명칭을 붙이면 제격일 ‘국사편찬위원회’의 편파적인 도움을 받아가며 대다수 국민의 정서를 무시하는 자들이 정규적인 역사가들에게 각을 세우는 이 대립이 어찌 정당한 학문적 논쟁이라 불릴 수 있을까? 역사의 평가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현 대통령의 선친을 역사의 오명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한 ‘정치적’ 몸부림의 일환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정상적인 교과서를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총장의 결론에서 뒤늦게 다시 나타난 매카시즘을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국교원대학교 구성원으로서 나의 비극이고 나의 부끄러움이다. 최소한 총장은 그 글에 ‘한국현대사학회 부회장’이라는 합당한 직함을 내걸었어야 했다. 이렇게 다른 견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총장이 그 직함으로 글을 썼어야 할 이유의 하나이다. 과연 뉴라이트와 정상적인 교과서의 집필자 중 누가 더 정치적인가? 아베를 위시한 일본 극우 정치가들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망언에 우리 교육의 일부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뭐라고 비판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총장에게 던지는 비판이 아니라 총장에게 드리는 마지막 충언이다. 내게는 내가 몸 담고 있는 한국교원대학교가 너무도 소중하기에, 이곳이 그 타락한 권력에 잠식되는 것을 묵과할 수 없기에 드리는 고언이다. 마르틴 하이데거처럼 불멸의 업적을 남긴 철학자조차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총장으로서 행했던 연설에서 히틀러와 나치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하여 두고두고 비난을 받고 있다.

역사가는 현세와의 타협보다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의 평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다. 역사 교과서는 그런 사람들이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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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만 2013-11-25 10:30:29
답글

부끄러움을 모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도영 2013-11-25 11:04:20
답글

한국 지식인들이 서 있는 자리가 참담하군요.

정정훈 2013-11-25 11:39:14
답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br />
오늘날 지식이라는 사람들까지 이런 지경에 이른 사연이 무엇일까요?<br />
그냥 51.6%중에 한명이라고 생각할까요...

김주항 2013-11-25 12:15:51
답글

참<br />
답답<br />
합니다<br />
이나라에<br />
오늘날 처럼<br />
혼탁한 세상이<br />
얼마나 있었는지<br />
잘 알지는 못하지만<br />
그래도 어려울때 마다<br />
꼬장 꼬장한 선비 만큼은<br />
사심없는 양심으로 세력에<br />
맞 서는것을 주저치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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