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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 읽어 볼 만한 사설이 있어서 옮깁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일단락됐다. 검찰은 어제 정상회담 회의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참여정부에서 고의적으로 폐기됐다고 결론을 내리고 그 지시를 구체적으로 이행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형법상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그야말로 ‘태산명동서일필’이다. 새누리당이 ‘사초 폐기’ ‘국기문란’이라며 요란을 떨고 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소환조사까지 하면서 법석을 폈던 사태가 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을 보니 쓴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검찰 수사 발표를 보면 회의록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도 없고, 따라서 NLL 포기 발언을 숨기기 위한 회의록 수정·삭제 의도도 보이지 않는다. NLL ‘포기’ 발언은 노 전 대통령이 아니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한 것으로 검찰이 청와대 e지원에서 삭제된 회의록과 봉하 e지원으로 유출된 회의록의 비교를 통해 확인했다. 회의록 초본을 수정한 뒤 삭제한 경위도 결재 과정을 통해 분명히 드러난다. “녹취록만으로 이해하기 어렵거나 오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각주를 달아서 정확성, 완성도 높은 대화록으로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삭제본에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를 다 해결하게…”라고 기록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유출본에는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는 다 치유가 됩니다”로 변경된 것도 국정원이 실제 녹음 내용에 따라 수정한 것으로 검찰이 확인했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공표하면서 시작된 회의록 사태는 사실관계부터 왜곡됐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삭제·폐기 논란도 마찬가지다. 검찰에 따르면 회의록이 e지원 시스템에서 삭제되고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한 결과라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은 국정원에서 1급비밀로 보관하도록 하고, e지원 시스템에 있는 회의록 파일은 없애도록 하라. 회의록을 청와대에 남겨두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을 e지원에 남기지 않으려 했던 의도 역시 앞으로 회담을 책임질 총리, 경제부총리, 국방장관 등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뭔가 은폐·조작하려는 게 아니었음이 검찰 수사를 통해 분명해진 것이다.
결국 NLL 포기 발언에서 ‘사초 폐기’ 논란으로 이어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태는 새누리당의 정치공세로 침소봉대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기록과 국가비밀이 정쟁의 도구가 되어 만신창이가 된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를 주도한 새누리당은 국민과 역사 앞에 사과하고, 납득할 수 없는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킨 민주당과 참여정부 관련 인사는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