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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에 익숙해진 요즘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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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5 15:11: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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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에 익숙해진 요즘 생각입니다.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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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우 [가입일자 : 2003-06-28]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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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오래지 않는 이전부터 인터넷 구매와 택배 서비스가 생기고서
상품의 유통과정에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언제든 내가 원하는 물건을 앉아서 버튼 몇번만 누르면 살 수 있고
그게 2~3일이면 집으로 갖다 줍니다.
저도 이렇게 물건 구입을 많이 하는데 아주 편리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포털사이트나 상업 사이트를 통해 구입을 할때
제품을 최저가 검색 또는 상품평 많은 순으로 검색하고
프리미엄 리뷰를 충분히 읽고 제품의 사용에 대해 믿음이 생기면
포인트 신공부터 쿠폰신공 카드 무이자 할부에 할인을 더하여
구매를 하게 됩니다.
그러고선 내일 오겠지...왠지 선물 받는 기분...
물론 한달뒤에 나오는 카드 고지서를 보고선 입이 벌어지죠.
내가 이렇게 많이 썼나? 하고요.
오늘도 캠핑용품 작은거 하나를 이런식으로 구입하였습니다.
뭐 대세이고 저도 이렇게 사용하고 있는데 뭐라고 할건 사실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상업유통과정의 패턴이 모든 생활에서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저는 건축설계일을 하는 사람으로 그 중에서도 디자인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설계일에도 그런 것이 있습니다.
내가 집을 하나 짓고 싶은데 싸게 좋게 짓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요.
여기에서 최저가 비슷하게 나오는 말이 평당 시공비입니다.
보통 주택은 평당 350이면 괜찮게 지어~ 라고요.
이런 생각을 할때
경험이 없는 분이라면 디자인에 대한 비용은 별도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계비가 2,000만원이고요.
법적 감리(보통5회정도)는 포함이고요.
디자인 감리비는 별도입니다.
라고 했을 때 다들 놀라죠. 뭐가 이리 비싸냐고요.
계획안을 잡아 달라고 하구선 그것 들고 싸게 해주는 설계사무실 찾아 다닙니다.
최저가 인터넷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하면 10에 9이상은 좋은 건축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해 놓고 후회하고 시공자랑 싸우고 맘에 안든다며 돈 안주고 뭐 그런 수순이죠.
제가 하는 일은 대기업 건설사에서 용역을 받아서 하는 일이 많습니다.
최근1~2년 사이에 여기에도 최저가 인터넷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최저가 입찰이라고 하는 것인데요.
몇개의 우수 협력업체를 정해놓고 일명 총쏘기라고 최저가 입찰을 합니다.
뭐 물건 사는 것이면 대세니까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지만
디자인을 하는 일인데 참 말도 안되는 시스템입니다.
이렇게 해도 건축은 되고 세월은 흘러 갑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러한 생태계로 인해
좀 더 좋은 건축, 좀 더 나은 삶, 조금이라도 더 뛰어난 디자인 그리고 노력
이를 추진하는 열정이 식는데 그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그에 맞는 전문 인력들의 유출입니다.
경력이 많은 전문 인력들은 연봉을 많이 줘야 합니다.
시스템이 이렇다보니 연봉을 많이 주지 못하고
그 능력을 가진 사람도 지금까지 노력하고 쌓아 온 것이 아깝지만
다른 일을 찾아 나섭니다.
이러한 과정은 전문성에 대한 결여로 나타납니다.
명장이라든지 최고의 전문가라든지...
우리 주변을 한번 둘러 보시면
우리가 은연중에 최저가에 익숙해져서 그 시스템에 맞춰 생각을 하고
그 일의 진정한 가치와 능력이 폄하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거 소주 한잔 하면서 하는 얘기를 글로 적어 죄송한 생각이 드네요.
이번주도 언제 흘러갔는데 벌써 금요일이네요.
부디 회원님들의 가정에 평화와 안녕이 있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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