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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를 바라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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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4 12:4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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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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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를 바라보며...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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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태 [가입일자 : 2004-10-27]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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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난지 2주일정도 된거 같네요. 요란하게 작동하는 기계들은 모두 멈춰있고
창문틈으로 들어온 바람에 날리는 먼지만이 햇빛아래서 보입니다.
저도 여기서 일했었는데요. 그덕에 왼손목은 고장이 나서 지금도 무리한다싶으면
통증이 찾아옵니다. 일뿐만 아니라 운영도 같이 하였는데 납품기한을 못맞추거나
이런저런 문제때문에 걸려오는 전화에 노이로제가 걸려서 벨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벌렁거리곤했죠.
이 공장과 작별을 한건 약 1년전입니다. 6년전만해도 1톤당 가공비가 6~7만원했는데
이게 점점 내려가더니 2~3만원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품질은 그대로 유지해야했고
양심에 거리낌 없이 최선을 다했기때문에 일을하면할수록 손해라는 최악의 결론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결국 백기를 들고 우리가 해오던 일을 맡아서 하실분을 찾았습니다.
새로 사업을 하실분께 공장내 기계설비 등등을 모두 팔고 공장부지 와
호이스트는 임대를 해드리는거로 계약을했어요.
저희는 야외에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공장설립전부터 해오던 일을 계속했고요
사무실은 파티션으로 나눠서 같이 쓰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야근도 하면서 열심히 잘되는거 같더라고요. 저번주부터 아무도 출근하지
않고 있습니다. 공장 특성상 가격이 비싼 원자재를 받아서 가공을 해주는거라
거래처에선 난리가 났죠... 지불해야할 인건비가 1 이면 공장에 맡겨둔 원자재
가치는 25 니까요.
법인자체가 다르지만 같은 사무실이라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찾아오는 분들께
해명아닌 해명도 해야 하고 저도 짜증이 났습니다. 그쪽 전화도 받지 않았는데
혹시나 우리쪽에 연락하는분이 계시지 않을까 싶어서 오늘은 한번 받았는데요
공장이 부도 났다고 하니까 맡겨둔 원자재가 수천만원이라며 놀라시더라고요
지금에 와서는 저에겐 공장부도나 거기에 얽힌 일들은 소위 말하는 남일 이지만
조용한 공장으로 들어가서 로스를 1% 라도 줄일려고 구슬땀을 흘리며 기계를
조작하던 제 모습이 오버랩되면 참 열심히도 했구나 란 생각과 바보같다는
생각이 동시에 듭니다.
나중에 지금 제 모습이 바보같아 보이더라도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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