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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용 | 정치에디터 겸 정치부장 (경향신문)
공안검사라고 다 같지는 않다.
크게 세 등급이 있다.
맨 아래 하등급이 일 잘하는 검사다.
곰을 잡아오라면 즉시 산에 올라 곰 발자국을 쫓고 덫을 놓는다.
시키는 대로 일하는 이런 검사는 널려서 어디 축에도 못 낀다.
...
상급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하는 검사다.
이런 검사들은 곰이 없으면 쥐라도 잡아온다.
과거엔 “저는 (쥐가 아니라) 곰입니다”라는 자백도 뚝딱 받아냈다.
요즘엔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다.
대신 원래 곰이었는데 신분을 숨기려고 몸집을 줄였다거나,
곰이라는 정황증거가 다수 확보됐다고 발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다.
이 정도는 돼야 ‘공안 좀 하네’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다음은 보수언론의 몫이다.
추운 이북에 서식처를 둔 종북좌파 곰이 잡혔다느니,
노무현 정부 때도 잡혔는데 쥐라고 풀어줬다느니…, 낯익은 풍경이다.
여당 아침 회의에선 ‘곰’을 뒤집으면 ‘문’ 아니냐면서
문 아무개는 곰과의 연루 의혹을 밝히라는 의원이 나온다.
최근 공안검사 출신 젊은 초선 의원이 그런 식의 맹활약을 하면서
보수의 아이돌 스타’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 순방 중엔 파리 시위자들에게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고 협박했다는데
윗분의 불편한 심기를 헤아린 공안검사다운 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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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런던에서 모닝 커피를 마시며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문서에 사인을 했다.
“경들의 뜻이 그러하다면…”식이다.
“군주는 미움을 받는 일은 타인에게 맡기고 인기를 얻는 일은 친히 해야 한다.”
마키아벨리의 통치 교본인 <군주론>에 나온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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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하 수상하니
달필들이 넘쳐난다.
다 나랏님 덕임을 감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