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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은 상식일 뿐
HIFI게시판 > 상세보기 | 2008-09-08 17:18:36
추천수 0
조회수   1,917

제목

실용은 상식일 뿐

글쓴이

송원섭 [가입일자 : 2004-10-20]
내용
"상식. 그것이야말로 세상에 가장 공평하게 분배된 것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아무도 더이상 그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따우 싸가지 없는 말을 내뱉은 위인이 데카르트다. 아 그놈 새카즘 대단하네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딴은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기도 하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실용론이 이 '상식'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한다. 상식이 뭐냐? 상식이 상식이지 뭐냐. 그러게 상식이 뭐냐고. 뻔하잖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사람들 다 아는거, 그런게 상식이지.







일전에 친구를 만났다. 대략 1 년쯤 전인 듯하다. 당시 친구가 내 집에 놀러왔다가 오디오를 보고, 그 펼쳐진 위용에(한구석 인테리어로서가 아니라 지 멋대로 자리를 벌여 차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놀란 모양이었다. 해서 이러구러 오디오 이야기를 늘어놓았었다. 먼저 스피커에는 입문기로 몇십 만원 정도에서 수억짜리 하이엔드가 존재한다는 것, 앰프나 씨디피도 몇십만원에서 심하면 한조에 억대를 넘길 수도 있다는 것. 이런 이야기에 그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뭐 세상에 돈많은 사람들도 많으니 그 사람들의 별세계야 당연히 존재한다는 생각인 모양이다. 헌데 와싸다 같은 사이트에서는 그런 하이파이 오디오가 중고로 하루 100 여개씩 거래된다는 말을 하자 그는 조금 놀라는 투였다. 이른바 하이파이 인구가 그렇게나 많다는 사실은 그가 가진 상식에 없던 것이기 때문이리라.



거기서 얘기를 좀 더 진전시켰다. 나는 이른바 이곳에서 말하기론 실용론자가 아닌가. 그에게 앰프니 씨디피니 선재니 하는 것은 인간의 귀로 인지 가능한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는 '설마'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것은 아마 단순한 사실의 습득 이외에 '판단'을 가능케 했던 모양이다. 그가 가진 상식은 따로 또 있었다. 앰프가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짜리까지 있다는데, 수천만원짜리 쓰는 사람들이 다 바보도 아니고 그걸 구분도 못하면서 비싼 돈 들일리는 없지 않겠느냐는 상식이었다. 내가 말하는 '사실'의 적시와 그가 가진 세상사의 '상식'이 충돌을 일으킨 것이다.



여기서 나는 블라인드 테스트 얘기를 했다. 그는 전공과 업무상 블라인드 테스트를 매우 잘 알고 플라시보 효과도 매우 잘 아는 녀석이다. 그렇게 어느 앰프 연결했는지 알려주지 않으면 맞추지 못한다는 얘기와 함께, 가청 주파수가 볼륨이 올라갈 때 어떻게 변화되는지에 대해서도 말해주었고, 청지각의 착각이 매우 심하다는 사실도 말해주었다. 역시 관련 전공자라 알아듣는게 빨랐다.



그리고 나의 몇가지 설명이 끝날 즈음에 그가 한 말은 단순했다.



"그럼 그게 다 돈지랄 아냐"



이게 상식이다. 실용론은 그저 상식적인 것일 뿐이다. 어떤 사람은 실용론이 맨날 똑같은 말을 한다는데, 상식에서 뭐 그리 새롭고 신기한 것이 튀어나오겠는가. 괴상한 일, 힘쓰는 일, 난리치는 일, 귀신에 대한 일은 군자가 알바가 아니라 했다. 뭐 그리 신기한게 나올 일이 없다.



새로나온 프랑스의 모 생수를 좋아한다고 하자. 다른건 한병에 1000 원이건만 이건 혼자 5000 원씩이나 하는데, 그 생수 아니면 다른건 비리거나 깔깔하거나 단내가 나서 못먹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에게 동일한 모양의 컵에 두가지를 차례로 잘 시음하게 하고 둘 중 하나를 따라 주었다. 그랬더니 맞추는 것이 동전던지기와 비슷하다. 그러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차이는 개뿔"



블라인드 테스트의 설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자기가 늘 쓰던 기기로 자기가 늘 듣던 장소에서 또 자기가 늘 듣던 음반으로 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좀 우습다. 찾아보면 그렇게 테스트한 사람들도 꽤 있고 구분을 못해서 황당해하는 장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비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볼륨을 고정시켜놓는게 문제라고 한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은 차이식역이 어쩌고 저쩌고 신기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한다. 말이 교묘할 때는 보통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상식적으로 말해서 볼륨 노브를 고정시켜 문제라는 사람은 도대체 음악 들으면서 볼륨노브 돌리며 짜릿한 오르가즘이라도 느끼는 것인지 묻고 싶다. 예전에 차이식역이 어쩌고 했던 분은 과연 그 말의 뜻을 알기나 하는 것인지 다시 물어봐야겠다.



두개의 앰프를 설렉터에 물려놓기 때문에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거라고 어떤 분이 말한 것도 보인다. 이분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게 될 때 어떤 모습이 만들어지는지를 좀 더 찾아보면 좋겠다. 두개의 앰프를 걸어놓고 자유롭게 청취하게 하면 사람들은 두 앰프의 차이점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의견을 낸다. 그런데 테스트를 하면 못맞춘다. 물론 자유롭게 청취할 때도 설렉터는 붙어 있다.







상식적으로 어떤 앰프에 연결했는지 알려주지 않으면 못맞춘다는 것은 앰프 바꿈질이 돈지랄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물론 모양이 예뻐서라거나 조작이 편해서라거나 쓰던게 망가져서라거나 선물받아서라면 이해가 간다. 헌데 그런 말은 없다. 음질이 어쩌고 음색이 저쩌고 거의 무협지 저리가라 스토리가 펼쳐진다. 그런 무협지가 펼쳐지는 것이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것이 상식이다. 5000 원짜리 생수만 마신다는 사람이 같은 컵에 따라놓아서 어떤 생수인지 모르게만 하면 500원짜리 생수와 구분도 못한다, 라는 사실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사람이 자신이 마시는 5000 원짜리 생수는 맑고 물 본래의 맛이며 느끼하지 않고 지나치게 칼칼하지 않고 등등 많은 스토리를 풀어낸다고 해보자. 솔직히 우스꽝스럽지 않겠는가. 그게 상식이다. 그리고 실용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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