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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3-11-13 11:33:35
추천수 9
조회수   1,173

제목

아버지...

글쓴이

조창연 [가입일자 : ]
내용


저의 부친은 올해 팔순이십니다.

제 어릴적 기억으론 산골에서 농사 지으시며, 지게를 지고 산에서 나무를 해와 겨울 땔감을 준비하곤 하셨지요.

국민학교 다니실적엔 공부도 상당히 잘하셔서, 반에서 1 2 등을 놓치지 않으셨다고 하시던거로 보아,

머리도 좋으신 분이었던것 같습니다.

과거 대부분 산골 살림이란게 어려웠기에, 읍내에 있는 중학교를 다니기엔 학비 충당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하고, 할아버지를 모시며 농업에 전념하시게 된것 같습니다.

술을 드시고 나면, 이부분을 자주 얘기 하시는거로 보아,

당신에게도 꿈이 있으셨을진데 그 나래를 펴지 못한거에 대한 한이 많으신듯 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도시로 가면 지게도 지지 않을수 있고, 자식들 공부시키는 여건도 좋아지리란 기대감에,

저희 7 남매를 이끌고 경기도 평택이란 곳으로 이사를 하셨습니다.

비록 지게를 지진 않으셨지만,

저희 7 남매를 교육시키기 위해 노동의 강도는 더 세졌습니다.

국민학교만 졸업한 산골출신 촌부가 도시에서 할수 있는 일이 뭐가 있었겠습니까..

공사장에서 해머질을 하시는 모습도 봤고,

기차역 수화물취급소에서 60kg이 넘는 화물들을 구루마에 싣고,

총중량이 400kg이 넘는 화물을 배달하시며, 비지땀을 흘리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노동의 강도가 너무 세서였을까요..

사람좋아하고 술을 좋아하시던 부친은, 동료들과 어울려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 많은 술을 드셨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소주 세 병을 드셔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으셨던 분이지만,

그렇더라도 술에는 장사가 없다지요..

얼마나 많이 드셨는지 고주망태가 되어 고래고래 소리 지르시며,

밤늦게까지 모친과 싸우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한창 사춘기였던 제귀에 들리는 부친의 고함소리는 제 가슴에 공포와 증오로 쌓여져 갔습니다.

부친의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나중에 크면 아버지처럼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그랬는데,

성인이 된 어느순간, 내모습에서 부친이 했던 그 모습이 똑같이 재현되는걸 보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사람좋아하고, 술좋아하고, 다혈질적인 성격까지 쏙 빼닮았더군요...ㅠㅠ

이때 먹은 충격으로, 30 중반이 넘은후론 절제를 하기시작하여,

최근 50 중반이 되기까지 소주는 한 병을 넘기지 않습니다.



어쨋거나 약 10 여 년 전부터 부친께서 술을 끊으셨습니다.

술마시는게 유일한 낙이셨던 부친이 술을 끊으신건 희소식이지만,

갑자기 좋아하시던게 없어져서인지 다른게 찾아왔습니다.

우울증입니다.

낮에는 주무시고 밤에는 꼬박 뜬눈으로 지새고, 새벽으론 죽겠다며 모친을 들볶으십니다.

정신과에 모시고가 약도 처방받아 드렸지만,

좀 좋아지신듯하면 임의로 약을 끊으시고 또 죽겠다고 하십니다.

부친의 그런 쇠잔한 모습을 보며,

이분이 예전 그 기운이 펄펄 넘쳐 고함을 질러대시던 그분이 맞나 싶은게,

참으로 애증과 만감이 교차합니다.

제가 부모님을 모시고와 살 계획까지 세웠지만, 모친의 반대에 부딫쳤습니다.

이유인즉,

아직 사지 멀정한데, 내가 왜 너네한테 가서 얹혀사느냐...ㅠㅜ



뭐 언젠가 거동이 불편하시게 되면, 제가 모셔야 되겠지만,

가끔씩 평택 부모님댁에 문안인사 드리러 가보면,

부친의 그 힘없는 눈동자와 마주쳤을때 마음이 참 애잔합니다.



글을 쓰다보니 어릴적 생각이 다시 나는군요.

추운 겨울날 부친이 일하시던 곳에 도시락을 가져다 드린적이 있었습니다.

건물 철거현장에서 콘크리트바닥을 해머로 내리치고 계시더군요.

도시락을 받아들고 내가 가지않고 서있자,

"왜? 뭐 할말있냐?" 하셔서,

"아부지 나 50 원 만 요~ " 하니,

"뭐하게?"

"핫도그 사먹으려구요.. "

아무말없이 먼지 풀풀나는 주머니에서 50 원을 꺼내 주시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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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동혁 2013-11-13 11:39:08
답글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좋은 나눔 감사합니다.

진성기 2013-11-13 11:42:32
답글

우리에게 가족이란 ..<br />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프게 하는 그 무엇이 있어요.<br />

염일진 2013-11-13 11:44:59
답글

울 아버지와 비슷하셨군요..ㅠ.ㅜ

임대혁 2013-11-13 12:41:43
답글

좋은 아버지 셨네요...50원 달라는 말이 무섭지 않을 정도로....

이영근 2013-11-13 13:04:00
답글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2) 50원에서 눈가가 촉촉해지네요

성낙영 2013-11-13 13:05:54
답글

저도 아부지 앞에서는 50원만 이라는 말이 쉽게 안나왔을 듯 합니다.<br />
<br />
좋은 아버지 이신듯

이영춘 2013-11-13 13:07:40
답글

아부지... ...ㅜㅜ...엉엉...

translator@hanafos.com 2013-11-13 13:13:27
답글

우이 쉬... 괜히 사람 울리고 난리여 난리가.... ㅠ,.ㅜ

김주항 2013-11-13 13:20:04
답글

그때도 핫 도그가 있었나여....~.~??

김승수 2013-11-13 13:43:56
답글

ㄴ<br />
지를 핫바지로 아십뉘꽈 ? 모슬포 미 레이다기지 가면 미군 쌤이 자주 줘서 먹곤했습뉘다....~.~??

강봉호 2013-11-13 13:49:32
답글

6년 동안 병석에 계셨던 아버지 업고 대중탕에 가서 탕속에 앉혀드렸더니.. 바로앉질 못하여 한팔로 잡고 등밀어 드리며..앙상한 이조금만 어깨로 6 남매 먹여 살리셨냐고 했더니...그랴 ~~ 하시더이다..가슴이 아려와 한참을 천장만 바라 봤습니다. 7년전에 돌아가셔서 임실 호국원에 계십니다.<br />
조창연 선생님께서 다시 한번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일깨워 주시네요...먹먹해 집니다.

김주항 2013-11-13 14:11:39
답글

ㄴㄴ 코 질질 흘리며 미군만 보면<br />
헬로 기브미 껌 하며 쪼차 다녔쪄....~.~??

소병기 2013-11-13 14:46:45
답글

전 지금도 아버지가 보살피느냐고, 잘 시간 될때까지 의자에서 졸고 계실때가 종종 있는데...

이승규 2013-11-13 14:50:02
답글

나도 아버지가 되어가나 봅니다.<br />
<br />
가슴이 먹먹하네요.

장순영 2013-11-13 16:06:26
답글

ㅠㅠ 오늘 와싸다가 저를 울리네요...울아부지두 그러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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