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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악운을 잡게 된 사연 - 100빠센또 실화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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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4 21:43: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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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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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악운을 잡게 된 사연 - 100빠센또 실화임!!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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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석 [가입일자 : ]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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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보니 뇐네들 부뉘기가 옛 추억을 회상하는 모드길래 이 절믄옵하~도 동참하는 으미에서^^
제가 소싯적에 고속버스를 타면 옆자리 뽑기(?) 운이 그렇게도 안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평균 잡아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서울 - 청주 간을 오갔던 것 같은데, 그렇게 수십 번 이상을 왕복하는데도 옆자리에 앉는 승객은 대체로 뇐네 냄새 풀풀 풍기는 할아버지들 아니면 해소 기침 콜록콜록하는 할머니들. 그리고 재수 옴붙는 경우에는 덩치로 밀어붙이면서 찍어누르는 조폭 비스무리하게 생긴 떡대들...
그 시절 저는 팝, 그것도 주로 하드락이나 헤비메탈을 즐겨 듣던 원단 막귀에서 차츰차츰 벗어나 세미클래식과 샹송, 깐쪼네 등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고 그런 탓(탓이 맞음! 이유는 뒤에 가서 밝혀짐!!)으로 라 피오지아, 아바산도, 베사메무초 등을 부른 질리올라 칭케티에 폭 빠져 있었더랬지...요. 뭐 꼭 노래가 좋아서라기보다 그 무렵에 산 판때기 표지에 실린 사진이 너무도 매혹적이어서 노래까지 좋아졌다고 하는 편이 더 솔직하려나?^^
그런데 1983년하고도 6월 어느 날! 제 옆자리에 드디어 향기로운 꽃... 아니 말고... 젊디젊은 여성동지가 앉는 행운이 찾아오고야 말았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아~~!! 그렇게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기는 너무 아까워서 저는 어떻게든 눈길을 좀 끌어볼 요량으로 그때 그 시절 잘난척 떨기 좋아하는 놈들이 필수품으로 가지고 다니던 타임지를 펼쳐들고 읽는 척 이리 뒤적 저리 뒤적 부시럭 부시럭...
하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데 글자들이 눈에 들어올 리는 없었고, 또 그렇다고 처녀의 얼굴을 훔쳐보는 것도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슬쩍슬쩍 곁눈질로 손을 훔쳐보았는데 손이 참 예쁘고 손톱도 길쭉길쭉하더군요. 그때까지의 경험칙으로 미루어 손톱 예쁜 여자 치고 예쁘지 않은 여자 거의 없었기에 어떻게 하면 말이라도 붙여볼까 이 궁리 저 궁리 하는 사이 고속버스는 벌써 천안을 지났고...
에따 모르겠다, 밑져야 본전이다 하고 물은 게 참 등신 같게도 “청주 가세요?” 에구~~ 이 등신아! 청주 행 고속버스 타고 있으면 청주 가는 거지 그걸 질문이라고 하니? 벼엉~신!
어? 그런데 뜻밖에도 이 아가씨가 “네.” 하더니 “청주에 있는 친구들 보러 가요. 큰오빠가 청주대를 다녀서 몇 년 동안 청주에서 살았어요.” 등등 어쩌고저쩌고 술술 이야기를 풀어놓는 겁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이번엔 옆모습을 훔쳐보았더니 살결도 보기 드물게 뽀얗고 고운 데다 코도 오똑하고 얼굴 선도 참 곱더라구요.
암튼,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주고받는 사이 버스는 터미널에 당도했고, 이번엔 맨 처음에 물었을 때처럼 등신 짓하지 않고서 그래도 비교적 무난하게 “옷깃을 스쳐도 3대 인연이라는데 이렇게 나란히 앉아 오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했으니 9대 인연쯤은 되는 것 같네요. 그러니 차라도 한 잔 같이 하고 헤어지지 않을래요?” 했더니 내숭도 떨지 않고 배시시 웃으며 선선히 응락하더군요.
그래서 고속터미널에 딸린 고속다방으로 들어가 서로 마주보고 앉았는데... 옴마나~! 세~에상에~~!! 제가 그때 그 시절 그렇게도 폭 빠져 있던 질리올라 칭케티가 바로 제 앞에 앉아 있는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아~~~!!!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틀림없이 그 고속다방 안이 어두컴컴해서, 글고 또 처음 본 아가씨 꼬실레이숑에 성공한 것이 그때가 처음이라서 감격에 겨워 착각을 했던 것임이 분명합니다.)
암튼, 경위야 어찌 되었건, 또 제가 기럭지도 안 되고 모지방도 안 되었건, 서로 눈이 맞은 것은 사실이었고(나중에 마눌... 아차차... 아직은 그 아가씨 말이 제 이미지가 고 3때 돌아가신 아버지와 아주 흡사하다나 뭐라나...) 그래서 속전속결로 가까워지던 중 하루는 이 아가씨가 무쟈게 비싼(83년 당시 가격으로 월급쟁이 몇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하얀 모시 드레스를 입고 나왔는데, 한국은행 돌계단에 앉아 그때 그 시절 막 우리나라에 선보이기 시작한 거봉포도를 먹다가 그 비싼 모시드레스에 포도 물이 튄 겁니다.
그래서 근처에 세탁소가 있는지 둘러보았지만 그 밤중에 문을 연 세탁소가 있을 리는 없고, 제가 궁여지책으로(이거 순 실화임다! 100프로 진짬다!!) 여관에라도 가서 포도 물 튄 부분을 빨아야 한다고, 이상한 짓(그게 뭔데?^^) 저얼~때 안 할 거니까 그냥 옷만 빨아 입자고 설득해서 같이 여관엘 갔습지요.
그리고 정말로 약속을 지켜서 이상한 짓 안하고(아, 물론 샤워하는 사이에 자가발전은 했습니다. 그때 그 나이에 자가발전이라도 하지 않고 무슨 수로 약속을 지켜요? 어림 택!도 없는 소리지요!) 그 아가씨와 한 침대에서 자기는 했어도 손만 잡고 잤더니, 아, 그 다음부터 이 아가씨가 죽자사자 쫓아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 드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원체 리버럴리스트(어쭈구리?)라서 구속받는 것을 몹시 싫어하기에 초가을로 접어든 9월 어느 날, 3.1빌딩 바로 앞에 있는 다방에서 이제 그만 만나자고 했더니 가지고 있던 돈을 다 내어주며 훌쩍훌쩍 울지 뭡니까. 그래서 대체 왜 그러느냐, 이러고 나서 어디로 갈 거냐고 물었더니 인천으로 간다는 겁니다. 새가슴인(이것도 순 실화임다!) 저는 그 말이 인천 앞바다에 퐁당하러 가겠다는 말인 줄 알고(나중에 마눌은 인천 언니네 집에 가겠다는 말이었다고 발뺌을 하기는 합디다만) 이거 큰일 나겠다 싶어 우리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설득을 했지요.
그런데 적잖이 당황했던 탓으로 바람 쐴만한 가까운 곳이 언뜻 떠오르지 않아서 그 무렵 물이 채워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물도 맑고 주변 경치도 좋은 대청댐으로 데려갔고... 거기에서 통통배를 타고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하필이면 제 애인하고 같이 낚시질하러 와 있던 후배놈을 만났고... 그 통에 낚시 작파한 그 놈 쌍쌍과 우리 쌍쌍이 같이 어울리다 보니 술이 떡이 되어서 집으로 갔고... 집에서는 어머니가 그 아가씨를 며느리 감으로 딱 찍고 그랬는지 둘을 한 방으로 몰아넣었고... 그 바람에 술김에 속도위반으로 아들래미가 만들어졌고... 그래서 코 꿰어 꼼짝두지 말아라로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고...
아아~~ 그때 그 시절 내가 질리올라 칭케티에 그렇게 폭 빠져 있지만 않았더라면, 아니 운수 몹시 사납게도 대청댐에서 그 웬쑤거튼 후배놈을 만나지만 않앗더라도, 평생 악운을 잡아 오날날꺼정 요 모냥 요 꼬라지로 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인데... 쩝. 쩝.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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