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어렸을 때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할아버지와 함께 갔던 시골 오일장이 떠오릅니다. 장작불을 피운 가마솥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아낙네는 전을 부치고, 시골 촌부들은 서로 정겹게 안부를 묻고는 연신 목을 축입니다. 할아버지는 막걸리를 드시고 저는 국수를 아주 맛있게 먹지요. 지금도 여전히 국수를 좋아해서 유명세를 타는 곳에서 먹어보지만 그때의 그 맛은 어디로 갔을까요.
어른이 되서 다시 가본 장터는 그간 상시장터로 변해 있었고 간판도 걸려 있지 않은 선술집에서 사레들린 사람처럼 막걸리 잔이 들려지네요. 산천도 인정도 옛 그대로인데 인걸은 온데간데없다 는 옛사람의 심정을 헤아리면서 할아버지가 잠들어 계신 곳을 향해 실개천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이 길을 걸었음을 회상하면서 말이죠. 걷다보니 저 가까이 선산이 다가오고 고향 동네가 뿌옇게 보입니다그려.
그렇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저의 어린 시각으로 비친 그 당시의 사람들은 대단히 낭만적이며 인간의 향기가 났었다 이런 느낌이 드는군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신 분들이니 얼마나 순박했을까요. 꼭 현대의 최신식을 추구하는 물질문명이 좋은 것만이 아니더군요. 이제는 인간적으로 소박하고 소탈한 분들이 그리 안보이고 닳고 닳은 이익만을 쫓는 불나방같은 사람들만 가득하니 사는 재미가 팍팍합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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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니 감상적이 되는군요. 어
(곁가지 둘) 집에 책이 많았습니다. 할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옛 한문책과 아버지 및 형님 누님들이 읽던 신식 책들을 어려서부터 보아왔지요. 그중 한글을 깨우칠 무렵에 집에서 보던 신문(대개 동아일보및 중앙일보) 그리고 백과사전과 소설 등 그 중에 흥미롭게 보던 것이 추리소설입니다. 김래성의 '마인', '실락원의 별', 방인근의 '마도의 향불' 등등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형님 누님들이 학교 갔을 때, 동네에 친구가 없을 때에는 집에서 기르
아주 오래 된 이야기이지만 저에게도 할아버지가 계셨지만 같이 손잡고 장터에 간 기억같은 것은 없어요.<br />
그리고 주변에서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 찾기 쉽지 않더군요.<br />
그만큼 민재님의 추억이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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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그것에 따라 사람도 하나 둘 흘러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