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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10월 18일] 나라꼴 잃어가는 6년
87년부터 진보해 온 한국사회, 이명박정부부터 뒷걸음질
국익 나몰라라 청와대수석, 국사편찬위원장 아들은 美국적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한국 현대사를 잘 모른다. 그들에게 '잃어버린' 기간이라면 반대편에서는 '진보해온' 기간일 텐데 겨우 10년이 아니다. 20년이다. 정확히 말하면 87년 이후로 한국사회는 꾸준히 진보해왔다.
노태우 정부는 공산권 국가와 수교해서 실리외교를 시작했다. 90년 소련, 92년 중국과 수교를 하고 91년에는 북한과 유엔가입을 했다. 북한을 나라로 인정했다. 보편복지가 시작됐다. 77년 직장의료보험으로 시작한 것이 88년에는 농어촌, 89년에는 도시지역으로 확대돼 누구나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게 됐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정치군인의 사조직인 하나회가 해체되고 금융실명제가 도입됐으며 4급이상 공직자의 재산공개가 시작됐다. 역사바로세우기라는 이름으로 전두환 노태우를 사법적 엄벌에 처했다.
집권당만 놓고 보면 '군부독재세력이 세운 정당' '권력을 잡기 위해 군부독재정당과 야합한 정당'이겠지만 정책만은 진보의 길로 나아갔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남북관계가 확 달라졌다. 금강산 관광이 성사되고 6.15선언을 통해 남북화해와 교류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개성공단이 구상됐다. 남북갈등에 따른 안보불안요인이 사라졌다. 중학교 의무교육제가 실시됐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부터 권위를 버리고 민주적인 절차를 지키려고 했으며 도덕성 측면에서 공직자들의 선발기준을 높였다. 논문의 이중게재만으로 경제부총리에서 낙마했다. 남북관계에서 화해와 교류를 이어갔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런 것이 다 뒤집어졌다. 무슨 기준이 있어서도 아니다. 남북교류는 중단됐고 미국에 유리한 교역과 군사정책이 거듭되고 일본에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불법을 저지른 사람까지 장관으로 임용될만큼 공직자의 기준은 떨어졌고 복지가 대폭 축소됐다. 4대강 사업이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짓으로 위장한 채 집행이 됐다. 영리병원을 허용하려 하고 철도와 인천공항 민영화를 계속 시도했다. 이명박 정부 5년은 거대한 범죄집단이 나라곳간 털어먹기를 조직적으로 했다는 느낌마저 준다. 허황된 해외광물사기에 공공기관을 동원해서 수천억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한식세계화에 공금을 날렸다. 부패와 무능은 전 공공기관으로 확산되어 한국전력의 자회사에서 일어난 부품비리는 원전의 4분의 1을 가동중단시켰다. 권력을 유지하려고 정부기관을 사조직처럼 부렸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불법사찰에 이어 국정원과 보훈처, 국방부까지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범죄를 서울경찰청이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쌍둥이이다. 공직자들은 여전히 부패 무능 불법이 어깨동무하고 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주장에 아니다 말도 못한다. 나아가 역사를 왜곡하려고 한다. 친일교과서를 교육부가 편들고 국사편찬위원장 후보는 헌법에 명시된 4.19의 정신을 외면하고 이승만을 찬양하는데 아들이 미국국적자라는 것까지 드러났다.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아들도 미국국적자로 군대를 가지 않은 게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엄청난 문제가 드러나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용산참사를 일으킨 김석기 전 경찰청장을 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하고 유민봉 수석의 문제가 지적돼도 해임도 사퇴도 없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황에 대해서도 '자체 개혁을 할 것'이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차떼기로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이 복권되더니 공천을 받았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이란 무슨 의미일까. 마음껏 털어먹을 곳간에 세금 내줄 국민이 있는 곳일까? 자식들은 국방의 의무도 안하고 본인은 헌법정신도 외면한 채 높은 자리에서 국록만 받으면 그만인 곳인가?
진보해온 2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부르든 20년으로 부르든 상관없다. 당신들이 무지한 탓이니까. 그러나 공직자는 국민의 기본의무를 외면하고 국가기관은 제 역할을 안 하면서 이게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꾸려가는 방식이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무너져가고 있다. 주범은 이명박 정부이지만 박근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