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일 전, 해인사에 갔다가 부근의 '소리길'을 가족과 함께 재미있게 걷고 있었습니다.
잠시 쉬면서 해인사 입구의 캔음료 자판기 고장으로 인해 2000원 어치의 음료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하니 알았다고 하는데 안오더군요. 한 15분 지나 전화를
하니 바빠서 못 움직인다고 하더군요. 다시 전화 안했더라면 망부석됐을 뻔.
어이가 없었지만, 어쩔거냐고 하니 부근의 다른 사람을 보내겠다고...
그런데 또 시간이 지나더군요. 그다리다 짜증이 나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체를 해달라고. 2000원.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비용이고,
그렇다고 가족과 즐겁게 소리길 걷기하던 것을 이렇게 짜증으로 망칠 수도 없기에...
그러고 떠나는데 전화가 오더군요. 거의 다 왔다고...
제 얼굴에는 이미 짜증이 가득했으나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또 기다렸습니다.
그러면서, 어짜피 필요한 음료니 돈대신 음료를 받아가자, 웃자, 웃자, 세뇌 중인데,
그분이 오더니 5,000원을 주더군요. 기다린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순간 정말 머리가 혼란스러워지더군요.
폭발할 것 같던 짜증을 억지로 이겨내며 마인드콘트롤까지 하고 있었는데,
저사람은 그냥 그 모든 시간과 스트레스, 감정을 그냥 3000원에 쿨하게 끝내더군요.
'제가 주인이 아니라 아는 사람 부탁받고 왔습니다' 라고 하는데 할말도 막히고...
세로로 한번, 가로로 한번 접힌 5,000원 지폐를 받아 들고 수초간 고민에 빠졌습니다.
확 엎어버릴까, 가족의 행복한 여행을 위해 참을 것인가...
혹시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저 사람의 행동이 객관적으로 옳은것일까?
저 기기로 인해 내 가족에게 발생된 손실을 3,000원 받고 끝내야하는 것일까?
모든 상황을 뒤로 하고, 일단 가족의 좋은 여행 추억을 위해 그냥 받고 끝냈습니다.
그리고 그건 지갑이 아닌 주머니로, 그 돈은 지금도 책상위에 그냥 따로 있습니다.
쓰자니 짜증나고,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고. 그런데...
벌써 일주일 전 일인데도 당시 그냥 2,000원만 받고 할 얘기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제 속이 정말 좁디 좁은 것 같습니다.
그날 5,000원 받고 걸어가면서 가족과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같이 음료 못받은 이가 최소 10명은 되겠지? 그 중 항의한 사람이 있긴 있었을까?'
'사람 많은 곳에 일부러 음료 안나가는 고장난 기기 갖다 놓으면, 넣은 돈 중
일부만 돌려주면 되니 정말 남는 장사 되겠다 ^^;'
사실, 마트에 갔다가 동전 껴져있는 카트 버리고 간 것 보면 고민에 빠지긴 합니다.
대신 껴주고 100원 동전을 취하는 것이 내 시간/에너지 소비 대비 득이 될까?
최저 임금, 지금 직장에서의 시간 비용, 수백키로 떨어진 곳에 왔을 때의 시간비용,
n명이 동시 당하는 일에 대한 비용... 시간은 분명 돈인데 좀 애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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