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헤로도투스 네트(http://www.herodote.net/)는 정기구독자를 상대로 “2013년 팡테옹에 모실 인물”을 물어보았다. 팡테옹은 프랑스 혁명 전 가톨릭 교회로 짓다가 혁명이 일어나면서 “위대한 인물”의 무덤으로 쓰이는 일종의 국립묘지이다. 9월 15일부터 29일까지 2주 동안 4228명이 응답했다. 그들이 가장 많이 투표한 인물은 모두 31명이다.
1위부터 10위까지 명단에서 18세기 혁명 전, 지식의 보급에 힘쓴 드니 디드로(1784년 사망), 혁명기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다 죽은 올랭프 드 구즈, 그리고 19세기 공화주의 운동에 열렬히 참여한 “붉은 처녀”를 뺀 7명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조국의 자유를 지키려고 목숨을 바쳐 싸운 사람들이다.
1. 올랭프 드 구즈(903) --프랑스 혁명기(1791) “여성에게는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고 주장, 남성과 같은 권리 주장.
2. 드니 디드로(532) -- 계몽사상가, [백과사전] 편찬자
3. 즈느비에브 앙토니오즈 드 골(523) -- 드 골 장군의 조카딸, 레지스탕스 운동
4. 시몬 베이(519) -- 레지스탕스 운동
5. 알베르 카뮈(478) -- 반식민지 운동
6. 뤼시 오브락, 레이몽 오브락 부부(450) -- “남부 해방” 레지스탕스 운동
7. 루이즈 미셸(일명 “붉은 처녀”, 430) -- 1871년 파리 코뮌 시절 공화주의 운동
8. 피에르 망데스 프랑스(345) -- 페텡의 나치독일 협력에 반대
9. 제르멘 틸리옹(276) -- 민족학자이며, 저항운동에 참가
10. 마르크 블로크(262) -- 역사가이며, 저항운동에 참가
*이름 옆은 득표수
역사 잡지의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그러나 프랑스의 모든 사람이 응답하지 않았을 것이니 섣불리 그렇게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와 견주어 보면, 응답자들은 상식적인 선에서 자랑스럽게 응답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리라.
프랑스에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보면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친일부역자의 자식이거나, 대를 물려 아비의 논리를 심화시키고 대중에게 강요하는 자들이 큰소리친다. 더욱이, 역사를 올바로 가르치자는 사람들을 무조건 종북으로 매도한다. 그들이 현실적으로 정치권력을 휘두르면서 “집단의 기억”을 제 입맛대로 바꾸려하는 현실을 보면 참으로 암담하다.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한 일본인의 논리를 미화하여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역사교수와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국립묘지에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모신 것을 보면서 조만간 “왜 테러리스트에게 성역을 내주는가”라고 물을 기세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