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여름이었을까, 포털 뉴스에 '선풍기 켜놓고 자면 죽을까?'라는 제목의 글이 보였다. 제법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라 바로 클릭 내용을 찬찬히 읽어봤다. 그리고 약간 의외인 내용들이 써 있었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도 죽지 않는다는 거였다. 기사 자체는 상당히 허접해서 위키피디아의 항목 하나를 고스라니 소개하는 것일 뿐이었는데 내용 자체는 제법 재미있었다.



선풍기 켜놓고 자면 죽는다고 하는 것은(fan death) 남한에 널리 퍼져있는 도시괴담(urban legend)이라고 한다. 알고보니 외국에선 이런 얘기가 거의 없는 모양이다. 딴은 나도 더위를 좀 타는 탓에 여름이면 선풍기 틀어놓고 자는 적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있고 그것 때문에 건강이나 생명에 위험을 느껴본적은 없다. 설명을 보자면 이런 팬 데스라는 도시괴담은 한류 등의 영향으로 동남아시아에 퍼지고 있단다. 조금 황당한 일이기도 하다.



사실 긴가민가 했지만, 텔리비젼 뉴스나 신문 사회면에도 심심치않게 등장해주는 이런 죽음에 대해, 그게 쌩 거짓말이라고 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나 스스로가 선풍기 틀어놓고 자는 적이 많았지만 별 문제가 없었다는 단편적인 사실 하나만 가지고 그게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거기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왜 죽는지에 대해 무려 의사들까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왜 죽는가. 저체온증이 되어서 죽는다고 한다. 혹은 호흡곤란이 되어서 죽는다고 한다. 혹은 저산소증이 되어서 죽는다고 한다. 이런 얘기들이 여름철 신문이나 방송에서 의사들을 통해 소개되었다. 나는 켜놓고 잔적 많지만 안죽었다고 해봐야 통념과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 우습다. 그래서 나는 '선풍기를 켜놓고 자면 죽는 사람들은 아마도 소수의 특별한 체질의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게 전혀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얼마든 있어 보인다.



팬 데스를 도시괴담이라 주장하는 측에서는 선풍기 켜놓고 자다 죽은 실례에 대해서 다르게 설명한다. 사람이 잠든 후 돌연사 하는 이유는 아주 여러가지가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건강상의 이유들이 있는데, 그렇게 누군가 돌연사했을 때, 그리고 때 맞춰 선풍기가 작동되고 있었다면 '아 이놈 선풍기 켜놓고 자서 죽었군' 해버린다는 것이다. 선풍기가 켜져있지 않은 상태라면 무슨 이유로 왜 죽었는지 돌연사의 원인을 제대로 밝힐 것인데, 선풍기가 켜져 있기만 하다면 실제 원인은 더이상 찾아보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뜬금없는 선풍기 죽음 이야기. 문득 앰프나 선재나 씨디피를 바꿨을 때 변화를 느꼈다고 하는 것이 이 도시괴담을 쏙 빼닮았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선재를 바꿨더니 소리가 완전히 달라졌다. 소리가 달라졌다고 느낄 여러가지 요인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선재를 바꿨으니 소리가 달라졌다고 쉽게 속단해버리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