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한세월을 같이 하다보면,
서로의 습관이나 성격차이를 알수 있게 되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것 같은데,
외출에서 돌아온 마나님은 거실로 들어오며,
신발을 꼭 밖에 벗어놓고 들어온다.
아니나 다를까 금방 비가 내려, 신발위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러면 내가 신발을 집어, 현관문안에 있는 신발장에 놓아주며 한마디 한다.
"신발 젖으면 축축하잖아.. 어떻게 신을려고 그래?
신발 들여 놓는게 그리 어려워? 왜 매 번 그냥 들어와?"
그러면 마나님 왈~
"그런건 당신이 잘하잖아 그냥 들여놔~ "
매 번 이런식이다.
내가 신발 들여주는 사람??
1,000 mm 우유를 마시고 나면, 빈 곽을 버려야 되는데,
나는 이 우유곽을 양끝을 안으로 밀어넣어 접고,
꾹 눌러 납작하게 만들어, 재활용 쓰레기비닐안에 넣는다.
그러면 더 많은 양을 넣을수 있고, 미관적으로도 깔끔해서 보기가 좋다.
해서,
마나님앞에서 직접 우유곽 접는 시범을 보여 주며 이렇게 해보라고 한다.
그러면 마나님 왈~
"그런건 당신이 잘하잖아 그냥 해~ "
매 번 이런식이다.
내가 우유곽 접어주는 사람??
마나님과 둘이 앉아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파리 한마리가 방바닥에 내려앉는다.
그걸 본 마나님이 손을 펴 잡아챌 모션을 취한다.
저걸 어떻게 잡겠어 분명 빠져 나갈거야.. 그리 생각하고 있는 순간,
마나님의 손이 번개처럼 옆으로 움직였다.
분명 빠져나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잡았어?"
마나님이 씩 웃으며 손안의 파리를 움켜쥐며 대답한다.
"당연하지!"
"우와! 소 뒷걸음치다 쥐한마리 밟았네~ "
얼마전 오토바이 세차하다가 반바지에 기름때가 묻었다.
집안에서 뒹굴거릴땐 반바지를 입고 있는게 편해,
빨아달라고 얘기했었다.
입을려고 보면 항상 그 기름때가 보여,
"아직도 안빨았어?" 하고 묻곤 했는데,
오늘 문득 그 바지를 찾아보니,
기름때가 없어졌다.
TV를 보고 있던 마나님이 곁눈질로 나를 보며,
"왜 아직 안빨았을까봐?"
"우와! 소 뒷걸음치다 쥐한마리 밟았네~ "
드라마에만 몰입하고 있는줄 알았더니,
내가 그 기름때 없어졌나 쳐다보는건 어찌 알았을까..ㅋ
생각해보니,
나와 마나님의 성격이 똑같이 예민했으면 어찌 살았을까 싶다.
부부란 서로 모자른 곳을 채워주며 살아 가는게 아니겠나..
까짓거 신발 몆 번 안들여 놓고, 우유곽 못접고, 바지에 기름때 묻은거 며칠 더 묵혀두면 어떤가..
대신 내가 못하는 요리도 잘하고, 파리도 잘잡고, 잘웃어주지 않던가..
그러고 보면 마나님은 내게 있어,
둔한 사람이 아니라, 편한 사람이었다는걸 모르고 지내 왔다.
오늘도 마나님의 눈웃음 한방에 아무 생각이 안드는걸 보니,
나는 복댕이와 사는게 틀림없다.
뭐 이만하면 한쌍의 원앙은 못될지라도, 환상의 콤비 정도는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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