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만 있다는 전세 제도가 생길 수 있었고 지금껏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들 아시지요.
개발의 시대에, 부동산이 가장 수익률 높고 보편적인 투자 대상이었기 때문에,
유주택 서민들이 목돈을 차용하는 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던 데다,
당시에는 금융권 금리도 높았고, 부동산에 투자하면 그 고금리보다도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으니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같은 개발의 시대에, 우리나라는
정당한 노동의 댓가와 공정공평한 과세로써
일해서 돈벌고 약자가 보호받고 고소득자가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돈이 돈벌고 강자가 득세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버린 겁니다.
이같은 시스템이 존속되어 오다가 국내외 경제 지형이 급변하니,
부동산이 더 이상 돈으로 돈버는 도구가 되지 못하게 되어,
우리는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전세 제도가 붕괴되는 대혼란을 맞게 된 것인데,
비정규직 문제, 임금 수준 재조정, 과세의 공정공평성 등, 이같은 격변에 차근차근 준비했어야 했습니다.
경제, 사회 체질을 완전하다시피 싹 바꾸는 것이라 쉽지는 않겠습니다만, 하긴 했어야 했습니다.
외국처럼 서민들도 자기 벌이만 갖고 월세 내고 생활할 수 있게끔 되려면 지금의 경제, 사회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체질 개혁… 혁명이나 마찬가지인 변화인데, 대단히 거시적인 안목에서 국가 마스터 플랜을 짜서 나아가야 되는데, 단기 처방, 대증 요법으로는 별 답이 안 나올 것 같습니다.
준비 없이, 되려 시대의 파고에 역행하는 반동적 복고로 가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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