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여름방학 자율학습시간에... 친구가 물었다.
'너 여자 먹어본 적 있냐?'
'어? 뭐야 뭐야 너 먹어봤니?'
'그럼... 엄청 많이 먹어봤지, 얼마나 맛있는데'
평소 말수가 적고 조용하던 친구였길래 깜짝 놀랐다.
'야 너 다시봐야겠다, 어땠어? 어때? 이야기 좀 해 봐라'
'누구야 누구...OO여고야? OOO여고야?'
'야 무슨 소리야? 여고라니?'
'너가 여자 많이 먹었다며? 그러지 말고 이야기 쫌 해봐봐'
'아... 난 또 뭐라고... 여자가 아니고 여-자 말이야, 여-자'
'무슨 소리야?'
'여-자라고 열매가 있는데... 많이 먹어봤다고... 엄청 맛있어'
'에이~ 거짓말 하지 말고... 여자 먹은 이야기나 해봐'
이랬던 적이 있었다.
세상에 그런 열매가 어딨냐고 티격태격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어제 옥상에 방수포를 말리려고 올라가니...
이웃집 아주머니께서 채소(?)를 말리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토란대 말리시는구나... 근데 옆에 그건 뭐예요?'
'네 안녕하세요, 이거는요... 여주예요'
'예? 여-자요?'
'네, 이게 여주인데... 우리가 직접 기른거예요'
'아~ 이게 그거구나, 고등학교때 친구가 '여자'라는 열매가 있다고 했는데...'
'근데 이거... 여-자... 함 먹어봐도 되요?, 엄청 맛있다던데...'
'네, 먹어보세요, 여기 노랗게 잘 익은 걸로 드세요, 많이 써요'
'네... '
나는 그때로부터 30년이 다 되어서야... 아파트 옥상에서 여-자를 먹어봤다.
맛은 친구말처럼 그렇게 엄청나게 맛있지도 않았고, 아줌마 말처럼 그렇게 많이 쓰지도 않았다.
근데 또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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