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상 어느 한가지에 몰입하면, 그거 외에는 다른 생각을 잘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몰입이라는게 생산적인 것에 집중되야,
개인이나 가정 또는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공헌하고 이바지하는 바가 클터인데,
안타깝게도 저는 소비적인것에 더 치중된 삶을 살아온듯 합니다.
생각이나 금전적인 것은 그 분배가 원활할때,
가족간에 불협화음이 없는 원만한 가정을 이뤄나갑니다.
집안의 가장이라는 사람이 편협적인 생활을 해왔으니, 마눌님이나 애들앞에 당당할수가 없습니다.
한가지 핑계를 댄다면,
- 되는 일은 별로 없고 고단한 삶에 찌들다보니, 무언가 탈출구가 필요했고 위로를 받고 싶었다? -
그러나 이세상 사람 모두가 힘들다 하여, 저처럼 나만의 세계로 빠져들진 않을테니,
이 역시 핑계에 불과할 뿐이군요.
젊은 시절엔 지금의 마눌님을 만나,
25,000 원 삭월세방에서 살림을 시작하여, 안해본게 별로 없이 온갖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힘든 시절을 버텨내게 해줬던 것 중 하나가 술이었는데,
참 많이도 마셨지요.
모든 사람이 힘들다 하여, 저처럼 많이 마시진 않았을테니,
이 역시 핑계에 불과할 뿐입니다.
삼 십 대 시절엔 우연잖게 들어간 직장이 교통이 불편하여,
출퇴근용으로 오토바이를 하나 구입하여 타고 다니게 됐습니다.
그런데 처음 타본 이 오토바이가 저에겐 신세계더군요.
그렇게 재미있을수가 없었습니다.
마음맞는 직장동료와 시간만 나면 근교를 쏘다녔습니다.
딱 여기까지만 하고 말았어야 했는데,
저의 편집증은 여기서 멈추질 않더군요.
대형오토바이를 타보겠다고 2 종 소형 시험에 도전 했습니다.
근데 이게 마음같지않게 쉽지가 않더군요.
세 번 떨어지고 나니,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엔 배기량이 높은 오토바이를 타고 연습할수 있는 학원은, 서울과 제천 두 군데밖에 없어,
직장동료와 충북 제천까지 달려가, 3 일 내 내 코스를 하루 500 바퀴를 돌며 연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나중엔 오토바이와 내가 한몸이 된양 자유자재로 다루게 되더군요.
드디어 자신감을 갖고, 직장동료와 함께 예산 운전면허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나란히 합격했습니다.
기분이 날아갈듯 하더군요.
오토바이를 10 대 이상 바꿔가며 배기량을 높여 갔습니다.
주말마다 무리지어 투어를 다니고,
사고도 숱하게 났지만,
오토바이에 미쳐있던 저는 마눌님의 걱정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행복 했더랬습니다.
그러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는 대형사고를 한번 겪은 이후,
지금은 글자그대로 출퇴근용 소형오토바이 하나만 남겨놓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지만, 모두 다 저같이 미치지는 않을테니,
이 역시 변명이 불필요한 저만의 핑계에 불과할 뿐입니다.
최근엔 오디오기기에 빠져 살짝 미쳐가고 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이, 숱한 바꿈질끝에 원하던 소리를 찾아낸듯 하여,
이대로 정착할듯 싶기는 합니다.
그러나 일련의 사례들로 보아, 제정신으로 살아왔다 보기엔 많은 무리수를 행했습니다.
내가 미쳐있을때엔, 주위를 살필 여력이 없어 나 스스로 행복했을지 모르지만,
궁색한 살림을 꾸려가는 마눌님의 눈에 비치는 나는 어땠을까요?
아마도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어 저런 웬수를 만났을까... 아마 이러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말이 전혀 틀린 말도 아닌게,
예전에 마눌님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나는 아들 셋을 키우고 있다고...
얼마나 철딱서니 없는 짓을 많이 했으면...ㅠㅠ
그나마 요즘 나이가 들어가니,
제 눈에 비치는 마눌님의 모습이 다르게 보이기는 합니다.
그저 안스럽고 애처럽고 불쌍하고...ㅠㅠ
이래선 안되겠다싶어 예전에 안하던 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급적 마눌님과 외식 자주 하기.. 마눌님 말에 토달지 않기.. 시키는건 무조건 하기..
100% 라고 말할순 없지만 많은 부분 노력 했습니다.
뭐 이런다고 굳어진 웬수가 느닷없이 사랑스럽게 보일리는 없겠지만,
저를 바라보는 마눌님의 눈빛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지기는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제가 그동안 얼마나 무심했는지...
많이 반성했습니다.
살아오며 많은 것에 미쳐 봤습니다.
생각해보니 비생산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어차피 잘 미치는 성격이라면, 이젠 그 방향을 달리 해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눌님에게 미쳐봐야겠습니다.
사람에게 생산적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겠지만, 아무려면 뭐 어떻습니까...
저로 인해,
마눌님의 눈빛이 부드럽다못해, 더 나아가 그 얼굴에 함박웃음이 지어질 수 있다면,
그리고 그동안의 내 잘못이 조금이라도 용서가 될 수 있다면,
그까짓 미치는거쯤이야 열번이고 백번이고 할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훗날 세월이 흘러 마눌님이 눈을 감을때,
"그래도 그 사람 따뜻한 사람이었어..."
가슴에 이런 기억 하나 안고 떠날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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