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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면 행복하다?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3-08-12 08:23:14
추천수 5
조회수   791

제목

미치면 행복하다?

글쓴이

조창연 [가입일자 : ]
내용


성격상 어느 한가지에 몰입하면, 그거 외에는 다른 생각을 잘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몰입이라는게 생산적인 것에 집중되야,

개인이나 가정 또는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공헌하고 이바지하는 바가 클터인데,

안타깝게도 저는 소비적인것에 더 치중된 삶을 살아온듯 합니다.



생각이나 금전적인 것은 그 분배가 원활할때,

가족간에 불협화음이 없는 원만한 가정을 이뤄나갑니다.

집안의 가장이라는 사람이 편협적인 생활을 해왔으니, 마눌님이나 애들앞에 당당할수가 없습니다.

한가지 핑계를 댄다면,

- 되는 일은 별로 없고 고단한 삶에 찌들다보니, 무언가 탈출구가 필요했고 위로를 받고 싶었다? -

그러나 이세상 사람 모두가 힘들다 하여, 저처럼 나만의 세계로 빠져들진 않을테니,

이 역시 핑계에 불과할 뿐이군요.



젊은 시절엔 지금의 마눌님을 만나,

25,000 원 삭월세방에서 살림을 시작하여, 안해본게 별로 없이 온갖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힘든 시절을 버텨내게 해줬던 것 중 하나가 술이었는데,

참 많이도 마셨지요.

모든 사람이 힘들다 하여, 저처럼 많이 마시진 않았을테니,

이 역시 핑계에 불과할 뿐입니다.



삼 십 대 시절엔 우연잖게 들어간 직장이 교통이 불편하여,

출퇴근용으로 오토바이를 하나 구입하여 타고 다니게 됐습니다.

그런데 처음 타본 이 오토바이가 저에겐 신세계더군요.

그렇게 재미있을수가 없었습니다.

마음맞는 직장동료와 시간만 나면 근교를 쏘다녔습니다.

딱 여기까지만 하고 말았어야 했는데,

저의 편집증은 여기서 멈추질 않더군요.

대형오토바이를 타보겠다고 2 종 소형 시험에 도전 했습니다.

근데 이게 마음같지않게 쉽지가 않더군요.

세 번 떨어지고 나니,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엔 배기량이 높은 오토바이를 타고 연습할수 있는 학원은, 서울과 제천 두 군데밖에 없어,

직장동료와 충북 제천까지 달려가, 3 일 내 내 코스를 하루 500 바퀴를 돌며 연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나중엔 오토바이와 내가 한몸이 된양 자유자재로 다루게 되더군요.

드디어 자신감을 갖고, 직장동료와 함께 예산 운전면허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나란히 합격했습니다.

기분이 날아갈듯 하더군요.

오토바이를 10 대 이상 바꿔가며 배기량을 높여 갔습니다.

주말마다 무리지어 투어를 다니고,

사고도 숱하게 났지만,

오토바이에 미쳐있던 저는 마눌님의 걱정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행복 했더랬습니다.

그러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는 대형사고를 한번 겪은 이후,

지금은 글자그대로 출퇴근용 소형오토바이 하나만 남겨놓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지만, 모두 다 저같이 미치지는 않을테니,

이 역시 변명이 불필요한 저만의 핑계에 불과할 뿐입니다.



최근엔 오디오기기에 빠져 살짝 미쳐가고 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이, 숱한 바꿈질끝에 원하던 소리를 찾아낸듯 하여,

이대로 정착할듯 싶기는 합니다.

그러나 일련의 사례들로 보아, 제정신으로 살아왔다 보기엔 많은 무리수를 행했습니다.

내가 미쳐있을때엔, 주위를 살필 여력이 없어 나 스스로 행복했을지 모르지만,

궁색한 살림을 꾸려가는 마눌님의 눈에 비치는 나는 어땠을까요?

아마도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어 저런 웬수를 만났을까... 아마 이러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말이 전혀 틀린 말도 아닌게,

예전에 마눌님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나는 아들 셋을 키우고 있다고...

얼마나 철딱서니 없는 짓을 많이 했으면...ㅠㅠ



그나마 요즘 나이가 들어가니,

제 눈에 비치는 마눌님의 모습이 다르게 보이기는 합니다.

그저 안스럽고 애처럽고 불쌍하고...ㅠㅠ

이래선 안되겠다싶어 예전에 안하던 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급적 마눌님과 외식 자주 하기.. 마눌님 말에 토달지 않기.. 시키는건 무조건 하기..

100% 라고 말할순 없지만 많은 부분 노력 했습니다.

뭐 이런다고 굳어진 웬수가 느닷없이 사랑스럽게 보일리는 없겠지만,

저를 바라보는 마눌님의 눈빛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지기는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제가 그동안 얼마나 무심했는지...

많이 반성했습니다.



살아오며 많은 것에 미쳐 봤습니다.

생각해보니 비생산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어차피 잘 미치는 성격이라면, 이젠 그 방향을 달리 해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눌님에게 미쳐봐야겠습니다.

사람에게 생산적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겠지만, 아무려면 뭐 어떻습니까...

저로 인해,

마눌님의 눈빛이 부드럽다못해, 더 나아가 그 얼굴에 함박웃음이 지어질 수 있다면,

그리고 그동안의 내 잘못이 조금이라도 용서가 될 수 있다면,

그까짓 미치는거쯤이야 열번이고 백번이고 할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훗날 세월이 흘러 마눌님이 눈을 감을때,

"그래도 그 사람 따뜻한 사람이었어..."

가슴에 이런 기억 하나 안고 떠날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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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tectwater@hanmail.net 2013-08-12 08:43:22
답글

100마디 말보다 한번의 감사표시.... <br />
<br />
오토바이 가격의 가방 하나면 기뻐하실겁니다

이인성 2013-08-12 08:54:55
답글

"소비적인 것에 더 치중된 삶" 은 <br />
현실이 행복하거나 즐겁지 않을때, <br />
다른데서 그 뭔가를 찾고 싶어 하는 모습입니다. <br />
'젊음의 혈기' 일수도 있는데 <br />
이걸 다른 관점으로 보면, 일종의 '회피'죠. 현실도피 같은.... <br />
근데 내가 도피하면 할수록, 나와 함께 사는 사람은 더 피곤해지겠죠.. <br />
<br />
또 다른 관점으로 보면, <br />
회피할 곳이 있는 사

염일진 2013-08-12 09:10:01
답글

그나마 지금이라도 마님을 위해서 애쓰신다니..다행입니다...~<br />
<br />
두 분 앞으로 알콩달콩 오손도손 행복하세요..~

강민구 2013-08-12 09:23:08
답글

조창연님의 말씀에 많이 공감합니다. <br />
<br />
저는 오디오를 그렇게 몰입하지는 않지만 오디오를 회피적인 것이라 생각될까 많습니다. 가급적 제 수준에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오디오는 저에겐 쇼핑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 아주 자본주의저기면서 아주 고급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저급한 충동을 감추고 있는 위선적인 취미중 하나이지 싶다는 생각까지 해봅니다. 물론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김정우 2013-08-12 09:33:03
답글

<br />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기 위하여 미쳐 버린다'는 묘한 역설이 생각 납니다.<br />
달필이십니다.

이종철 2013-08-12 09:52:51
답글

부부가 나이가 들면 서로 측은지심으로 살아간다고 하죠.<br />
<br />
이것도 사랑의 간접적인 표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harleycho8855@nate.com 2013-08-12 10:31:21
답글

김기수님... 오디오는 지금 았느거로 같이 듣기에, 충분합니다..^^<br />
<br />
하춘수님... 오토바이 가격의 가방 하나를 사려면, 지금 있는 오디오를 내다 팔아야 하는데,<br />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ㅠㅜ<br />
<br />
이인성... 좋은 말씀 잘들었습니다.<br />
마치 심리학을 전공하신듯한 예리한 분석력이 돋보입니다.<br />
이런 글을 진작 접하지 못한것이 아쉽습니다.<br />
<br />

이인성 2013-08-12 10:50:23
답글

자기가 거기에 빠져 있을때는...(중독 등에..)<br />
자신이 그러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합니다. <br />
(팩트는 알지라도 뭐가 문제인지는 인지 못하죠)<br />
그 기간이 지나서야..<br />
자신이 그러했다는걸 제대로 이해하게 됩니다.

harleycho8855@nate.com 2013-08-12 11:06:18
답글

이인성님... 평생 팩트를 인지 하지 못하고 지내는 분도 간혹 있겠지요..<br />
그 기간이 지나서라도 잘못된 부분을 고쳐 나갈수 있게 노력할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br />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조원식 2013-08-12 11:19:11
답글

모든 사람이 일만 미친듯이 열심히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br />
한눈파는 사람, 두눈 파는 사람들이 있는게 당연한거죠.<br />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생업 이외의 분야에 미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강민구 2013-08-12 11:27:37
답글

조창연님 댓글 감사합니다.<br />
<br />
어쨌든 아침부텀 정신이 버쩍 드는 글이었습니다. <br />
인젠 와싸다도 그만 들어와야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br />
<br />
사실 6년만에 다시 음악을 들ㅇ르 수 있ㅇ게되어서 작년 4월부텀 지금까지 1년이상 엄청 달렸습니다. 판 값으로 기천만원이상 쓴 것 같습니다만 인젠 마음에서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들어요<br />
<br />
" 그래 사라 그런데 말이야 필요한 것을

김주항 2013-08-12 12:41:45
답글

철 들자 망녕 난다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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