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진실’과 ‘대화록 규명’은 별개입니다.
- 상식과 원칙에서 둘 다 진실을 가립시다. -
제가 7월 23일 밝힌 “이제 NLL 논란을 끝내야 합니다”라는 글을 이상하게 해석하고 황당하게 비난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 글을 제대로 읽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취지를 거듭 분명하게 강조하고자 합니다.
국가기록원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없다는 상황은, 저희나 국민들 모두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 이유를 규명하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래서 여야가 방법을 합의해 원인을 규명하자고 했습니다.
다만 특검이냐 국정조사냐 검찰수사냐 등의 규명방법은, 당 지도부가 있는데 제가 먼저 나서서 말하는 것이 적절치 않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규명하면, 책임이 가려질 것입니다. 책임져야 할 사람과 책임의 정도가 밝혀질 것입니다.
혹여 제가 몰랐던 저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제가 비난을 달게 받고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귀책사유가 있는 측에서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특히 새누리당은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무고한 책임을 덮어씌운데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합니다.
이것은 저의 개인적 제안이나 주장이 아닙니다. 사리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사리를 말씀드린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그 글에서 제가 강조한 것은, “대화록이 없다는 상황의 규명은 별도로 하면 될 일이고, 대화록이 없다고 하는 이유를 내세워 ‘NLL 포기’논란의 진실을 덮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즉 대화록이 없다고 하는 이유는 별도 규명하기로 하고, 우선 열람 가능한 기록으로 소모적 ‘NLL 포기’논란을 끝내자는 것입니다. 지금 대화록이 없더라도 열람 가능한 기록만으로도 ‘NLL 포기’논란의 진실을 가리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을 아무리 악의적으로 해석해도, 회담 전후의 기록을 보면 ‘NLL 포기’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합니다. 국방장관회담 대책보고회의 기록 하나만 보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NLL 포기’ 논란을 일으켜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덮듯이, 또다시 대화록이 없다는 것으로 ‘NLL 포기’ 논란의 진실을 덮어선 안 된다는 것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국익을 위해서라도 ‘NLL 포기’가 아니었음을 새누리당이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놓고, 문제의 본질인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물론 그 기록 열람 결과 새누리당 주장대로 ‘NLL 포기’였음이 만천하에 확인되면 저는 이미 약속한대로 책임을 질 것입니다.
그러나 NLL 포기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면, 그렇게 주장한 사람들이 응당 책임져야 합니다.
사과할 사람은 사과하고 사퇴를 약속한 사람은 약속대로 사퇴하거나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이 역시 저의 제안이나 주장이 아니라 사리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취지였습니다. 그 글 어디에 NLL 논란을 무작정 덮자거나 그만두자는 주장이 있던가요. 그렇게 오해할 만한 대목이라도 혹시 있었습니까.
제가 NLL 논란을 그냥 덮자거나 그만 두자고 무책임하게 주장했다는 비난은 황당합니다. 오죽하면 제가 이 글을 다시 올리겠습니까. 부디 제 글을 다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정치에서 신의와 원칙과 책임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 믿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기존 정치가 그게 아니라 해도 여의도 정치권과 언론에 이런 식의 우격다짐이 난무하는 것은 너무 서글픕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회담 전후의 기록은, 이미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제공받아 확보해 놓고도, 아직 열람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화록이 없으면 없는 대로, 열람 가능한 기록은 열람해서 NLL 논란의 진실을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또 언론은 왜 이를 외면하는 것입니까? 저의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간곡하게 당부 드립니다. 상식엔 여야가 없습니다. 가는 길이 달라도, 우리가 상식에 기초해 정치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국민들에게 덜 부끄럽습니다.
저는 이 상황이 참담하고 부끄럽기만 합니다.
2013. 7. 26.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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