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테라 음원하드 사망사건에 보여준 횐님들이 관심에 감사드리면서 보답(?)의 의미로 그 이후일들을 풀어놓을까 합니다.
일단 횐님들의 관심이 많으셨던 이유를 곱씹어 보니,
첫재, 음원하드관리가 저마다 다 상당한 고민거리라는 사실.
둘째, 웨스턴디지털 2테라 그린이 워낙 많이 쓰이다 보니, '혹시 내 하드도?' 공포감을 유발시킴.
셋째, 원래 남의 안좋은 일에 고소해 하는 국민성? 저의 불행한 사건에 어느 누구도 애도의 표현을 보여주진 않아서 섭섭한 면도 있지만 원인분석과 대처에 대한 진지한 답글들 덕분에 지금은 괜찮습니다^^
심장마비인지, 살인진드기인지 모르겠지만 어째든 작별인사나 유언 즉, '복구의 가능성'을 조금더 열어주지 않고 황망하게 가버린 하드에 대한 배신감으로 한동안 멍때리다가 잠깐 4테라 하드 구입을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시게이트 4테라가 마침 저렴한 가격에 풀려 구입할까 하다가 시게이트 하드의 안좋은 추억들 때문에 결국은 말았습니다.
AS 신청한 하드는 이틀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기판에 콘덴서 정도만 교환된 원래꺼로 왔으면 했었는데 , 완전 새삥으로 와서 실망했습니다. 왜냐하면 원래 하드의 데이타 복구 가능성이 제로로 확인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었을겁니다. 보통 지인을 통해서 음원을 통채(?)로 얻으시게 대부분인데, 저같은 경우는 정말 한 땀 한 땀 소중히 모은 자료라서..ㅠ.ㅠ
내가 좋은 특정 장르의 음원들, 가령 송나라때부터 전해내려오는 현존하는 최고가 중국의 고금악기 연주 음반들은 정말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데카 레전드, 바이올린 웍스, 등등의 전집류는 말할것도 없구요.
이 모든 재앙이 어디서 부터 시작되었을까?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왜냐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절대 안되고, 아직은 NAS 같은 추가적인 시스템 구축은 귀차니즘과 머니부족이즘 때문에 당장 조치하기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뽑기운?, 파킹문제, 충격... 여러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생각해보았지만 제가 사용해온 환경과 맞지 않아서 유력한 가능성으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횐님의 '파워 부실론'이 왠지 설득력있게 들리더군요. 하드가 다른 컴퓨터 기기보다 전기쇼크에 취약하다는 다른 횐님의 의견에도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쓰는 USB 하드독은 저가 중국산이었습니다. 딸려온 12v 어댑터도 크기가 작고 장난감 같더군요. '요놈이 문제구나'하는 직감이 왔습니다.
안좋은 스위칭 전기가 기기안에서 요동치니 여러 다른 원인과 중첩되면서 하드 기판에 쇼트나 고장을 일으켰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C 전원중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리니어 전원을 사용하면 어떨까하다가 마침 피씨파이 컴퓨터(마이크로기판, 12v 전원)에 물려 있는 순흥전기 12v 5a 리니어 어댑터에 병렬로 DC 선을 따기로 했습니다. 미니컴퓨터 본체가 약 20와트 이내, USB 하드독이 약 10와트 소비하니까 합치면 대략 30와트이고 5암페어 정도만 되도 충분하다는 계산이 들었습니다.(혹시 제 생각이 틀렸으면 고수님 조언부탁드립니다.)
결론은, 일단은 멋지게 성공입니다.
컴퓨터 전원과 외장하드 전원을 하나로 쓰니까 더 좋아졌습니다.
첫째, 전원 온오프를 트랜스 전원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서, 따로 따로 전원을 연결하지 않아도 되니까 좋네요.
둘째, 외장하드 전원이 이전의 막전압에서 정전압으로 바뀌어 안정성이 대폭 높아졌고...
.... 음질이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배경이 더 조용해지고 베이스에 힘이 더 실려
들리네요.
지금 현재 이틀째, 풀로 음원을 토렌트로 받는 중입니다. 아무 이상 없이 각 기기 안정정적으로 잘 구동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도 위에 언급한 컴퓨터에 연결된 거실 55인치 TV화면에
쇼파에 앉아서 무선 키보드로 입력하는 중입니다. 거실 피시파이로 음악도 듣고,1080p 풀 HD 동영상도 전혀 끊김없이 봅니다.
'파괴는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잠깐의 불행이지만 정신을 차리고 개선책을 찾으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가 오는 법입니다.
그 많은 음원도 다 잃어버렸지만, 하나하나 다시 모아야지요. 귀찮은 일이 아니라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응당해야 할 입니다. LP 음반 닦고 선곡하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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