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한달전쯤이였을까...
점심먹고 돌아가는길에 지인께서 운영하는 사업장에 들렀습니다.
아버지와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분이신데 저와 개인적으로 만나지는 않지만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셔서 인사차 들른것입니다.
그런데 마당에 왠 황구가 한마리 있더군요. 펄쩍펄쩍 뛰면서 난리를 피우는데
가만보니 짖지는 않고 반갑다는 표현으로 보였습니다.
날 보고 짖어도 모자랄판에 좋다고 졸랑거리다니 너 집지키는 개 맞니?
녀석이 귀여워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몇장 찍었습니다. 그런데 지인께서는
외출중이신지 안계시더군요.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흘러서 잊고 지내다가
지인께서 저희 사무실에 오셨을때 저번에 갔었는데 안계셔서 강아지 사진만
찍고 돌아왔다고 말씀드리니 뜻밖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강아지를 이뻐하던 다른분께서 간식을 챙겨줬는데 그걸 먹고 그만 죽게 되었다는
소식이였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제가 평소 이뻐하던 강아지는 아니라서
한편으론 무덤덤한 기분도 들었는데요...
문득 메모리카드에 저장된 강아지 사진이 떠올랐습니다!
하루에도 수십장 많게는 백장단위로 찍고 지우길 반복하는데 이상하게도
강아지 사진 8장은 지우는게 썩 내키지 않았더랬죠.
결국 원본 파일을 가지고 있는덕에 인화를 할수 있었습니다.
그분께 원하시면 인화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겉으로는 그러면 좋겠다며
점잖게 표현하셨지만 눈빛이 달라지는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일후 인터넷으로 주문한 사진이 도착했습니다. 그중에 강아지 사진은
2장이였습니다. 인터넷 인화비용이라고 해봐야 한장에 100원정도 밖에 안되니
돈으로 따지면 200원도 안되는 것이지만 그분께서 보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이건 돈으로 따져서는 안되는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네요.
분신처럼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땅에 떨어진 낙엽부터 두둥실 떠있는 구름까지
가리지 않고 뭐든 찍어대는 버릇덕에 주변사람들을 귀찮게 할때도 많지만
이번만큼은 좋은일을 한거 같아 저도 덩달이 기분이 좋았습니다!
좋았던시절 즐겨듣던 음악이 시간이 흘러도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것처럼
사진도 좋은 추억을 느끼게 해준다면 그 임무를 다한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