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랑채가 퇴락하여 지탱할 수 없게끔 된 것이 세 칸이었다.
나는 마지 못하여 이를 모두 수리하였다.
그런데 그 중의 두 칸은 앞서 장마에 비가 샌 지가 오래 되었으나,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가 손을 대지 못했던 것이고,
나머지 한 칸은 비를 한 번 맞고 샜던 것이라 서둘러 기와를 갈았던 것이다.
이번에 수리하려고 본즉 비가 샌지 오래 된 것은
그 서까래, 추녀, 기둥, 들보가 모두 썩어서 못 쓰게 되었던 까닭으로
수리비가 엄청나게 들었고,
한 번밖에 비를 맞지 않았던 한 칸의 재목들은 완전하여
다시 쓸 수 있었던 까닭으로 그 비용이 많지 않았다.
나는 이에 느낀 것이 있었다.
< 중략 >
뿐만 아니라 나라의 정치도 이와 같다.
백성을 좀먹는 무리들을 내버려두었다가는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고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그런 연후에 급히 바로잡으려 하면 이미 썩어 버린 재목처럼 때는 늦은 것이다.
어찌 삼가지 않겠는가.
- 이 규 보 -
게시판을 보면 갑자기 생각난 글입니다..
그리고 이런 말도 생각납니다.
'환부작신'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는다.'
썩은 살을 도려 내는 것과 녹슨 쇠를 갈아 내는 것은 다구리가 아니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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