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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어리석음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3-07-11 20:28:36
추천수 6
조회수   1,257

제목

문명의 어리석음

글쓴이

윤석준 [가입일자 : 2001-02-12]
내용
예전에 제가 아는 어떤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한때 휴대폰 쓰면 영화를 일주일에 한편씩인가 공짜로 볼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때 그분 역시 "이게 왠떡이냐"하면서

매주 영화를 보러 다녔답니다. 공짜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한달 넘게 다니면서 이걸 깨달았다더군요

"내가 지금 공짜를 누리고 있는게 아니구나....."



무슨 말인고 하니,

영화는 공짜로 보지만, 그 때문에 전에 안보던 영화 보느라

불필요한 시간을 계속 낭비하고 있더란 겁니다.

영화야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이었는데,

단지 공짜였기 때문에 혜택을 누린다 생각하고 봤는데....사실.....이전까지 쭉 살아오던 삶에 비추어보면, 더 마이너스가 된거죠. 굳이 안해도 될 일에 공짜라는 이유로 시간을 더 낭비하는.....





저는 현대문명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불필요한 것을 너무 많이 압니다.



예를 들어....컴퓨터를 잘 모를 때는,

그냥 메이커에서 파는 거 사다가 씁니다.

그런데....조금 알게 되면,

하드디스크 하나 구입할 때에도

rpm이 얼마짜리인지, 포맷은 무슨 방식을 지원하는지, 내구성이 얼마인지,

연결방식은 무엇인지....이런 것들을 따지게 되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래서 내가 더 우월한 상품을 샀다.......라는 점은 물론 사실이겠지만,

그게 절대 공짜가 아닌거에요.

인생에 별로 필요없는 지식을 얻기 위해서 하드디스크에 대해 공부하느라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수십 시간을 낭비한 셈이 되기도 하니까요.



다른 문제들도 사실은 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정보화의 홍수로 인해,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일.......말하자면 예전에는 자전거만 탔는데, 이제는 자전거 부속 하나하나의 이름들을 다 알고, 조립순서도 다 알고, 구체적인 메이커별 특성까지 다 아는 사람들이 되어가고,

노트북을 하나 살려치면....LCD로부터 시작해서, 칩셋이 무엇인지, 구동방식이 무엇인지....각양 기계부품들의 특성들을 더 많이 아는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는 거라는 말입니다.



결국......

그로 인해서 나는 더 똑똑한 사람이 되고, 물건을 더 현명하게 구매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스스로 자위한다 해도.....사실은 그게 인생에.....그렇게 중요한 일이 사실은 아니거든요.

좀 모르고, 덜 고민하면서 살면, 더 여유로울텐데.....문명의 이기에 매여서 스스로 노예가 되어갑니다. 내가 물건을 고르고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내가 물건들에게 노예가 되어가는 거죠.



그래서 저는....

우리가 그렇게 많이 알 필요가 없는 물건에도

지나치게 세세하게 따지고 집착을 갖고 있는 사람을 보면,

인생이 풍요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속으로 그렇게 이야기하죠. "그래서 뭐 어쨌다구요?", "선풍기가 3엽이 나은지 4엽이 나은지 꿸 필요는 별로 없어요. 선풍기는 그냥 더울 때 바람만 잘 나오면 되는 거예요"....... 그렇게 마음 속으로 이야기해 줍니다. 하드디스크 rpm이 7200짜리를 사지 않고 5400짜리를 산 것이....아는 사람 입장에서 천지개벽할 일처럼 보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발짝만 뒤에서 보면....그냥 아무것도 아닌거예요. 그냥 약간 느린거죠. 부팅할 때 2초 더 참으면 됩니다.

사실.....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이 여기에 목숨을 겁니다.







휴대폰 놔두고 한 번 다녀보셨습니까?

휴일에 한 번 해보세요. 휴대폰 집에 놔두고 밖에 한 번 나가보세요.

내가 얼마나.....이따위 기계 하나 없다고 마음이 조급하고 초조해지는지....쉽게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문명의 이기......

문명의 함정이기도 합니다.







p.s : 가끔은 그냥 오후에 가족들이랑 공원에 나가 풀밭에 그냥 앉아만 있을 수도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데....현대인들은 이것도 이야기해 주면....."아! 그래! 그렇게 삶의 여유를 즐기는거야!" 하면서......캠핑 용품 가격대비 뛰어난 제품이 무엇인지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허허...웃기는 일이지요....물건들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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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우 2013-07-11 21:06:58
답글

헛.. 좋은 글입니다!!!

최봉환 2013-07-11 21:09:53
답글

반성됩니다. ㅠㅠ

신호영 2013-07-11 21:12:55
답글

얼마전에 폴더폰으로 바꾸었습니다 ^^

권윤길 2013-07-11 21:18:07
답글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만 재미로, 혹은 취미로 알아보는 거죠. 그러다 주객전도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br />
그렇다곤 해도 인생 도 닦으면서 살 것도 아닌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미치는 재미라도 있어야 살죠.

진성태 2013-07-11 21:45:07
답글

박수를 보냅니다.<br />
<br />
이론적으로 알면 도움이되긴하지만 너무 이론에 집착하다보면 본질을 벗어나 놓치기 쉽죠.<br />
<br />
종교도, 오디오도, 자동차도... 삶도 그렇습니다.

전흥식 2013-07-11 21:53:11
답글

정현철 2013-07-11 22:12:03
답글

와,, 좋은 글이군요. 정독했습니다.<br />

구행복 2013-07-11 22:54:33
답글

글을 읽고 있으니 문득 오래 전 챨톤 헤스톤 주연의 혹성탈출 영화장면중에서 마지막 장면이 생각납니다.<br />
힘들게 탈출에 성공하여 도망가는 주인공 앞에 나타났던 해변에 쓰러져 있는 자유의 여신상.<br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br />

soni800@naver.com 2013-07-11 23:17:45
답글

요즘 자게가 좀 뜨겁는데 이런 좋은 글이 시원하게 식혀주는 것 같습니다.<br />
참 잘 읽었습니다.

박승빈 2013-07-11 23:18:00
답글

공감합니다...<br />
<br />

현동혁 2013-07-11 23:19:26
답글

동감합니다.<br />
<br />
체제는 계속적인 생산과 욕망의 부추김을 통한 소비를 발생시켜야만 사람들에게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주고 있지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같은 삶은 언제나 귀감이지만, 현인류의 생산물을 나누는 방법은 구조적으로 이를 불가능하게 하는 듯도 합니다.<br />
<br />
문명은 잉여로 부터 시작했으니, 그 잉여에 대한 이기는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문명에 속한 인간의 숙명 같은 것으로 이해하

서성원 2013-07-12 00:15:56
답글

이야 좋은 글인대요 <br />
전 영화를 무척 좋아해서 학창시절부터 내 취향도 아닌 거의 모든 장르 영화를 <br />
봤는대요(개봉 영화라면 가리지 않고 보자 이런생각으로)<br />
어느순간 제가 좋아하는 장르만 골라 보게 되었는대(시간이 부족하니 자연스럽게)<br />
같은 맥락 같아요~

mymijo@naver.com 2013-07-12 00:27:10
답글

그래서 제가 내멋대로 삽니다..충분히 만족하고요..<br />
덧글중 권윤길님 말씀이 와닿네요..<br />
<br />
휴대폰? 그게뭔지 잘모르겠네요..<br />
여적한번도 사용해본적없는..&#47750;번 만져보긴했지만요..

김영일 2013-07-12 00:50:02
답글

..... 좋은글 <br />
<br />
갑사합니다.

임형준 2013-07-12 01:08:44
답글

늘 생각하던 문제네요. 이게 맞는건가?? 하면서요

김도범 2013-07-12 02:49:08
답글

요즘처럼 여름 복장에 주머니 사정등으로 <br />
외출시에 핸드폰을 잘 안갖고 다닙니다만, <br />
오래된 구식에 마이크도 고장나서 핸드셋으로만 됩니다. <br />
<br />
그러나 그만큼 사회에 도태되었다는 생각은 듭니다. <br />
며칠 전 법원 일로 핸드폰을 갖고 갔어야 하는데 <br />
깜박 없어서 어머니와 통화를 해야 하는데 <br />
<br />
공중 전화도 없고,그냥 말았습니다. <br />
그런데 법

이성위 2013-07-12 02:59:28
답글

의미깊은글이네요...저또한 일주일에 이틀은 폰두고나갑니다..대중교통이용땐 무조건 전원 Off-답답하거나 그런거 못느끼고요..얽메고싶지도않지요..지인들연락안되네라는 몇잔소리신경도 안쓰지요..^~^,,

nuni1004@hanmail.net 2013-07-12 03:35:11
답글

저는 휴대폰 놓고 다닙니다. 처음에는 그게 모험처럼 느껴졌는데, 요즘에는 별거 아니더군요...<br />
밖에 나가보면 휴대폰에 노예가된 좀비들이 길거리를 배회하는걸 자주 보는데....<br />
<br />
하여간에 윤석준님이 쓰신글에 동감합니다. 저도 사소한 스펙때문에 인생을 참 부질없이 낭비한게<br />
많아서, 요즘에는 안그럴려고 하고있습니다.<br />
<br />
근데 저도요즘 자전거 베어링 잘 닳는다고, 국산 베어

임대혁 2013-07-12 08:35:55
답글

그래서 때론 게으름뱅이가 차라리 나을수도 있다능...ㅎ

한정수 2013-07-12 08:42:09
답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김준남 2013-07-12 09:21:08
답글

정말 공감가는 글이네요. <br />
잘 읽었습니다. ^^

최재권 2013-07-12 11:00:59
답글

공감합니다..가족들과 공원의 풀밭......눈에 그려집니다.

박병욱 2013-07-12 17:35:57
답글

정말로 공감하며,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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