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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환님께
HIFI게시판 > 상세보기 | 2008-08-14 18:05:12
추천수 0
조회수   2,111

제목

이일환님께

글쓴이

송원섭 [가입일자 : 2004-10-20]
내용
이일환님이 제 글에 대해 무턱대고 '엉터리'라고 하셔서, 상대의 논리를 논박하는 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평가'하겠다는 태도는 '엉터리'라고 말했는데, 그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래에 댓글을 다셨더군요. 읽고서 님이 말하는 바를 거의 모두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제가 말했던 것들이 '엉터리'가 아니라고 느끼는 것은 왜일까요?



첫째 이곳은 이른바 하이파이 게시판이고 철학관련, 그것도 한가지 주제를 스트릭트하게 다루는 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기시 바랍니다. 이일환님은 몇가지 용어의 적확하지 않음을 말씀하셨는데 제가 썼던 용어들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맥락을 통해 충분히 이해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보면 그것이 문제라고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학교 졸업한지 오래돼서 그런 용어들이 머리 속에 제대로 차분하게 앉아 있지를 앉습니다. 그런 용어를 좀 더 명확하게 쓰자고 코플스턴의 철학사 같은 책들을 다시 뒤적이고 싶지도 않구요. 뜻이 통하면 되는 것이지 용어의 적확성과 엄밀성을 따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이 부분은 이일환님도 이해하고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둘째로 경험론에서 말하는 센스데이터의 번역어로서의 감각자료에 대해 저는 그것을 경험론에 국한해 쓴 말이 아닙니다. 여기서는 감각자료가 언제나 외부세계와 일치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 근대 철학사 이래로 아주 명확하게 지적되어버렸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입니다. 가령 데이비드 흄과 동시대 사람이었던 조지 버클리는 에세 에스트 퍼시피라는 명제를 통해 바로 이런 생각을 너무도 명료하게 보여줍니다. 이 말은 실제란 곧 감각됨이다. 또는 실재란 곧 감각됨이다 따위로 번역하게 될겁니다. 즉 외부세계가 어떻든 그런건 모르겠고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은 감각된 것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감각자료의 진실성만이 믿을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외부세계와 연결이 되었는지 말았는지 혹은 외부세계를 왜곡시켜 받아들였는지 어땠는지 그딴건 논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겠습니다. 여기서 칸트의 말도 사실 전혀 다를 바가 없었죠. 칸트는 인간이 자기만의 인식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인식틀을 통해서만 외부세계가 인식되며, 따라서 외부세계가 우리가 인식한 것과 같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는 방향으로 몰아갑니다. 이 두 사람이 펼쳐내놓는 논리들은 사실 상당히 치밀합니다만, 그것은 곧 외부세계와 내가 인식한 것이 동일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말이고, 결국 유아론에 빠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솔직히 그쪽을 전공하셨다는 분에게 제가 이런 설명을 하고 있는게 굉장히 우습게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



제 논의에서 외부세계와 감각자료를 논하며 이야기가 여기까지 전개된 것은 우리가 오디오에서 발견하는 불일치도 바로 이런 단초이기 때문입니다. 두개의 앰프가 서로 완전히 다른 성향이라고 말하고 그에 대해 엄청난 수식어를 붙이곤 하지만 두개 중 어떤 것에 연결했는지만 말해주지 않으면 곧 두가지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또 동일한 앰프를 동작시키면서 바뀌었는지 안바뀌었는지 맞춰보라고 하니까 2/3 정도 되는 사람들이 앰프가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나는 느꼈다'라는 그 명료함, 그 진정성입니다. 비실용이라는 분들이 언제나 말하듯 수없이 많은 경험을 통해 나는 느꼈다. 라는 사실의 진정성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내가 가진 감각 자료는 너무나 명백한데(버클리가 다시 떠오르죠), 그것이 외부세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자료가 여러가지로 아주 많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고, 여기서 감각자료의 명백함과 진정성을 계속 주장하게 된다면 그것은 유아론에 빠질 뿐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중언부언하게 됩니다만 소박실재론이나 감작자료니 외부세계와의 일치니 어쩌니 하는 말이 시작된 배경은 '나는 느꼈다' '너희들이 없다고 하는 그 차이를 나는 느꼈다' '나의 느꼈음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 무엇보다 명확하게 나는 느꼈고 너희들은 못느꼈다. 그러니 너희들은 막귀다' 이런 말들이 가지고 있는 바탕에는 '나의 느꼈음'과 외부세계에 존재하는 '차이 있음'이라는 것이 다이렉트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는 소박실재론적인 사고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적으로 말해지는 매우 단순한 몇가지를 통해서 감각자료와 외부세계 혹은 감각대상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얼마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 것이고, 더 나아가 감각자료의 주관적 진실성에 매몰되는 것은 버클리나 칸트식 유아론에 빠지는 것과 같다는 지적을 하고자 한 것입니다.



여기서 객관성을 주장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유아론이란 결국 벗어나야 할 무언가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객관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가 남을 것입니다. 자 그럼 객관성은 어떻게 확보될까요? 주관적이라는 말과 객관적이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보자면 한 개인의 것이고 다수의 것이라는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개인의 주관을 벗어난 보편적인 것이 객관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객관성은 어떻게 획득이 될까요. 즉 감각자료를 객관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여기서 저는 감각자료가 주관적으로 매우 확실한 것이고 진정성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 모두가 유의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됩니다. 아니 실제로 대부분의 비실용론자라는 분들이 가진 감각자료는 유아론적으로 함몰되는 감각자료이기 때문에 그것은 유의미하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그것을 유의미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객관화라고 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유의미하다는 것의 의미자체가 조금은 제맘대로 진행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의미하다는 것은 과학철학에서의 논의랄까 혹은 분석철학의 논의에서 생각하자면 검증가능성이나 혹은 반증가능성이라고 바뀌어 생각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현재 행해지는 수많은 비실용론자들의 실험(앰프 바꾸고 들어보기, 선재 비교하며 들어보기 등등)은 이런 검증가능성이나 반증가능성을 결여한다고 봅니다. 여기서 아마도 꽤나 비약이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만, 지나치게 많은 변수들은 자신의 감각자료가 무엇에 기인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A앰프와 B앰프의 소리 차이를 느꼈다'라는 명제가 유의미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반증하거나 검증할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할 수가 없습니다. 수없이 많은 다른 변수들, 즉 'A 앰프에서 B 앰프로 변환되었다' 라는 것 이외의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참과 거짓을 구분해낼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그 외부 변수들을 제거한다면 감각자료가 유의미해지며, 감각자료가 유의미해짐으로써 감각자료가 객관화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여기서 이미 지난 댓글에서도 말한 바가 있지만, 감각자료의 명확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각자료가 외부세계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함, 감각자료의 명확함만을 주장하게 된다면 그것은 버클리나 칸트식의 유아론으로 떨어지는 방향이 될 뿐이라는 부분이 전반부에 해당될 것입니다. 여기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부정할 수 없는 감각자료의 존재에 대해서는 그것을 객관화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이고 그 객관화가 실증이나 반증가능성을 획득함으로써 유의미한 것으로 변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뒷부분에 말도 안되는 비약이라고 몇분이 말씀하셨고 저로서도 이 부분에서 개념이 명료치 않거나 뒤섞여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절대 부정할 수 없는 감각자료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할 때는 '두 앰프의 차이를 느꼈다'라는 명제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인데 반해, 실증가능성과 반증가능성을 획득해 명제를 유의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때에는 '두 앰프의 차이를 느꼈고 따라서 두 앰프의 차이가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다루고 있기도 합니다. 그저 퍼뜩 생각나는 것을 줄줄이 적었기 때문에 개념에서 오류가 발생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연결부분을 좀 더 치밀하게 논리적으로 만들어볼까도 싶었지만, 이일환님 말대로 귀찮았습니다.



비약이라고 주장하시려면 명료하게 어떤 부분이 비약인지를 지적하시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소설 읽고 감상문 내는 것이 아니고 저에게 비약 20점 주실려고 하는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게다가 대놓고 그저 '엉터리'라고 말하는 것은 말 그대로 결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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