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화를 상영 중에 극장을 찾아서 세 번을 본 건
20여 년 전 ET 이후 처음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평일 '천원의 행복' 이벤트를 해서
단돈 1천 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게 크게 작용했지만요.^^;
적어도 두 번은 극장에서 볼 생각이긴 했습니다.
5월, 6월, 그리고 7월. 이렇게 석 달에 걸쳐 세 번을 봤는데, 볼수록 좋네요.
비포 선라이즈는 누구나 한번쯤은 꿈을 꾸는,
그러나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비포 선셋은, 역시 선라이즈가 그랬던 것처럼
이 역시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죠.
그런데 비포 미드나잇은 선라이즈와 선셋이라는 과거의 이야기를 생각 안 하고 보면,
대부분의 부부가 겪었을, 혹은 겪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날 것 그대로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지켜나가는 게 그리 녹록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를 특별한 사건 없이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진행함에도
영화가 재미있는 건, 에단 호크와 제시, 줄리 델피와 셀린느의 경계가 희미해져 버려 둘 사리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 그들의 뛰어난 연기와, 끝없이 쏟아내는,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대사 때문일 겁니다.
9년마다 같은 감독, 같은 배우가 모여 영화를 만드는 이런 영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어려울 겁니다.
누가 9년마다 이런 영화를 찍겠습니까.
감독이나 배우들은 고민스럽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이 비포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관객(혹은 저만?)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9년 후에 제시와 셀린느를 다시 만나길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OST도 좋습니다.
메인 테마도 좋지만,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흘러나오는
'Gia Ena Tango' 역시 훌륭합니다.
영화의 배경인 그리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가 부른 곡입니다.
그런데 이곡을 다 듣고 엔딩크레딧 다 올라갈 때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저와 한 아가씨 둘 뿐이더군요. 이 좋은 곡을 그냥 놓치고 가다니...
천원의 행복이 18일까지인데, 한 번 더 보게 될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