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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싸다회원님들, 사장님 직원분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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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5 16:48: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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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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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싸다회원님들, 사장님 직원분들 감사합니다.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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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선희 [가입일자 : 2005-04-21]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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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싸다닷컴 회원여러분 안녕하세요?
고교3학년인 딸아이가 올 시간에 맞춰 아침에 먹고 싶다던 감자를 찌려고 며칠 전 배달된 감자상자를 열었다가 그만 눈물이 났습니다.
알이 굵고 실한 감자, 몇 년 전 와싸다 닷컴 사장님께서 우리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께 방금 수확한 좋은 감자를 보내주셨고, 그 감자가 너무 좋다며 그렇게도 좋아하시던 친정어머니 생각이 나서 였습니다.
그 당시 저는 남편이 주로 애용하던 이 싸이트에 덩달아 회원이 되어 주로 눈으로만 구경을 하다가 어느 날 스탠드형 김치 냉장고가 거의 반값에 게시되어 있던 것을 보았습니다. 원래 저장 식품이 많고, 살림 욕심이 많아 이미 냉장고가 세대나 있었으면서도 그 냉장고가 탐이 났던 저는 마지막 한 대 남은 냉장고를 놓칠까봐 자고 있는 남편 몰래 제 카드를 꺼내 결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참 걱정이었지요. 안 보이는 거라면 슬쩍 감춰 둘 수 있겠지만 덩치가 큰 냉장고를 안 들킬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평소 유난히 근검절약하는 남편이 왜 필요 없는 물건을 샀다고 야단할 게 걱정이 되어 고민하던 저는 어떻게 순간 그런 생각이 났는 지, 이 싸이트에 저의 행동에 대한 지원 댓글을 부탁하며 글을 올렸습니다. 정말 속마음은 그 글을 남편이 우연히 보고, 저에게 별 말을 안 해 주길 기대하는 마음이었는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 당시는 그냥 정말 큰 기대 없이 글을 올렸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제게 힘을 실어주시는 댓글을 보내주셨습니다. 매실청니나 효소 담그기 장아찌 담그는 탓에 냉장고가 필요한 저를 격려해주시는 정말 기대이상 너무나도 고마운 글들이 무려 삼천 개가 넘게 올라온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기적은 그냥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제 핸드폰이 울리고 낯 선 여성분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뜻밖에도 와싸다닷컴 사무실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게 그 사장님의 말씀을 전달하였는데, 제가 냉장고를 샀다고 남편에게 야단 들을 것을 걱정하신 사장님의 특별할인 혜택 소식을 들려주신 것입니다.
사실 그 혜택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보통 냉장고를 사는 값에 반값이던 것을 그보다 더 훨씬 할인을 해주셧으니, 아마 중고 냉장고를 사도 그 가격에는 구경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너무 고마운 마음에 제가 담근 매실청과 가을에 생 오미자로 담근 오미자청을 와싸다 닷컴 사무실로 보내드렸습니다. 사실 생오미자청은 아는 분만 아는 참 맛있는 음료입니다. 생오미자이다 보니, 사철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을 한 달간만 구할 수 있으며 가격도 비싸서 제 저장 음식 중에 정말 마음먹고 담그는 귀한 것이었거든요. 이 것을 마시면 아이들 머리가 영특해진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에게만 틈틈이 먹여온 귀한 음료였습니다. 그만큼 저는 그 배려가 돈 이상의 고마움을 느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사건이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그 후 와싸다 사장님께서는 회원들이 수확하였던 감자를 시댁과 친정 두 곳에 큰 상자로 하나씩 보내주셨습니다. 엄마들은 자신보다 아이를 예뻐해주면 더 좋아하듯이 저는 제가 아닌 우리 부모님을 생각해주신 마음이 정말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우리 친정 어머니는 원래 여주군 금사면 아주 시골분이라, 워낙 순박하셔서 그 기쁨과 자랑이 대단하셨습니다. 마치 제가 무슨 큰 상을 타기라도 한 듯, 동네 분들에게 자랑하시고 그 감자의 맛과 질에 대하여 얼마나 이야기하셨는 지 모릅니다.
한적한 시골마을 종부이시던 우리 어머니. 밭일도 들일도 하시며 자주감자 캐어서 여름내내 드시기도 하였고, 작은 것은 항아리에 넣고 삭혀서 감자가루 송편도 만드셨지만 딸의 사연으로 낯 선 곳으로부터 배달된 그 감자는 이미 감자가 아니라 귀한 상장이요, 무슨 특별한 상징같이 여기시며 너무나 좋아하셨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골에서야 농사하셔서 풍요로운 생활을 하셨었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서울 변두리 상계동에서 가장 가난하게 반평생을 살아오신 어머니는 됫박 쌀을 사고, 머리에 떡을 이고, 상계동 덕릉고개 넘어에서 무거운 먹골 배를 이고 다니시며 우리들을 키우셨습니다.
초라하고 볼 품 없는 차림의 어머니에게는 누구도 존경과 배려는 없었습니다. 밥을 굶게 되어도 남에게 손 벌리기를 못하였던 어머니에게 누구 한 사람 감자 한 알, 쌀 한 됫박 나눠주지 않는 각박한 서울 살림만 경험하셨으니까요.
대신 우리 어머니의 자랑은 자식들 이었습니다. 비오는 날, 방학을 하며 가져온 성적표의 올 수를 보고 신기해하며 골목길을 나가 이웃에게 보여주시는 어머니의 모습은 기존의 그런 숫기 없고 소극적인 그런 어머니가 아니셨습니다. 자식이 위태로우면 창아(덫)에라도 뛰어 들어 간다시던 우리 어머니. 우리 어머니는 그저 자식을 사랑하는 그런 마음은 유난하여 정말 천저희 사남매에게는 천하에 다시 없는 착하고 인자하신 너무나 좋은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 20일 어머니는 운명하셨습니다. 당뇨합병증으로 온 패혈증을 염려하며 병원에 계신 어머니가 잠에서 안 깨어나셔서 언니와 저는 계속 어머니를 흔들어 보았는데, 간병인 말이 어제 저녁 잠을 못 주무셔서 깊이 잠드셨나 보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댁에 모셔다 드리고, 언니까지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어느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릴 때 였습니다. 흰 나비 한 마리가 나폴나폴 대며 그 큰 길 한 복판 내 차 앞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입니다. 곧 차들이 반대방향에서 오면 그 나비가 치일지도 모르게 아주 낮은 자세로 말입니다. 그 때 문득 저는 ‘드라마에서는 저렇게 흰 나비가 날면 무슨 영혼이 온거라던데......,’ 이런 생각이 들어 한참동안이나 그 나비를 쳐다보다가 천천히 좌회전을 하여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돌아와서 어머니께서 이미 운명하셨다는 오빠의 긴급한 전화를 받았고, 앞이 깜깜해 졌습니다. 그리고 평생을 너무도 힘겹게 고생만 하시며 살아오셨던 우리 어머니의 부재가 믿겨지지 않아 주저앉았습니다. 당신은 평생 고생만 하셨으면서도 늘 자식 걱정만 하시던 우리 어머니. 당신에게 잘하는 것보다, 제가 시댁에 잘하고, 시댁에서 인정받는 것을 더 좋아하시며 그저 시어머니께 잘하라고 늘 격려하시던 우리 어머니. 전 막내이지만 제사며 명절을 저희집에서 준비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다른 형제들이 저희집에 오고 우리들은 명절다운 명절을 맞기 위하여 풍요롭게 준비하였습니다. 더러 힘이 들어도 티를 안 내고, 제가 한 일들을 어머니께 전하면 어머니는 너무나 기뻐하셨습니다. ‘남편하고 싸워서 이기면 승전비 세우느냐?’며 늘 숙어져주고 무탈하게 살으란 어머니의 말씀. 저는 이러한 어머니의 말씀들 때문에 여태껏 이십년 넘게 남편과 불화를 만들지 않았던 것 같고, 아이들이 잘 자라 준 것들도 다 늘 걱정하시며 축원해주시는 우리 어머니 때문이었음을 압니다. 그 때문에 이렇게 무탈하게 살아왔던 것을 압니다.
그런데 그 어머니께서 지금 안 계시고, 제 고향마을 여주의 선산 높은 곳, 저수지가 바라다보이는 곳, 당신의 시조부모님 밑에 묻히셨습니다. 키가 저의 어깨에도 못 미치시는 작은 체구에도, 한달에 한 번은 있는 많던 기제사 다 챙기시며. 새벽까지 혼자 그 많은 그릇을 사 설저지하여 행주질하며 다 넣어두셨습니다. 이른 아침 또 떡을 찌고 행상을 나가셔야 했음에 그러셨겠지만, 제게는 ‘이렇게 해두면 남이 해 준 것 같다.’며 그렇게 몸이 다 쇠약해 지시도록 고단하게 살아오셨습니다. 어머니는 무슨 병이 아니라, 당뇨에 의한 합병증으로 폐기능이 급격히 악화되며 운명하셨다 합니다.
어머니 생각을 하며 새삼 제게 정을 나누어주셨고 우리 어머니에게 기쁨을 선사해주신 우리 와싸다 회원님들과 사장님, 직원분들께 고마운 마음이 들어 글을 씁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그래도 생전에 기쁜 또 하루를 사셨던 것이 너무 고맙습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어제를 돌아보면 참으로 고마운 인연들이 생각납니다. 그 고마운 인연들은 대개 어머니의 착한 가르침 때문에 얻어진 것이 참 많습니다. 저도 어머니처럼, 늘 감사하며 주위를 둘러보며 살아가겠습니다. 여러분의 고마움을 잊지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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