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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만삼천원.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3-06-21 12:25:06
추천수 3
조회수   1,570

제목

축의금 만삼천원.

글쓴이

이수영 [가입일자 : 2004-01-03]
내용
옆동네에 올라왔는데 오랫만에 읽어도 찡 하네요 ㅠ.ㅠ



고전이지만 한번씩 읽어보셔요~~



-----------------------------------



[펌]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 버렸네!



왜 뛰어 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어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원 만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뇌성마비로 몸이 많이 불편한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형주는 지금 조그만 지방 읍내에서 서점을 하고 있다

들꽃서점 열 평도 안 되는 조그만 서점이지만

가난한 집 아이들이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무 의자가 여덟 개나 있다

그 조그만 서점에서 내 책 <행복한 고물상> 저자 사인회를 하자고한다

버스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여덟 시간을 달렸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서 수 백 명의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와는 다른 행복이었다



정오부터 밤 9시까지 사인회는 아홉 시간이나 계속됐다

나에게 사인을 받은 사람은 일곱 명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으로만 이렇게 이야기 했다



형주야!



나도 너처럼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살며시 웃으며 담장 너머로 손을 내미는 사랑 많은 그런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연탄길> 이철환, "축의금 만 삼천 원"(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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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수 2013-06-21 12:44:09
답글

나도 너처럼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br />
살며시 웃으며 담장 너머로 손을 내미는 사랑 많은 그런 <br />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br />
<br />
이런 아름다운 세상에 왜 감나무벌레 보다도 못한넘들이 이리도 많은지 ... 가슴이 무거워지는 글이네요.

조상현 2013-06-21 12:50:28
답글

백열등 아래에서 고른 사과. 친구의 마음이 느껴져 좋네요.

김한수 2013-06-21 12:54:08
답글

예전에..오랜만에 다시읽어봤습니다^^찡하죠

wsyj0047@yahoo.co.kr 2013-06-21 13:01:08
답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가슴이 찡 합니다. 실화라니 더 감동적이네요.

전병열 2013-06-21 13:11:55
답글

제가 아는 분이군요. 참 맑고 아름다운 분입니다 !

김광남 2013-06-21 14:00:49
답글

좋은 글입니다.. ^^

tom0360@naver.com 2013-06-21 14:40:37
답글

왜 사람을 울리구 그래유........ㅠㅠ

이수영 2013-06-21 14:53:05
답글

나쁜사람~ 나쁜사람~ ㅠ.ㅠ

원승관 2013-06-21 15:02:31
답글

가슴이 저려옵니다....<br />

김학주 2013-06-21 17:18:19
답글

ㅠㅜ

henry8585@yahoo.co.kr 2013-06-21 18:11:02
답글

친구의 따뜻한 우정...인생의 짧은 단막사연인데 맴이 찡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박호균 2013-06-21 20:13:57
답글

잘 사신 분입니다.<br />
저에게도 저런 친구 4명 있답니다. 보고싶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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