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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목을 쳐라!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3-06-17 13:41:55
추천수 3
조회수   667

제목

닭의 목을 쳐라!

글쓴이

이태봉 [가입일자 : 2004-10-30]
내용
명절때면 시골 동기(남8, 여8)들이

한 친구의 사랑채(명절 아지트)에 모여서 밤을 꼬박 새곤 했었는데,



어느 해 추석이든가

밤새 술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안주가 떨어졌는데... 누군가가



'야 닭백숙 묵고잡지 않냐?'

'닭백숙 조치 조아'



이렇게 해서 의기투합



'니네 집 닭 키우나?'

'우리는 닭 안 키운다'

'야야... 변동(가명)이네 닭 키우더라, 내 봤다... 변똥아 맞재?'

'어... 키우긴 하는데 어무이가 아끼는 거라...'

'야 괜찮다, 알 낳는 씨암탉 말고 장닭 잡으면 된다'



이렇게 해서 그 날 새벽... 변똥이네 장닭이 아지트로 끌려왔는데



'누가 잡을 래, 내는 몬 잡는다'

'니가 잡아라, 내가 서리했응깨 니가 좀 잡아라'



아옹다옹 하다가 누군가가



'치아라 마! 머스마 새끼들이... 내가 잡으깨'



그렇게 해서 닭의 목을 비틀었다.



그리고... 털을 뜯고 물을 끓이고 찹쌀을 넣고 고으기를 한 참...



'익었다 마 묵자'

'야 근데 왜 이리 질기노, 이거 완전 퇴계다 퇴계'

'아닐낀데... 토종닭이라 그런가?'

'이기 장닭이라 그런갑다'





너무 질겨서 반은 먹고 반은 버려진 불쌍한 달구새끼



..........





몇 해 후 명절날 어무이께서



'너그가 그때 언제 변똥이네 닭 잡아묵었재?'

'어? 엄마가 그걸 우찌 압니꺼?'

'변똥이 엄마가 그러더라, 변똥이한테 닭값 받았다고'

'근데 그 늙어서 그런가 너무 찔겨서 묵지도 못했다'

'닭을 우찌 잡았노?'

'우찌 잡긴... 목을 비틀었지'

'아이고 마... 그랑깨 그리 질겼지, 닭은 거꾸로 들고 단칼에 목을 쳐야 하는기라. 그래서 피를 쪽 빼서 좀 매달아 났다 삶아야 한다'

'그런기가... 몰랐다 아이가'



그때 요리에 실패한 닭서리가 못내 아쉬웠는데

올 명절에는 제대로 닭의 목을 쳐서 부드러운 백숙을 맛보고 싶네요.



누구네 집 닭을 잡을까?

근데 닭 목은 또 누가 치지?

그때 목을 비튼 친구가 누구였더라?





추억의 닭서리기 이상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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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예 2013-06-17 14:10:52
답글

닭의 목을 비틀어 쥐고 털까지 다 뽑고 난 후 이제는 숨이 끊어 졌겠거니 생각하고<br />
놓았더니 비틀비틀 일어서서 털빠진 닭녀석이 이리저리 도망다니는데 나는 쫓아다니고... <br />
결국 장꽝 항아리 사이로 숨어들어간 녀석을 잡던 추억도 있습니다. <br />
털빠진 닭. 웃기기는 모습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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