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때면 시골 동기(남8, 여8)들이
한 친구의 사랑채(명절 아지트)에 모여서 밤을 꼬박 새곤 했었는데,
어느 해 추석이든가
밤새 술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안주가 떨어졌는데... 누군가가
'야 닭백숙 묵고잡지 않냐?'
'닭백숙 조치 조아'
이렇게 해서 의기투합
'니네 집 닭 키우나?'
'우리는 닭 안 키운다'
'야야... 변동(가명)이네 닭 키우더라, 내 봤다... 변똥아 맞재?'
'어... 키우긴 하는데 어무이가 아끼는 거라...'
'야 괜찮다, 알 낳는 씨암탉 말고 장닭 잡으면 된다'
이렇게 해서 그 날 새벽... 변똥이네 장닭이 아지트로 끌려왔는데
'누가 잡을 래, 내는 몬 잡는다'
'니가 잡아라, 내가 서리했응깨 니가 좀 잡아라'
아옹다옹 하다가 누군가가
'치아라 마! 머스마 새끼들이... 내가 잡으깨'
그렇게 해서 닭의 목을 비틀었다.
그리고... 털을 뜯고 물을 끓이고 찹쌀을 넣고 고으기를 한 참...
'익었다 마 묵자'
'야 근데 왜 이리 질기노, 이거 완전 퇴계다 퇴계'
'아닐낀데... 토종닭이라 그런가?'
'이기 장닭이라 그런갑다'
너무 질겨서 반은 먹고 반은 버려진 불쌍한 달구새끼
..........
몇 해 후 명절날 어무이께서
'너그가 그때 언제 변똥이네 닭 잡아묵었재?'
'어? 엄마가 그걸 우찌 압니꺼?'
'변똥이 엄마가 그러더라, 변똥이한테 닭값 받았다고'
'근데 그 늙어서 그런가 너무 찔겨서 묵지도 못했다'
'닭을 우찌 잡았노?'
'우찌 잡긴... 목을 비틀었지'
'아이고 마... 그랑깨 그리 질겼지, 닭은 거꾸로 들고 단칼에 목을 쳐야 하는기라. 그래서 피를 쪽 빼서 좀 매달아 났다 삶아야 한다'
'그런기가... 몰랐다 아이가'
그때 요리에 실패한 닭서리가 못내 아쉬웠는데
올 명절에는 제대로 닭의 목을 쳐서 부드러운 백숙을 맛보고 싶네요.
누구네 집 닭을 잡을까?
근데 닭 목은 또 누가 치지?
그때 목을 비튼 친구가 누구였더라?
추억의 닭서리기 이상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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