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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주관주의와 소박 실재론
HIFI게시판 > 상세보기 | 2008-08-07 16:41:56
추천수 0
조회수   1,711

제목

오디오 주관주의와 소박 실재론

글쓴이

송원섭 [가입일자 : 2004-10-20]
내용
이른바 오디오 주관주의자들의 사고방식을 살펴볼 때 이 사람들이 소박실재론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사람들에게 인식은 매우 단순하다. 외부세계가 존재하며 자신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혹은 존재론이다. 자신이 무엇을 인식하였으니 그 무엇이 외부세계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실 상당히 유치한 사고다. 소박실재론으로 번역된 기존의 철학술어가 나이브 리얼리즘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이런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단순하고 천진무구한 인식론이 존재한다.



한 사람이 앰프를 교체하고 소리가 달라짐을 느꼈다. 여기서 곧바로 두 앰프는 인간이 인지 가능한 소리의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케이블을 바꾸거나 앰프 위에 나무조각 몇개를 올려놓고도 그렇게 느낀다. 내가 그렇게 느꼈으니 그것들은 그런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다이렉트하게 결론을 도출한다.



감각대상 --------------------------------------------- 인식주체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인식론인 셈인데, 이런 인식론의 틀 안에서 사고하게 되면 이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게 된다. 자신이 분명 느낀 것이 외부세계에 그대로 구현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발만 나아가게 되면 이런 인식의 질곡에서는 벗어날 수가 있다. 자신이 느낀 것을 직접적으로 감각대상과 동일시하지 말고 양자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감각대상 ------------------ 감각자료 ----------------- 인식주체



자신의 감각자료는 무엇보다 명료한 것이다. 버클리가 말했던 바 실재란 감각됨이라는 말은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무언가를 느꼈다던가 무언가를 인지했다던가 무언가를 인식했다는 것 자체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것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 다만 그런 '감각됨'으로써의 감각자료가 감각대상과 일치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이다.



칸트 식으로 보자면 감각자료는 인식주체가 가진 인식의 형식을 통해 비춰진 감각대상의 모습이다. 인간의 감성(sensibility)은 시간과 공간의 형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통해서만 외부세계가 지각된다는 것이다.



감각대상 ----인식의 형식---- 감각자료 ---------------- 인식주체



다시 오디오 주관주의로 돌아와서 생각하자면, 오디오 주관주의적 입장에서는 감각자료가 감각대상과 언제나 일치하는 것으로 취급된다. 둘 사이에는 차이가 발견되지 않으며, 둘을 동일한 것으로 연결시킬 방법이 요구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실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감각자료로서 차이를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감각대상이 전혀 차이가 없는 경우도 종종 발견되기 때문이다. 케이블을 바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이 바뀌어서 소리가 많이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대규모 실험에서도 앰프를 바꾸지 않고 두번 연속으로 들려주었는데도 앰프가 바뀌었다고 말하는 확률이 2/3 정도가 된다. 여기서 당연히 감각대상과 감각자료의 불일치를 느껴야 마땅하다. 불일치가 너무도 명료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다. 감각자료가 존재한다. 그것은 너무도 리얼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그 감각자료가 감각대상과 일치하는지는 확언할 수가 없다. 한 사람이 스피커를 바꿨다. 그리고 상당한 차이를 분명 느꼈다. 그가 차이를 느꼈다는 것 자체는 무엇보다 명료하며 결코 부정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런 차이를 느꼈음을 스피커를 바꿨다는 감각대상(외부세계)에 그대로 연결시킬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감각자료와 감각대상의 일치를 꾀함으로써 감각자료를 유의미하게 할 수 있을까?



철학적으로 보자면 감각자료와 감각대상을 일치시킬 방법을 찾는 것은 그야말로 난감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감각자료의 그 움직일 수 없는 실재성에도 불구하고 감각자료가 감각대상과 일치한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어와 같은 막무가내의 상식 옹호도 시대를 등에 업지 않은 이상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결국 객관화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감각자료는 '차이를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 감각자료가 '차이가 존재함'이라는 인식대상과 일치한다는 것은 어떻게 객관화될 수 있는가.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여러 종류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판가름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다른 조건들을 충분히 배제할 수 있다. 소음의 정도차, 볼륨의 상이함, 인식주체의 선입견 그리고 인식주체가 가진 오류들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게 다른 조건들이 배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차이를 느낌'이라는 감각자료와 '차이가 존재함'이라는 인식대상이 동일한 이벤트로 성립될 때 감각자료는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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