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들어 서니,학교 담 옆에 심어 놓은 장미는
시들고 퇴락하여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 밑에 작은 줄기에 매달린 나팔꽃 몇 송이가,
맑은 아침 공기에 심호흡을 한 양 청초하게 피어 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가 가난에 쫒겨 고향을 등지고,
산복도로 밑에 조그마한 집으로 이사와서
열명이라는 대식구가 살때,
창문 옆에 조그마한 화단에 할머니가 꽃을 몇 그루 심은 중에
나팔꽃이 있었습니다.
유월의 아침이면 그 아름다운 꽃이 피어
타향살이의 신산함을 달래주었나 봅니다.
나팔꽃에 가만히 귀를 대보면,
아직 아침 잠이 덜 깬 사람을 깨우는 기상나팔 소리가 들릴 것도 같고,
고인에게는 명복을 비는 진혼곡처럼 들릴 것같기도 하고,
저녁에 들으면,
이제 황혼에 접어든 뇐네들에게 어울리는 취침 나팔 소리로
들리기도 하겠습니다.
꽃들은 우리 인간이 평생 살면서
그토록 추구하던 "그 무엇"의 정수가 모여서
핀 것처럼 완벽한 아름다움 그 자체를 보여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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