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홍대 근처 몇몇 단체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5.18에 대한 말도 안되는 궤변들이 돌고 있는 것에 자극받아 이번에는 폭력에 대한 강좌를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와싸다에서 관심 있는 분들과 함께라면 더욱 즐거울 듯 싶네요.
아래는 제가 '다중지성의 정원'에서 개설한 강좌의 강의안입니다.
[철학] 폭력에 대한 성찰들 ― 벤야민, 아렌트, 지젝 외
강사 유충현
개강 2013년 7월 3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7강, 105,000원)
강의큐레이터(쿠쿠)
강좌취지
어린 시절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턱없이 ‘닌자’라고 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얼굴을 가리고 소리 없이 다가가 중요 인물을 제거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암살자의 이미지는 내성적이면서도 절대적으로 강한 것을 욕망했던 저에게 최적의 직업처럼 여겨졌던 겁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폭력에 대한 병적인 집착은 이어졌고 이제는 만성화된 폭력 향유와 내면화된 폭력 의지가 어디서 기인하는가를 고민해보았습니다. 어쩌면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었을 겁니다. 극복할 수 없다면 최선의 방법은 그것과 친해지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폭력에 대한 강좌나 세미나를 기획했던 것이 벌써 수년 전이었지만 여러 면에서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보수 매체들이 5.18 민주화 운동을 ‘폭동’이라 규정짓고 시민들의 살육을 공권력에 의한 정당한 행위로 합리화하고 있는 참혹한 상황에 자극받게 되었습니다. 폭력과 대항폭력, 법과 정의, 폭력을 윤리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 가능한가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본 강좌는 폭력, 대항폭력, 反폭력의 개념 규정, 근대/자본/국가와 폭력의 연계성을 살펴보고 법과 정의에 대한 고찰들, 폭력과 타나토스, 폭력과 카타르시스의 문제들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이를테면 폭력에 대한 종합선물세트인 셈이죠. 으레 종합선물세트라면 박스만 컸지 내용물은 그저 그런 것들로 채워진 데 비해 본 강좌는 내용물 또한 알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소화해 낼 강사의 자질은 의심해 봄직도 하지만요. 다양한 관점들의 충돌을 강사는 매끈하게 봉합할 자신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들을 흩뜨리고 아무렇게나 놓아둘 작정입니다. 변명을 해보자면 폭력적인 종합보다야 자유로운 방기가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보면서요.
1강 고대 그리스에서의 폭력에 대한 논의들 플라톤과 소피스트들
2강 근대 마키아벨리를 중심으로 홉스, 스피노자도 함께
3강 조르주 소렐, 『폭력에 대한 성찰』을 중심으로
4강 벤야민 & 데리다 & 지젝: 신적 폭력과 신화적 폭력
5강 피에르 클라스트르 『폭력의 고고학』를 중심으로: 전쟁 기계
6강 라캉, 바타유, 지라르 - 정신분석적, 인류학적 접근
7강 김기덕, 미하일 하네케, 라스 폰 트리에 - 미학적 접근
참고문헌
플라톤, 『티마이오스』, 『국가』
마키아벨리, 『군주론』
벤야민, 『폭력비판을 위하여』
데리다, 『법의 힘』
클라스트르, 『폭력의 고고학』
소렐, 『폭력에 대한 성찰』
파농,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
아렌트, 『폭력의 세기』
지라르, 『폭력과 성스러움』
바타유, 『에로티즘』, 『저주의 몫』
라캉, 『Ecrits』
지젝, 『폭력이란 무엇인가?』
강사소개
중앙대 박사과정 수료, 중앙대, 사회과학아카데미, 대안연구공동체, 다중지성의 정원 등에서 강의. 경향신문에 프로이트, 라캉 부문 집필. 각종 저널에 다수의 논문과 글을 발표했으며 『루이비통이 된 푸코』(공역), 『선언』(협동번역), 『봉기』, 『20세기 사상지도』(공저) 등의 책을 번역, 집필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사이버대학 휴머니타스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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