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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내 아이들의 폭력과 권력다툼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습니다.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고 괴롭히는 것을 당연한 권리처럼 알고 있다니 기가 막히는군요.
저런 행태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담임은 힘이 없고, 백없고 돈없는 부모의 자식은 그저 죽은듯 지내야 하는 더러운 세상이 아이들 세상에도 펼쳐져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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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매봉초등학교 6학년 1반 담임교사인 이인찬씨는 최근 학생들에게 평화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학급 카스트를 그려보라고 했다. 인도의 신분제도인 ‘카스트’ 제도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피라미드가 그려진 종이를 나눠준 뒤 교실 내 서열을 그려보라는 얘기였다.
학생들은 비어 있는 피라미드를 저마다의 서열로 채웠다. 피라미드를 4칸으로 나눈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둘로 나눈 학생들도 있었다. 서열에 대한 이유도 적었다. 학생들은 ‘폭력을 많이 쓴다’ ‘매일 욕을 하며 맞짱을 뜨자고 한다’ ‘무조건 폭력으로 해결한다’ 등을 써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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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카스트 위에 위치해 있는 아이들은 모두 가정에서 보살핌을 못 받는, 경제적으로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이었다. 부모들은 돈을 벌기 위해 아이들을 잘 챙기지 못했고,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는 체벌을 가하거나 억압적으로 대하는 편이었다. 이렇게 가정에서 부모에게 ‘약자’인 아이들은 학교에 오면 자신들이 강자가 되니 가정에서 당한 것을 다른 아이들에게 그대로 행한다”고 말했다. 가족들끼리 평등하지 못하고 서열이 나뉘어 있다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강자는 약자에게 폭력을 가해도 된다는 논리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학습되는 셈이다.
특이한 경우도 있었다. 학급 학생들 절반은 조주환군(가명)의 이름을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적었고, 절반은 조군의 이름을 맨 아래에 두었다. 평범하게 보였던 조군이 절반의 학생들로부터는 괴롭힘을 당했고, 자신이 당한 것처럼 나머지 절반에게 그대로 괴롭힌다는 사실을 이씨는 카스트를 통해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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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들이 그린 카스트와 여학생들이 그린 카스트에도 차이가 있었다. 피라미드 형태로 서열이 수직으로 나타난 남학생들과 달리 여학생들은 3~4명씩 묶음으로 표현됐다. 이씨는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신체적 폭력이,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관계적 폭력이 이뤄진다”며 “최근에는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 메신저의 그룹채팅을 통해 한 학생을 따돌린다든지, 뒷담화를 하는 식으로 자신보다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에게 폭력을 가한다”고 말했다.
평화샘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한 문재현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장은 “최근 갑을 관계에 대해 많은 얘기가 나오는데 아이들의 서열관계는 그보다 더 심각하다. 어른들은 갑과 을이라는 민사적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센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문화가 있다. 사회와 달리 교실의 아이들은 이로부터 자발적으로는 벗어날 수 없다. 1진은 귀족이나 왕이고, 평범한 아이들은 평민, 왕따인 아이들은 천민이라는 식으로 신분사회에 가깝다. 신분이 다르니 괴롭히는 것은 정당한 권리이고, 정당한 권리인 이상 이를 거부하는 것은 신성한 질서에 대한 도전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문 소장은 “카스트를 그리고 이를 공개하는 이유는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들은 교사가 서열구조를 안다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느끼고, 자기 목소리를 낼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며 “이는 교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자원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