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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 가장 보람있게 쓴 쩨쩨한 5천원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3-05-23 03:41:31
추천수 6
조회수   1,181

제목

내 평생 가장 보람있게 쓴 쩨쩨한 5천원

글쓴이

황보석 [가입일자 : ]
내용
우리 집에서 한 100여 미터쯤 떨어진 곳에

폐지며 고물을 주워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노부부가 계십니다.



원래는 할머니가 가정식백반과 소머리국밥을 팔았었는데

자리는 옹색해도 음식 맛이 좋아 마눌하고도 몇 번 갔었고,

정기적으로 모여 술마신 뒤 당구치는 고등학교 동기놈들인

7인의 악당(일곱 놈 모두 무지 착한데 마눌들이 그렇게 부름)

모임을 그 곳에서 가진 적도 아마 두어 번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08년 이후로 서민경제가 날이 갈수록 더 쪼그러들자

동네장사를 하던 그 식당 손님도 점점 줄어 결국 폐업을 했고

한 2-3년 전부터는 두 노부부가 고물을 주워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은 수집한 고물들 중에서 크기가 작고 상태가 깨끗하고

가정에서 흔히 쓰이는 물건들, 이를테면 멀티탭, 헤어드라이어,

선풍기, 보온병, 공구, 운동용구 같은 것들을 예전의 식당 앞에다

죽 늘어놓아 두고서 개 당 천원에서 2-3천원 정도만 받고 팝니다.



가격이 상점 구입가의 1/5 - 1/10 수준이고 물건 상태도 깨끗해서

저도 작년 여름부터 멀티탭, 헤어드라이어, 보온병, 접착테이프 등등

발멸품 프로토타입 제작에 활용할 수 있겠다 싶은 이런저런 물건들을

10여 차례에 걸쳐 아마 한 2-30 종 정도 사들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무더기로 산 접착테이프들은 접착성이 좋지는 않았어도

사두면 쓸 데가 있을 것 같아서 폭 2센티에 직경 15센티가 넘는 큰 것들

10여 개를 2천원인가에 모두 가져왔는데, 어제서야 그 접착테이프들이

접착성이 떨어진 테이프가 아니라 양면테이프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것을 판 영감님도, 또 저도 그것이 양면테이프인 줄을 몰랐던 겁니다.

그 탓으로 그 영감님은 너무 헐값에 팔았고 저는 부당이득을 취한 거였지요.



더구나 어제 그 테이프 덕으로 망가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발명품 부품,

그러니까 보빈을 자작해서 0.4밀리 코일을 손으로 1킬로미터 정도 감은

솔레노이드를 수리하고 보니 그 덕에 건진 비용이 수십만원은 되더군요.

(제작업체에 문의해봤더니 개 당 80만원 달랍니다. 그래서 두 개를 직접 감았지요)



저녁 무렵에 그 영감님 댁으로 찾아가서 전에 양면테이프인 줄 모르고

너무 싸게 가져갔다며 5천원을 드렸는데 어찌나 고마워하시던지....

그 영감님의 감격하는 모습이 수리를 한 기쁨에 더해져 참으로 흐뭇했습니다.



제가 그영감님께 드린 돈은 얻은 이익에 비한다면 너무도 쩨쩨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쩨쩨한 돈으로 그 영감님과 저는 커다란 기쁨과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양면테이프 덕분에 건진 솔레노이드가 부품으로 들어간 부채선풍기

프로토타입은 지금 이 시간에도 아주 조용하게 쌩쌩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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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우 2013-05-23 08:47:44
답글

좋은일 하셨네요~

김용민 2013-05-23 09:29:28
답글

0.4mm 코일 1km를 손으로, 그것도 두 개 씩이나 ㄷㄷㄷ<br />
개 당 80만원 코일이 들어간 부채 선풍기는 채산성이 쫌 ....ㅠㅠ<br />
<br />
코일 감는 기계 들이셔야 겠습니다.<br />
직접 감아 싼값에 공급하시려면.<br />
<br />
경제 살린다던 그 인간 지금은 뭘 쳐 드시고 있을지 <br />
얼마전 고속도로 휴계소에 나타났다고 하던데 <br />
휴게소 어묵 먹으러 갔나???

장진귀 2013-05-23 09:48:16
답글

안녕하세요...보석님...<br />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br />
<br />
감동이란....가진사람의 백만원의 기부보다는 <br />
없는 사람의 돈 천원이 더 큰 감동으로 몰려옵니다.<br />
<br />
우리동네 파지 할아버지..<br />
한마을에 한 10여년 살다보니..이런 저러한 사람을 많이 알게 되는데..<br />
그중에 파지 할아버지...<br />
어느 추운 겨울날..<br />

김주항 2013-05-23 09:49:41
답글

크고 적고의 문제를 떠나<br />
돈은 기뻐할 분에게 써야....^.^!!

이영갑 2013-05-23 10:29:18
답글

아, 멋지세요. 진정.<br />
<br />
부채선풍기 구경하고싶습니다.<br />
구경만 해도 시원할 것 같습니다.^^

translator@hanafos.com 2013-05-23 12:24:16
답글

정우님, 제가 좋은 일 한 게 아니라 양면테이프가 고마워서 그런 거랍니다.<br />
솔레노이드를 수리하디 못했다면 양면테이프임을 알았어도 드리지 않았겠지요. <br />
그러니 좋은 일 한 거 절대 아니고 마땅히 해야 할 일 한 것이지요.<br />
<br />
용민님, 보빈을 주문한 규격에 맞게 새로 만들어야 하고 권선기 세팅도 해야 하고<br />
그래서 개 당 80만원이지 대량으로 주문하면 단가는 개 당 1만원 이하로 떨어지지요

용정훈 2013-05-23 13:04:25
답글

너무 잘하셨어요. 그런데 그 노부부 사연이 참 안타깝네요. 아무쪼록 생활을 유지하실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황준승 2013-05-23 13:44:57
답글

베풀면 베풀수록 다시 나에게 또는 다른 누군가에게 돌아가게 되고, 돌고 돌면 좋겠습니다<br />
정말 멋지세요.

박태규 2013-05-23 15:18:35
답글

당신같은 마음을 지닌 분이라야 참 진보도 가능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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