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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메로 대주교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3-05-02 22:19:05
추천수 1
조회수   878

제목

로메로 대주교

글쓴이

장준영 [가입일자 : 2004-02-07]
내용
Related Link: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

우파 교황이 물러나고 온건 보수적이지만 개혁적이고 개방적인 교황이 들어서자

확실히 의미심장한 조치들이 이어질 것 같으네요.

해방신학의 수호성인 격(성인으로 공식 선포되지는 못해왔지만)으로 존경받던 고 로메로 대주교가

복자(성인 전 단계)로 선포되는 걸 막은 게 바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였는데,

신임 교황께서 그 중지 조치를 풀고 곧 시복(복자로 지정)할 것 같네요.

이건 조만간(아무리 빨라도 20년 이상 흘러야겠지만) 성인으로 선포한다는 것이고,

가톨릭교회에 있어 쟁점이 되는 누군가를 성인으로 선포한다는 것은,

그의 주장, 행적을 기독교 신앙의 공식적 모범으로 선포한다는 게 되니까,

보수주의 진영에 있어 로메로 대주교는 늘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실제로 로메로 대주교가 살아생전 모국 엘살바도르를 비롯한 남미의 가톨릭교회 지도자들은

잔인한 군사독재 정권을 비호하고 호의호식 공생했었는데,

로메로 대주교는 그다지 정치적이지 않던 온건하고 평범한 보수적 성직자였지만

언젠가부터 이건 아니다라고 점차 돌아서면서 군사정권에 맞서 민중들의 편에 서다가

결국 극우 세력에게 암살당하고 만 인물이란 말이지요.

로메로 대주교의 죽음에 대해서는 당시 군사정권의 편에 섰던 수구적인 교회와,

그러한 남미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남미의 현실에서 자연스레 태동할만했던 해방신학(우리나라 진보 개신교의 민중신학 역시 해방신학의 영향 아래 생긴 것)을 이단시하여 탄압했던 바티칸 당국에도 책임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가톨릭 보수주의의 선봉이었고 그래서 교황으로까지 추대된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로메로 대주교의 시복 절차에 중지 조치를 내린 것일테지요.

그런데, 이번에 취임한 새 교황 프란치스코가 이 중지 조치를 풀고 로메로 대주교를 시복하기로 사실상 결정한 겁니다.

이건 곧 성인으로 선포한다는 것이고, 해방신학으로 대표되는 가톨릭교회의 진보 진영에 대단히 의미심장한 조치인 것이죠.



특정 종교 소식을 게시판에 쓸 것까지 있냐 싶어서 망설이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굳이 옮기는 것은, 양심과 열린 마음으로 역사를 직시할 줄 아는 분이 지도자가 되고 정권을 인수받으니

확실히 바뀌는 것 같다(좀 더 지켜봐야 본격적인 평가가 가능하겠습니다만),

누가 지도자가 되느냐가 참 중요하구나, 새삼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로메로 대주교에 대한 시성 절차를 재개하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해도 이 역시 개혁 노선을 가겠다는 선언적 차원 정도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중요한 맥의 한 줄기는 짚고 계신 분이 새 지도자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은 드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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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진 2013-05-02 23:07:11
답글

어린 시절 본 영화 [로메로]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br />
<br />
천주교에서 성인을 지정하는 데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립니다. 사실상 교황의 임기가 종신이기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도가 관철될 수도 있지만... 그의 나이가 나이인 만큼 로메로의 성인서품은 아직 모를 일이죠.<br />
<br />
그건 그렇고 베네딕토 16세가 생각보단 괜찮았어요. 요한바오로2세의 행적에 먹칠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아무 것도 안

서승교 2013-05-02 23:10:05
답글

이영화 보면서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던 기억이 나네요.

장준영 2013-05-02 23:21:32
답글

베네딕토 16세(요제프 라칭어)는, 교황보다는 신학자로 역사에 이름이 남을 듯합니다…<br />
<br />
한스 큉 신부와 더불어 진보적 교의신학(조직신학)자였지만(제가 학창 시절 조직신학 입문 시간에 접한 개신교의 진보 신학자 로호만의 책에서도 중요하게 언급될 정도였고, 실제로 베네딕토 16세 본인이 교황직에 있던 초기에 학자로서 발표한 저서 [전례의 정신]이라는 근작에서도 개혁적 개신교 신학 거장 칼 바르트를 극찬하고 있더군요), 갑자

박태규 2013-05-03 00:13:01
답글

남미의 비인간적 악질 군사정부를 곁에 두고 모른척 눈감아 왔던 개신교나 카톨릭은 <br />
예수를 믿은게 아니죠.<br />
하느님의 형상으로 빚어졌다는 인간이 도처에서 굶주리고 도륙되는 상황을 모른 채 하고 <br />
오직 개인의 영생과 복을 비는 종교라면 <br />
일개 미신과 무엇이 다른지<br />
물어야 합니다.

장준영 2013-05-03 00:34:41
답글

인간이 신의 모상으로 창조되었다고 설파하고,<br />
천국으로의 구원을 복음이라고 전하는 기독교가,<br />
신의 모상인 인간이 벌레처럼 짓이겨지는 생지옥 한 가운데에서<br />
교회의 가르침에 순종하고 공권력에도 또한 순종해라라고 가르쳤으니,<br />
<br />
남미에서도 그랬고, 로마의 국교가 된 이래 그런 짓을 워낙 많이 해 왔으니,<br />
기독교를 반대하고 저주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사실 기독교는 할 말이 없는 겁

박경진 2013-05-03 00:35:34
답글

요한바오로2세가 여성문제를 외면했다는 비판에 처한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톨릭이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 아니라고 천명한 건 2000년 교회사에서 획기적인 변화 아닐까 싶습니다. <br />
<br />
그리고... 베네딕토16세가 진보적인 학자 출신이라 근본주의 극우노선을 걷지 않았다고 하셨는데요, 우리나라에선 신발 뒤집어신고 극우로 전향하는 또라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거이름이뭐요' 아저씨, 황제다이어트 차씨 아저씨, 사대강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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