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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교황이 물러나고 온건 보수적이지만 개혁적이고 개방적인 교황이 들어서자
확실히 의미심장한 조치들이 이어질 것 같으네요.
해방신학의 수호성인 격(성인으로 공식 선포되지는 못해왔지만)으로 존경받던 고 로메로 대주교가
복자(성인 전 단계)로 선포되는 걸 막은 게 바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였는데,
신임 교황께서 그 중지 조치를 풀고 곧 시복(복자로 지정)할 것 같네요.
이건 조만간(아무리 빨라도 20년 이상 흘러야겠지만) 성인으로 선포한다는 것이고,
가톨릭교회에 있어 쟁점이 되는 누군가를 성인으로 선포한다는 것은,
그의 주장, 행적을 기독교 신앙의 공식적 모범으로 선포한다는 게 되니까,
보수주의 진영에 있어 로메로 대주교는 늘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실제로 로메로 대주교가 살아생전 모국 엘살바도르를 비롯한 남미의 가톨릭교회 지도자들은
잔인한 군사독재 정권을 비호하고 호의호식 공생했었는데,
로메로 대주교는 그다지 정치적이지 않던 온건하고 평범한 보수적 성직자였지만
언젠가부터 이건 아니다라고 점차 돌아서면서 군사정권에 맞서 민중들의 편에 서다가
결국 극우 세력에게 암살당하고 만 인물이란 말이지요.
로메로 대주교의 죽음에 대해서는 당시 군사정권의 편에 섰던 수구적인 교회와,
그러한 남미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남미의 현실에서 자연스레 태동할만했던 해방신학(우리나라 진보 개신교의 민중신학 역시 해방신학의 영향 아래 생긴 것)을 이단시하여 탄압했던 바티칸 당국에도 책임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가톨릭 보수주의의 선봉이었고 그래서 교황으로까지 추대된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로메로 대주교의 시복 절차에 중지 조치를 내린 것일테지요.
그런데, 이번에 취임한 새 교황 프란치스코가 이 중지 조치를 풀고 로메로 대주교를 시복하기로 사실상 결정한 겁니다.
이건 곧 성인으로 선포한다는 것이고, 해방신학으로 대표되는 가톨릭교회의 진보 진영에 대단히 의미심장한 조치인 것이죠.
특정 종교 소식을 게시판에 쓸 것까지 있냐 싶어서 망설이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굳이 옮기는 것은, 양심과 열린 마음으로 역사를 직시할 줄 아는 분이 지도자가 되고 정권을 인수받으니
확실히 바뀌는 것 같다(좀 더 지켜봐야 본격적인 평가가 가능하겠습니다만),
누가 지도자가 되느냐가 참 중요하구나, 새삼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로메로 대주교에 대한 시성 절차를 재개하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해도 이 역시 개혁 노선을 가겠다는 선언적 차원 정도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중요한 맥의 한 줄기는 짚고 계신 분이 새 지도자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은 드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