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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중고 냉장고 구입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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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3 21:33: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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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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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중고 냉장고 구입 후기..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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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준 [가입일자 : 2004-09-09]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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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 달 전쯤 이사하면서 1년 반된 양문형 중고 냉장고를 구입하는 게 어떨까 조언을 구했던 회원입니다.
회원님들의 의견은 그래도 새것 사줘라. 일년 반 사용에 반값이면 괜찮다. 반반으로 나뉘었었는데, 저도 이사하면서 돈 들어갈 것도 많아서 일단 구입하기로 하고 나머지 금액은 장농을 구입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여기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3월 16일 쯤. 제가 구입하기로 약속하고 입금을 하면서 사건은 시작됩니다. 그분이 처가로 이사들어가면서 제게 판매하는 거라 그분 이사 예정일인 23일에 맞춰서 이사를 결정합니다. 기존 냉장고를 이사하면서 버리고 새집으로 배달을 받을 생각이었지요.
당연히 23일에 배송될 줄 알았는데 22일에 전화가 오더군요. 사정이 생겨서 이사를 30일로 연기했다. 저도 4월 4일 이전에만 이사를 가면 되었기에 흔쾌히 저희 이사날짜를 일주일 연기하고 3월 30일이 됩니다. 3월 30일에 보내주기로 했었기에 저희는 약속한대로 기존 냉장고를 버리고 30일에 이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당일 저녁에 연락이 오더군요. 사정이 생겨서 이사를 못했다. 다음주초에 이사날짜를 잡겠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저는 황당했지만 방법이 없기에 베란다에 음식물들을 내놓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내일내일 미루더군요. 취소할까도 했었지만 정말 사정이 있으신 것 같고 나쁜 분 같지는 않아서 믿어드렸습니다. 그 사이 베란다에 내놓았던 음식들은 썩어서 버려졌지요. 중간에 그분에게 음식이 썩어서 버렸고 우리는 음식재료도 사오지 못하고 매일 외식하고 있어서 피해가 심하다고 이야기하니 냉장고 받으신 후에 성의 표시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제발 그런 얘기 그만하고 냉장고 좀 보내달라고 했구요.
그 이후로도 장장 다섯 번 이상의 '미안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가 계속되다가 그분이 자기도 힘들고 손해가 많다고 이야기해서 지난 수요일에 제가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입니다. '도대체 그쪽에서 손해보는 게 뭐가 있냐고. 그냥 새거 사면 될걸 왜 내가 그쪽 사정때문에 이 고생을 해야 하냐고..'
정말 미안하다고 하고 내일은 꼭 보낸다고 했는데 결국 목요일이 아닌 어제 금요일 오전에 물건이 오긴 왔습니다. 냉장고가 아주 깨끗하고 상태도 좋더군요. 솔직한 심정은 그간 기다린 보람을 느낄 정도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냉장고가 오고나서 제가 수요일에 언성도 좀 높이고 했던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사실은 사기가 아닐까 의심했던 것도 미안해서 전화를 했더니 전화를 안 받습니다. 그리고 문자가 하나 오더군요.
'왜 전화하셨어요? 물건 잘 받았다던데요.'
이 문자 하나로 그간 바보같이 그 분 입장 생각해 드리고, 그래도 좋은 분인데 사정이 있는 것 같다며 아내를 위로하며 기다린 제가 바보같이 느껴지더군요. 화장실 가기 전과 나온 후가 다르다더니, '물건 보냈으니 된거 아니냐. 연락하지 말아라' 이런 투의 문자로 느껴져서 허탈할 뿐입니다.
그냥 바빠서 그렇겠지. 생각하며 이틀동안 전화도 서너번 해보고 문자도 보내 봤는데 이젠 전화도 안받고 문자에 답도 안하네요.
사실 무슨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을 생각도 없었고, 제가 먼저 얘기한 것도 아니지만 음식물 버리게 된 것과 3주동안을 냉장고 없이 살면서 식구들 고생한게 억울하고 미안해서 보상을 한다면 조금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제가 도둑놈 심보였을까요? 그나마 보내준 것에 감사하면서 써야 되는 걸까요?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 장문의 글을 남겨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ps. 참! 절대 우리 와싸다 회원님은 아닙니다.^^ 그리고 보내주신 분은 남원, 저는 서울에서 구입했습니다. 대형 가전 장거리 거래는 다음부터는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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