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목공소 김사장님께서 식사하러 가자고 전화를 주셨다.
과거 내 글을 봤던 분은 대충 알겠지만,
김사장님은 내게 스피커를 구매하러 오셨다가,
지금까지 인연이 쭉 이어져 오고 있는 분이다.
인테리어공사가 주업이시라,
여기저기 공사관계로 다니는 곳이 많아서인지 맛집을 많이 알고 계신다.
김사장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서,
시내외곽에 있는 한 음식점에 도착을 했다.
가정집을 개조한듯한 실내분위기는 깔끔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지만,
어릴적 시골에 살던 기억이 떠올라, 그 느낌이 사뭇 친숙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오후 2 시가 넘었으니,
점심시간도 끝났을 무렵인데도, 방마다 손님들이 가득하다.
음식메뉴도 달랑 닭 한가지다.
간장닭갈비, 닭도리탕, 닭모래집, 뼈있는 닭발, 뼈없는 닭발
간장닭갈비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온 것을 보니,
수 년은 사용했음직한 시큼시큼한 후라이팬 안에,
닭다리며 가슴살, 갈비살부위 조각들이 양념과 함께 익혀져 있는데,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배추김치 무채김치 그리고 깍두기가 반찬으로 나왔는데,
닭고기와 곁들여 먹는건가보다 했더니,
그게 아닌가보다.
김사장님이 가스렌지의 불을 켜고,
후라이팬안에 담겨있는 닭요리위에 배추김치와 무채김치를 쏟아붓더니,
주걱을 잡은후 익숙한 솜씨로 뒤적인다.
후라이팬안에서 닭고기가 새콤한 김치와 함께 조려지는데...
알싸한 냄새만으로도 이미 맛이 좋을거란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사장님께서, 이제 드셔도 됩니다 하며,
주걱으로 닭고기를 떠서 종재기에 옮겨주시기에, 한 입 맛을 봤다.
흠.. 이 외진 촌동네식당에 사람들이 이리 꼬일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내가 어릴적에 마을길을 걷다보면 어른들을 만나게 되는데,
흔히 듣게 되는 말이,
"밥묵었나?" 였다.
요즘에 흔히 듣는 말은,
"식사하셨어요?" 이다.
내가 어른이 되었으니, 말만 경어체로 바꼈을뿐 그 물음은 같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하고많은 말중에,
밥먹었느냐? 는 물음으로 인사를 나누는걸까?
내어릴적에만 해도 삼시세끼 제대로 챙겨먹는 집은 드물었다.
고만고만한 촌구석이라, 내집이 어려우면 다른집도 어려웠다.
아마도 식사를 거르지 말고 잘챙겨 먹고 건강하라는 의미로,
서로 덕담을 나눈게 아닌가 한다.
생활여건이 많이 나아진 요즘에도,
이 밥먹었느냐? 는 물음은 여전한데,
정말 밥을 굶었을까봐 걱정되어 물어보는게 아니란건, 누구나 다 안다.
과거엔 밥을 먹는다는게 단지 생명을 유지하기위한 수단이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한지가 오래다.
밥한끼 같이 한다는게 별것 아닌듯 해도,
참 많은 것들이 교류 한다.
수저를 챙겨주고, 맛있게 보이는 반찬을 가까이 놓아주고,
찌게를 덜어주기도 하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배려를 많이 한다.
상대방이 손이 없는것도 아니니, 알아서 잘 갖다먹을텐데 말이다...
유행가 가사중에 이런 말이 있다.
-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갈길이 따로 있구나 -
같이 밥먹으러 들어간 사람이,
위의 노래가사처럼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따로따로 편하게 밥만 먹고 나온다면,
주위의 모르는 손님과 무엇이 다른가?
짧지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밥을 먹었다.
지금도 언뜻언뜩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생각하면, 지금 이순간에도 낯빛이 부드러워지고 미소가 지어진다.
모두 서로를 배려하며 따뜻한 대화를 나눴던 사람들이다.
고단한 삶...
모처럼 김사장님과 식사를 하며,
사람의 마음씀씀이에 따라,
한끼 식사가 얼마나 풍요로운 시간이 될 수 있는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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