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동네에 오랜기간 살고있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가 며칠전 팩스 하나만 받아주겠냐고해서 그러라 했습니다.
팩스가 왔습니다.
팩스를 보낸 곳은 그 친구 아이가 다니던 학교에서 보낸겁니다.
이게 무슨 서류냐? 물었더니
아이가 방글라데시로 돌아가서 학교에서 요구한 서류랍니다.
아이가 왜 방글라데시로 돌아갔냐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난 실제적으로는 한국인걸 알고 있거든요.
이유는 비자갱신을 나라에서 안해줘서 할 수 없이 돌아갔답니다.
엥? 한쪽에서는 원정출산까지 하는 마당에 우리나라는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을 자국민으로 인정을 안해주나 싶었습니다. 그러니 비자를 갖고 있겠죠.
그런데 비자갱신을 거부한 이유도 좀 이상합니다. 아빠는 정상적인 취업비자를 갖고있고 엄마는 관광비자를 갖고 있었는데 엄마가 일을 하고 있었나봅니다. 그리고 그게 걸렸나봐요.
그래서 엄마를 방글라데시로 강제출국 시켰는데 거기에 아이까지 덩달아 피해가 간 것 같습니다.
좀전에 저에게 그 팩스를 보낸 학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며칠전 보낸 서류를 오늘까지 꼭 좀 보내 달라네요.
그래서 오지랍 이지만 제가 그쪽에 물어 봤습니다.
- 그 서류가 왜 필요하죠?
- 그 서류가 있어야 아이가 정상적으로 처리가 됩니다.
- 무슨 처리가 되는데요? 나라에서 강제로 쫒아냈고 다시는 한국에 올 아이가 아닌데 그 서류가 왜 필요한건데요? 그냥 지워버려도 되잖아요?
- 그게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대로 놔두면 아이는 계속 여기에 학적이 남게되고 그러면 그 아이도 곤란해집니다.
- 뭐가 곤란하지요? 설마 그 자료가 전세계적으로 공유가 되서 그 아이가 방글라데시 학교를 다니는데 문제가 생기나요?
- 아뇨 그건 아닙니다.
- 그럼 그 아이한테는 아무 상관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 서류는 아이를 위한게 아니라 당신네들 행정처리 절차를 위해서 필요한거잖아요? 제가 말하고 싶은거는 이 서류들이 필요한 이유가 아이에게 어떤 혜택이나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당신네들이 행정적으로 이 아이를 지워버리기 위해서 내부적으로 필요한 거잖냐 이겁니다.
- 맞습니다.
- 그러면 아이 아빠는 일하기도 바쁜데 이렇게 많은 서류를 요구하는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한국인인 제가봐도 뭐가 이렇게 많이 필요해? 이건 뭐야? 싶을 정도인데 한국말에 서툴은 외국인이 제대로 서류를 꾸밀 수나 있겠냐? 그냥 놔둬도 아이 한테는 아무 지장 없는 것 아닌가요?
- 그렇긴 한데 그래도 필요합니다. 그게...아직까지는 우리나라 행정구조가 그래서 저도 답답하고 곤란하긴 합니다. 아무튼 아이아빠한테 다시 한번 얘기해서 부탁 드릴테니 팩스 좀 보내 주세요.
- 그러리다. 근데 너무 기대하지는 마슈
정확한 사실관계는 모르겠지만 이거 좀 문제다 싶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은 그냥 외국인인가 (전화상으로 한국인으로 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데 그걸 안한 것 같다고 하긴 했습니다)
그럼 어떤 절차를 안해서 그대로 외국인 이라면 이런 저런 절차를 밟으라고 안내를 해주면 안되는가?
넌 그냥 외국인이고 엄마가 취업비자로 일하다 걸렸다. 너도 기분 나빠서 비자연장 안해줄테니 엄마랑 너희 나라로 돌아가! 이런 스토리밖에 안됩니다.
피부색만 다르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방글라데시 말도 서툴고 사고방식도 한국인인 아이한테 이런 조치를 꼭 해야만 하는가? 그리고 이미 돌아간 아이한테 이런 저런 서류를 자기네들의 행정적 절차를 위해서 요구를 해야만 하는가? 출입국 사무소를 통해 확인해서 처리해도 될듯한 사안인데 경직적인 행정절차를 위해서 가뜩이나 심기 불편한 아이 아빠한테 이게 할 짓 인가?
하루에도 몇번씩 다문화 가정 어쩌고 저쩌고 공익광고 해대면서 참으로 요상한 나라구나 다시 한번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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