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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는 정말 나쁜 놈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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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7 14: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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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는 정말 나쁜 놈인가?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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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식 [가입일자 : 2005-11-03]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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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때는
신라의 “삼국통일”은 “삼국간의 전쟁을 끝내고 단일 민족을 형성한 쾌거” 정도로 배웠는데
세월이 흐르다보니
신라는 “외세를 끌어들여 같은 민족을 공격한 민족의 반역자이자 만주를 잃게 한 원흉”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1. 신라는 민족의 반역자인가?
신라는 당나라와 연합하여 고구려와 백제를 쳤습니다.
외세를 끌어들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고구려도 말갈 끌어들여 백제 신라를 쳤습니다.
광개토대왕비에는 남쪽 정벌에 말갈 군사를 데려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고구려라는 나라 자체가 여러 유목민족들이 혼합된 국가였습니다.
백제도 일본을 끌어들여 신라를 쳤고
가야도 일본을 끌어들여 신라를 쳤습니다.
오죽하면 가야에 임나일본부까지 있었겠습니까.
(임나일본부의 실재는 국내 학계도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일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가야를 다스린 식민기관이 아니라 교역, 교류기관으로 보고 있죠. 여튼 가야와 일본의 관계는 매우 밀접했습니다)
신라는 수백년 동안 소위 “외세”와 결탁한 고구려 백제에 허다하게 당했습니다.
왜군에게 경주 함락 직전 까지 간적도 있고
망부석 전설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한동안 신라왕은 형제를 일본, 고구려에 인질로 보내야 했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삼국 전체를 아우르는 민족이라는 개념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각 국가 내부에서도 같은 민족이라는 관념이 없었습니다.
신라의 경우 지배층은 자신들은 중국에서 온 유목민의 후손이니 나머지 신라인과는 별개의 사람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통치했습니다.
2. 신라의 욕심 때문에 백제, 고구려가 멸망한 것인가?
고구려가 중국과 맞짱을 뜬 것은 중국이 오호십육국으로 분열되어 있을 때였습니다.
북방 변두리에 있던 연나라하고는 어찌어찌 게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수나라와 당나라가 중국을 통일해버렸습니다.
수나라, 당나라는 중국 대륙을 통일하고 이제 주변지역으로 뻗어나가자는 정책을 세웠습니다.
원교근공(遠交近攻) 정책은 중국의 일관된 정책으로 이후 통일 중국의 영토는 점점 늘어나 현재의 중국은 역대 중국 영토 중 가장 큽니다.
당나라도 이후 서역 등 주변으로 뻗어나갔죠.
당나라 고선지 장군이 싸운 탈라스 강은 현재의 파키스탄 근처입니다.
당나라는 원교근공 정책의 일환으로 고구려와 백제를 치게 됩니다.
고구려는 수 양재나 당 태종은 어찌어찌 막았습니다.
근데 중국은 대규모 침략이 실패하자 중소규모 군대를 계속 보내는 지공 작전으로 전환합니다.
고구려 장기가 산성에서 농성하기인데
중국군이 쳐들어오면 들판을 버리고 산에 올라가야하니 농사 등 민생이 피폐해지죠.
고구려는 나당 연합군이 쳐들어가기 전에 이미 허물어지고 있었습니다.
물량을 바탕으로 지구전으로 나오는 중국을 못 당한거죠.
사실 신라가 중국의 대 백제, 고구려 전쟁에서 수행한 역할은 크지 않습니다.
전투병을 파병한게 아니라 식량수송대를 보냈을 뿐이죠.
신라군은 식량운반이 목적이라 전투를 회피했기 때문에 계백의 결사대가 열배가 넘는 신라군을 계속 무찌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전쟁에서 보급이 중요하긴 합니다만 백제, 고구려를 쓰러트린건 당나라입니다.
그리고 당나라는 신라가 아니라도 백제와 고구려를 쳤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신라는 당나라의 마수에서 한반도의 남쪽이나마 지킨 공을 평가받아야 합니다.
3. 고구려가 삼국통일 했으면 만주가 우리땅일까?
이건 간단하게 “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주에서 끊임없이 들불처럼 일어난 수많은 유목민족 앞에서는
고구려는커녕 고구려의 할아버지라도 만주를 계속 영유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발해가 당시까지는 듣보잡인 말갈에 쉽게 무너진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그 후의 요, 금, 원, 후금의 격랑속에서 만주를 지키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죠.
그리고 고구려가 삼국통일을 했으면 우리가 좀 더 진취적으로 역사를 이끌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종종 들리는데 그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아쉬운 일이지만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상 지난 과거의 역사는 필연성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또 다른 글이 필요하니 간단하게 줄입니다.
신라가 현재의 악평을 받는 것은
옛 신라 땅에 사는 현대인들에 대한 감정이 투영된 것이 큰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부모님이 그 쪽 지방 출신이지만 그들이 역사에 큰 죄를 짓고 있다는데는 이의가 없습니다.
다만 신라는 부당하게 비난당하는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게시판에 이야기가 나온김에 몇 자 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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