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잘못 익으면 '시다' 다른 느낌이 아닌 부패 단계의 맛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구는 이런 김치를 입에 넣었다가 뱉기도 하고, 몸소리 치며 꿀꺽 넘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되야 '아, 이제 맛이 들었네' 하면서 좋아하기도 합니다.
이런 취향은 비단 음식 뿐만이 아니라 음색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닐겁니다.
어떤 이는 트윗 소리가 강한 스피커를 좋아하고, 어떤 이는 넘쳐 쏟아져 깔리는
풍부한 저음을 사랑하기도 합니다. 이러다보니 남이 좋다는 스피커를 같이 샀다가
원하는 소리와 동떨어져있음을 느끼고,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앰프가 안맞나? 스피커가 불량인가? 궁합의 문제인가? 출력이 약한가?...'
저의 경우 음식 간이 좀 강한 것을 좋아하는데, 소리에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어느 한쪽이 강한 것 보다 모든음이 골고루 강한(?) 그런 소리를 좋아합니다.
거기에 조금 더 보태면 좀 큰 우퍼가 낼 수 있는 저음이 부족하지 않은 것을 원합니다.
올해 들어 출퇴근 시 차를 놓고 대중 교통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아무래도 음악을 듣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은 십수 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어폰을 찾아보니 여러개가 나오는데,
과거 가끔 듣던 것은 선이 좀 짧아(윗주머니에 폰 넣고 쓰기 위해 구매했던 구형),
스마트폰 구매 시 받았던 이어폰들 중 나름 좀 디자인이 좋다 싶은 것을 들고 나갔습니다.
가면서 듣는데, 소리가 영...
고음은 지저분하게 깨지고 중저음이 왜 이리 약한 것일까요?
다음날 다른 이어폰을 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고음이 비교적 깨끗하게
나옵니다. 하지만 중저음은 역시... 아무래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
이러다 설에 우연히 프라다폰에 번들로 들어간 이어폰을 얻게 되었습니다.
나름 명품이라고 불리웠다고 하는군요. 잘되었다! 하며 오늘 오면서 들었는데, 으음.
고음이 상당히 투명합니다. 이전 것과는 다른 아주 깨끗하고 선명한 소리가 납니다.
그러나 이넘은 중저음이 더 약합니다. 아니, 이건 아닌데...?
저 나름대로 생각해봅니다.
최근 들어본 이어폰들은 모두 휴대폰 번들 이어폰으로, 모두 이어폰 줄의 중간에
마이크가 달려있다. 즉, 음악도 중요하지만, 이어마이크를 통해 통화 시
상대의 목소리가 깨끗하게 들리는 것이 포인트다. 중저음은 상대의 목소리를
깨끗하게 듣는데 방해요소가 되므로 의도적으로 중저음을 약하게 설계했다!
이러면서 와싸다의 이어폰을 검색하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건너편에 있는 사람이
제게 이어폰 이야기를 꺼냅니다. 순간 세상이 모두 짜고 나를 놀리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갑자기 웬 이어폰 이야기? 어쨌거나.
그는 지난 일요일, 롯데마트에서 할인해서 1.7만원에 샀다며 보여주길래
혹시나 하여 "G폰 이어폰?" 했더니 맞다고 하네요. 산처럼 쌓아놓고 팔았다고.
와싸다를 비롯하여 여러 사이트에서 잠시 유명세를 탔던 그 G폰 이어폰...
받아보니 선에서 검은 칼국수 생각이... (제가 이어폰은 별로 안써봐서^^;)
음악을 듣는 순간, 아... 이건 정말 청아한 고음이 나는구나. 하지만, 중저음은 최저.
보컬 음색이 아주 칼날같이 들어옵니다. 마치 보컬 음색 트랙만 추출한 듯이.
이것을 듣다보니 이전의 중저음 약하다고 한 이어폰은 중저음이 적절하다는
상대적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G폰 이어폰을 구매한 건너편 사람은
극찬에 극찬을 하고 있습니다. 이건 좀 아니다 싶어 제가 프라다폰 이어폰과,
이보다 중저음이 조금 더 나오는 이어폰을 주고 어느 것이 나은가 물었습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중저음이 적고 고음이 카랑카랑한 프라다폰 이어폰.
G폰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프라다폰이 그중에 낫다고.
이때 갑자기, 자기가 원하는 음색을 찾아 CDP와 앰프와 스피커를 끝없이 교체하는 분의 글이 생각나더군요. 남들 다 좋다는 기기라도 내 취향에 안맞으면 가치가 없는 것이겠지요. 내가 원하는 음색을 내는 기기가 가격을 떠나 최고가 아닐까.
그런 기기 조합을 찾기위해 가격과 지역을 떠난 매뚝을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다보니 갑자기 좀 좋은 이어폰의 소리는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느낌에는 제가 원하는 부분이 좀 허전한 소리가 날 것 같기는 합니다만...
오늘은 퇴근해서 과거 나름 만족했었던 선짧은 소니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어볼까
합니다. 잠시 따끈하고 푹신한 물침대에 눕는 느낌에 빠져보고 싶습니다.
PS.남은 좋아하는데, 나는 마음에 안들고, 나는 그나마 낫다고 생각한 것을
남은 최악으로 뽑아, 좀 애매한 기분에 난데없이 적어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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