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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리노베이션의 모범
HIFI게시판 > 상세보기 | 2008-07-11 14:36:15
추천수 0
조회수   4,707

제목

스피커 리노베이션의 모범

글쓴이

최철웅 [가입일자 : 2000-11-14]
내용
저는 스피커 자작에 관심이 생기고부터 Troels Gravesen 이라는 분의 자작 정보사이트(http://www.troelsgravesen.dk/Diy_Loudspeaker_Projects.htm) 에 종종 방문을 합니다. 운영자는 56세의 덴마크 출신 생화학자인데 수십년간 취미삼아 스피커를 만들어 오다 PC기반 측정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이런 DIY사이트까지 운영하게 됐다고 합니다.

인터넷 여기저기에 자작,복각 스피커 시스템의 정보가 넘쳐나지만 이곳에서는 DIY 스피커 프로젝트 이외에도 여러가지의 스피커 관련된 주제와 논란거리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 명쾌하고 논리정연하며 약간은 유머스럽게 정리되어 있어 조금씩 읽어나갈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답니다. 최근에는 달리의 구형 헬리콘 800을 개조한 글이 올라와서 '기성품의 진정한 개조란 이런 것이구나' 감동하며 읽었습니다. 원문은 아래 주소에 있습니다.



http://www.troelsgravesen.dk/Dali800.htm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운영자의 지인이 출력 8와트의 2A3 푸시풀 앰프에 물려 사용하던 스피커의 한쪽 트위터가 노후되었고, 진공관 앰프가 예상외로 우퍼를 '너무 잘 쥐고 흔드는' 느낌이 들어서 스피커의 저역 임피던스 응답에 대해 궁금해하는 내용으로 서두가 시작됩니다. 고장난 리본 트위터를 비파 XT25TG 패브릭 돔 트위터로 교체하기로 결정한 후 나머지 기존의 드라이버와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를 실측과 LspCAD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하고는 유닛의 선택은 탁월했으나 원래의 크로스오버 설계가 엉망이라는 결론을 내렸네요.








< 개조 전 임피던스 및 위상각 >






< 개조 전 무한원점에서의 시뮬레이션 응답 >



첫번째 그래프를 보시면 전대역에 걸쳐 임피던스가 평탄하며 위상이 크게 틀어지지 않아 앰프 입장에서 쉬운 부하임을 확인할 수 있고, 두번째에서 2kHz대의 중역이 꺼진 반면 6kHz를 중심으로 한 고역이 상당히 부스트되어 서로 거의 8dB까지 차이가 남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정도면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어 보입니다.

새로 설계한 크로스오버의 회로도 및 측정결과, 개조하실 분들을 위한 몇가지 제안으로 글이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이런 글을 쓸수 있다는 것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제 생각에 스피커를 개조한다면 다음 두 가지처럼 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제작자의 설계의도를 파악하여 생산원가로 인해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나 설계능력 한계로 완성도가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다소 소극적이긴 하지만 유닛의 선정/조합이나 인클로저 설계가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이루어졌다는 믿음이 있어서 개조하는 것이라면 충분한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그런 믿음을 주지 않는 스피커라면 굳이 개조까지 해서 쓸 이유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2. 제작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각 구성품의 특징을 잘 파악한 후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완전히 새로 설계합니다. 고급 부품을 썼지만 설계기술이 현저히 부족한 스피커라면 이런 쪽으로 개조해야 되겠죠. 세마디로 부품값이 아까운 경우입니다.



뜯어고치는 부분은 2번이 많겠지만 두가지 모두 해당 스피커 시스템 전체와 그 구성품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필요로 합니다(단순한 고급소자로의 교체는 물론 제외). 스피커 하나를 처음부터 설계하는 것보다 어려우면 어려웠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단 한조만 만들기 위해 한 모델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노력 이상을 소모하는 것이지요.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자작의 영역에 가까우며 사업의 영역이기는 어렵습니다. 제대로 하면 이익이 나기 힘들고, 수익이 남아서 해주는 것이라면 원래 스피커가격의 몇배 이상을 받고 잘 개조해 주거나 적당한 가격에 대충 만들어 주는 두가지 중의 하나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스피커 업체에서 개조나 특주품 생산을 해주는 경우가 극히 드문 이유가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분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쇳물의 색깔만 보고도 알 수 있는 전문가에게 왜 온도계로 재지 않냐고 따지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구요. 그 말씀이 맞는 분야가 있겠지요. 하지만 일반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어떤 수준의 완성도를 요구하는 제품이냐에 따라 다르고, 같은 제품이라도 공정에 따라 숙련도가 많이 필요하거나 거의 소용없는 대조적인 경우가 얼마든지 있잖습니까.



좀 쌩뚱맞지만 산업용 금도금 공정을 보면서 스피커 설계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프린트 기판(PCB) 의 제조 공정에서, 홀 가공이나 외형가공은 CNC드릴, NC라우터 등 수치제어장비로 합니다. 거버데이터(기판 패턴의 정보가 담긴 파일 포맷)에다 원자재의 수축률만 고려하면 전부 컴퓨터가 알아서 하기 때문에 변수가 비교적 적습니다. 하지만 금도금 공정은 좀 다르지요. 납땜이 될 부위에 스펙에 주어진 두께만큼 금을 올리려면 공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전해도금될 금속의 두께는 도금액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 상태에서 액의 농도와 흘리는 전류의 세기 및 도금시간에 비례하고 도금면적에 반비례하는데, 액 중의 금이온 농도라는 것이 시시각각 변하고 특정 시점의 값을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계산만으로는 스펙 아웃으로 아까운 금이 낭비될 때가 있거든요. 이런 경우 20년씩 숙련된 작업자의 '감' 이 빛을 발하지요. 대충 하는것 같은데 결과는 기가 막힙니다. 하지만 이사람에게 금도금 면적이나 전류의 세기를 알려주지 않으면 감만 가지고 전체 작업조건을 맞출 수 있을까요? 어림도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스피커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초에 정교한 이론에 입각해서 설계해야 되지만 이론이 커버하지 못하거나 정확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측정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실측은 당연히 가능한 가장 정확한 수단을 택해야 되는데 귀가 기계보다 좋으면 귀로 하면 됩니다. 그렇지 못하면 기계로 하면 됩니다. 어떤 분들이 계측기는 음색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아마도 SPL만 보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하모닉 스펙트럼을 보실 수도 있고 THD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옷가게에서 일하는데, 기성복의 기준이 되는 라이브 모델이 있고, 이 모델의 옷을 벗기고 영화처럼 몸에 빨간 레이저를 쏘아서 표준 마네킹을 만듭니다. 이 마네킹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을 사람 중에 마네킹과 똑같은 체형을 가진 사람은 모델 자신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기준이 무의미한 것은 아닌 거죠. 무향실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은 전세계에 몇명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무향실조건이 표준으로서 소용없지 않은 것과 솔직히 조금 다르지만 ^^;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기는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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