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장교로 근무하던 시절 전두환은 이순자양과의 즐거운 주말 만남을 위해 영화관에 갑니다. 특별한 영화광도 아니고 그 시절 거의 유일한 국민 오락이었으니까요.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지붕”입니다. 지금은 별로 아는 분이 없지만 로베르토 롯쎌리니, 루키노 비스콘티, 피에트로 제르미 등과 함께 한 세대를 이끌었던 네오 리얼리즘 영화의 아이콘이죠. “자전거 도둑”, “구두딱이”, “종착역”, “움베르토 D" 등 생각나는 영화가 많을겁니다.
뭐 여튼 다른 정치인이나 인사(?)들의 "내 인생의 영화"가 “닥터 지바고”, “벤허”, “로마의 휴일”, “빠삐용”, "사운드 옵 뮤직“ 등 대중지향적이고 평범한 반면 전후환의 영화는 조금은 특이했죠. 물론 순자씨와 뚜벅이 데이트를 하다가 들어간 영화일 수도 있고요.
기억하기로 영화의 내용은 전후 일거리, 먹거리도 변변치 않은 이탈리아의 현실에서 신혼을 시작하는 부부의 얘기고 전두환은 이 영화를 보고 자신의 현실이 오버랩되며 결혼마저도 재고할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고 하죠. 본지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결혼식도 빌린 옷으로 때우고 신혼여행은 시내버스 타고 처가로 인사가는,, 시점이 한국전 이후의 우리와 비슷한거죠.
그때 우리 두환군이 비참한 현실이 아닌 같은 시기의 이탈리아를 그린 로맨틱 “애천” 이나 “여정”을 보았다면,, 알고 갔다면 영화보는 눈은 꽤 높은 듯.
오랜만에 지붕(il tetto)이란 영화를 다시 봐야겠슴다. 일단 70년 정도된 영화니 저작권은 소멸되었을거고,,, 겨우 구했네요. 속도의 압박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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