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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내용 같네요. (주인 허락 없이 퍼왔습니다)
원본 주소는 위에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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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마 한 8살 정도 됐을 거예요. 그 아이를 본 때가.
아빠와 손 잡고 어디론가 가는데 넓은 공터에 수십명의 남자들이 빙 둘러서 한 곳을 보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아빠와 나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무엇이 있나 봤더니 가운데에는 약 장수가 떠들고 있고 그 사람 옆엔 나만한 남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바지를 내린 채 허리를 숙이고 엉덩이를 사람들 앞에 내민 채.
약의 효능을 얘기하고 있었겠지요. 헌데 아이의 똥구멍이 보이도록 내밀어진 엉덩이를 가리키며 뭐라, 뭐라, 떠들고 있는겁니다. 그 순간, 저 아이 참 창피하겠다, 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제 아이를 가지고 이용하는 약장수였는지 남의 아이를 데리고 사람들 앞에 전시물로 이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수십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건, 그러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왜 안 되는가? 아이에게도 감정이 있고 부끄러움을 느끼는 자존감이 있기에, 혹 말을 할 수 없는 아이라 해도 그것이 자의와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강압적인 권유에 의해 저질러지는 행태이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에는 아무도 이를 말리지 않았습니다. '어린 아이 가지고 당신 뭐 하는거야!' 하고 소리치는 목소리도, '아이한테 어른이 이렇게 행동하면 안 되죠' 라는 부드러운 설득의 목소리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잘못을 잘못이라고 느낄만한 수준의 의식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우선은 먹고 사는 데 바빠서 인권이니, 아동 보호니, 이런 단어는 들어보지도 못했으니까요.
다행히도 현대를 지내고 있는 우리는 이를 인지할 만한 수준의 공감력과 지식과 규범을 생산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나보니, 여성문제, 장애우 처우 개선, 아동 보호, 심지어 선진국처럼 동물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습니다.
부모라 해도 아이를 심하게 패면 경찰에 신고할 수 있고 말로만 성적 희롱을 당해도 고소할 수 있고 반려동물(개, 고양이)을 해치는 사람을 재판에까지 회부할 수 있으니(선진국 수준에는 못 미치는 동물보호법이지만 - 위반시 벌금 3000만원 이하 1년 이하 징역형 입법 예고안이 준비중입니다)엉덩이를 깐 아이로부터 참 먼 시간을 지나왔지요.
동물도 꿈을 꾸며 이것을 선택할까, 저것을 선택할까 고민하며, 주인을 그리워하며 기뻐하고 슬퍼하고 질투하고 사랑하며, 잘난체를 하는 가 하면 겁쟁이처럼 굴기도 하고 양보를 하기도 하며 독점 하기도 하고, 놀리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며, 우울증이나 신경쇠약증에 걸리는 가 하면, 다른 생명을 돌보기도 하며, 돕기도 하며 망가뜨리기도 하며, 배우기도 하는 특성을 이미 우리는 알고 있지요. 일상적인 그들의 모습이 우리 인간과 전혀 다름이 없다는 것, 다르다는 게 있다면 그들이 더 진실하고 순수하고 충성스럽고 결코 배반하지 않는 다는 점.
'개'자를 붙여 욕으로 쓰는 우리 한국인 중에는 아직도 개가 사람과 많이 다르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겠죠. 그래서 학대해도 되고, 서울 외곽에 나가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광경 (뜨거운 햇빛 아래 그늘도 없이, 물도 없이 짧은 쇠줄에 묶여 고통스러워 하는 누렁이들) 을 보고도 아무런 느낌이 없는..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유태계인 친구가 묻더군요. 저기 어디가면 개를 짧은 줄에 묶어놓고 산책도 안 시키는 데 왜 경찰이 안 잡아가냐고. 우리나라에 온 지 얼마 안 되서 실정을 몰라 이런 질문을 하는가 봅니다. 참, 올해 이스라엘은 모피수입을 금지한 첫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위상이 낳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피에 대한 인식이 없는 데 반해 이스라엘은 모피 금지법안을 통과시켜야만 했던 국민성이 우리와 확연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모피얘기 시작하면 호랑이 감금 전시한 노원구청 얘기는 내일 해야 할 것같아 생략하겠습니다.
노원구청은 '자연사 유치' 인지 '자연사 박물관 유치' 인지를 한답시고 중간 호랑이 두마리를 2m ,3m되는 아크릴 공간에 전시물로 놓아두고선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았습니다. 거센 민원이 있었지만 노원구청장 이노근은 학대가 아니라고 언론에 발표했고 이를 강행하려 했습니다. 누가 때리고 죽이고 있는 게 아니어서 학대로 안 보였을테지요. 하지만 이렇게 좁은 공간에 활동성 있는 그 둘을 가두어두고 사람들에게 가까이 보여주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연일 아크릴 관을 두드려대고 후레쉬를 터뜨리고 소음을 내며 고의적이지 않은?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시간이 경과하자 호랑이는 이상증세를 보였고, 그러나 노원구청장은 강행했습니다. 그리고, 밤에는 호랑이 우리에서 재운다는 발표와는 다르게 지하 주차장에서 재우는 게 들통이 나, 다음 날로 호랑이 특별? 전시를 철회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24시간 내내 호랑이는 감금 상태였던 것입니다. 이를 학대로 보지 않는 사람들은 호랑이가 갇혀 있는 것을 보며 '신기한 구경을 했다' 하고 만족감을 느꼈을테고, 이를 학대로 보는 사람들은 애가 타고, 스트레스를 받고, 안절부절 못 하고, 화가 나고, 어쩌면 노원구청장 멱살을 잡아 흔들고 싶어했을지도 모릅니다. 호랑이 전시를 비난하는 수천명의 민원인들 가운데 7명이 구청장에 의해, 혹은 구청에 의해 명예훼손명목으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선진국이라면 거꾸로 이들이 고소를 해야 할 판이며 호랑이 감금 전시는 시행된 지 불과 몇 분만에 법과 양심을 요구하는 시민에 의해 철수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우리나라는 이를 묵인하고 방관하였으며 오히려 진행하였습니다. 엉덩이를 깐 아이가 있었던 시절이라면 호랑이를 좁은 곳에 한달 반, 아니 일년 반을 감금했어도 이것을 학대로 보는 눈이 아마,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나 아닌 다른 대상을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고 같은 종이 아닌 다른 종을 보호하는 의식수준도 높아졌습니다.
아이의 엉덩이를 까고 약을 팔면 아동보호법이 말을 하고 인권이 호통칩니다. 아니 그 전에 앞서 그 아이를 본 사람들 누구나, 약장수를 혼내 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공감능력이 선진국에 준하는 가치를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정의라고 규정하는지요? 애매모호한 '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요?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으십니까? 이왕이면 내가 사는 이 사회가 지금보다 더 정의감이 넘치길 원하지 않으십니까?
러시아 대 문호 톨스토이는, 정의로운 인생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첫째는 동물학대를 방관하지 않는것이다, 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정의를 지킨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자를 보호한다고 해서 경제가 더 나아지고 개인의 삶이 윤택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삶을 윤택하게 하고 경제보다 더 소중한 것이 보이지 않는 가치에 있음을 이미 오래전에 알았습니다. 그 증거로, 돈만을 쫒는 인생을 우리는 "쯧쯧' 하고 혀를 찾고있지 않습니까. 사람보다 돈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인간도 아니야'라고 말을 하지 않습니까.
인간의 권리만 높이 신장된, 그런 선진국은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던 원치 않던 이미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가 되어버린 '동물'의 권리도 함께 따라옵니다. 즉, 인권은 동물권에 의해 판단되어질 수 있습니다. 그 나라의 동물보호법을 보면 인권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으니까요.
좁고 답답한 아크릴 공간에 있는 호랑이를 불쌍히 볼 마음이 당신에게 없다면 당신은 아마도, 약을 파는 약 장수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옆에 엉덩이를 깐 아이의 부끄러움은 보지 못한 채.
물도 없이 짧은 쇠줄에 묶여 헉헉 대는 누렁이를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아마도 당신은 약장수에게서 약을 구입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옆에 엉덩이를 깐 아이에게 자존감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한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