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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딸 내보내던 날...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3-01-21 16:00:09
추천수 1
조회수   1,605

제목

막내딸 내보내던 날...

글쓴이

이문준 [가입일자 : 2002-08-07]
내용
만면에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줄곧 싱글거리던 녀석이 나를 보면서 한 마디
툭 던진다.
"아빠, 우울증 걸리는거 아냐?"

막내녀석의 뜬금없는 한 마디에 잠시 주춤했지만 아이의 얼굴과 두 눈은 여전히
웃음기로 가득하다. 아비를 향해 가볍게 던진 그 말이 담고있을 어두운 그림자같은
것은 전혀 신경쓰는 눈치가 아니다. 아이의 행복한 표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 말을
어떤 무게감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나의 몫일 뿐이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자기를 이런 식으로 내보내 놓고 가슴앓이를 할 아비에 대한 염려의 마음을 말이다.

때로는 지나치게 격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을 나무라고 채찍질하면서도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과, 기대와 애정을 아비가 보내고 있는지 그애는 이미 꿰뚫고 있는
것이다. 아비가 자신을 딸로 대하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나아가 친구의
입장으로 눈을 마주치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 아비가
집안에서 가장 스스럼없이 대하던 딸을, 그리고 어쩌면 유일한 친구를 보내고 나서
얼마나 쓸쓸하고 허전해 할 것인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녀석의 한 마디가 던져진 짧은 순간, 나는 그걸 이해하고 느낄 수 있었다.
그래, 그걸로 족했다. 꽤 오랫동안 제 엄마를 설득하고 우겨서 마침내 독립된
생활을 얻게됐고, 지금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해 하고 있는 막내녀석은 최소한,
말이 통하는 친구를 내보내고 혼자 남게될 아비를 아주 살짝은 걱정하고 있던
거였다.





세월이 남겨주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피할 수 없는 것은 '가족의
해체'다. 현재 둘째와 막내가 집을 떠나있고, 집안 식구는 셋으로 줄어들었다.
품안의 자식들이 하나둘씩 독립된 개체로 변해가는 과정을 대견하면서도 안타깝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서로들 으르릉거리고 때로는 고함을
질러대야 하는 시절도 끝이 보이고 있다. 그게 무엇이 되었건, 나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시간의 수레바퀴를 따라 지나쳐가버리는 것들은 아름답고 행복한 옛시절이 되는
법이다. (4년쯤 전에 찍은 가족사진...)



막내녀석은 이사를 나갔다.
고3이 되는 녀석은 그동안 '공부에 좀 더 집중하고자' 학교 근처에 원룸을 얻어
달라고 제 엄마를 조르는 한편 설득하기 시작했다. 거의 엇비슷한 조건에서 같은
학교를 다녔던 첫째 녀석은 번거로운 통학과정을 자신의 운명인양 받아들이고 가타
부타 말이 없었지만, 자기주장이 그 누구보다도 강한 막내녀석은 결국 학교에서
멀지않은 곳에 위치한 아담한 원룸을 얻어냈고, 마침내 보따리를 싸서 떠난 것이다.






승용차 두 대에 어설픈 이삿짐을 나누어 싣고 떠나는 이삿길.
아침에 서둘러 일어나 준비하고 출근하는 제 엄마 차편을 이용해 집에서 5분 거리의
통학버스 출발지점까지 이동해 6시50분 스쿨버스를 타고 뱅글뱅글 운행코스를 따라
강서구의 예고까지 통학하고 다시 엇비슷한 과정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이
쉬운 일은 아니지 싶었다.

특출하게 공부에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집중력이 들어맞는 시기에는 전교(전교생
이라고 해봤자 인원이 얼마 되지는 않지만)에서 손가락에 들어가는 깜짝 성적을
내기도 하던 터라 막내녀석의 집요한 설득과 요구에 얼핏 귀가 기울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녀석에게 무한한 지루함과 시간낭비가 주는 좌절감을 겪게하던 통학길은
자동차로는 30분도 채 안걸리는 거리였다.









집을 찾고, 계약하고, 돈을 치르고, 이불 보따리 등 필요한 일부 살림살이를 미리
갖다나르고 한 것은 모두 제 엄마의 몫이었으니 나로서는 처음 가본 집이었지만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등 웬만한 집기는 다 갖추고 있고, 공간도 넉넉하고
햇빛도 잘 들어오는 방인지라 혼자 생활하기에는 별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새로 장만한 것이라고는 냄비며 밥그릇 따위 잡동사니 뿐, 와이프가 자취시절 쓰던
고물 선풍기 따위를 이삿짐이라고 싸들고 우리 부부가 살림을 시작했던 당산동 어느
한옥집 마당 안쪽의 방 한 간짜리 신혼시절이 잠시 떠올랐다. 그나마 이불채라도
쌓아둘 장롱이 버티고 있어 둘이 발 뻗고 누우면 뒤척일 공간조차 넉넉치 않던
어둡고 좁아터진 신혼살림방. 거기에 비교하자면 이건 럭셔리 호텔방 수준이다.

자신의 힘으로 시작한 독립생활은 아니지만, 집을 떠나 혼자가 된다는 것. 얼마나
떨리고 흥분되는 일일지 충분히 짐작은 된다. 처음에는 통학 문제로 엇비슷한
고민을 안고있는 친구와 같이 방을 쓰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혹시라도 서로의
생활패턴이 달라서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차라리 혼자가 낫겠다는 아이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어찌 보면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럽기도 하고 나름 야물딱진 부분도 있어서 친구들
에게도 떠벌이지 않고 자기관리를 신경쓰는 눈치라 별로 걱정은 들지 않는다. 또,
과외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은 집으로 오기로 했으니 부식조달 문제 같은 것도 그닥
애로사항은 없을 것이다. 물론, 제 엄마가 뻔질나게 들락거릴테니 별로 도움도
안되는 아비가 걱정하는 채 해봤자 씨알도 안먹힐 상황이기도 하다.

독서실용 1인 책상과 이불 따위의 부피가 나가는 짐은 미리 실어가기도 했거니와
워낙 단출한 이삿짐인지라 자그마한 경대 하나 놓고, 책가지 대충 세팅을 해놓고
나니 할 일도 없어졌다. 와이프가 부동산 사람과 이것저것 협의하는 동안 혼자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시간 나는대로 울집 고물차 캐빈필터 교환이나 하자고 준비를
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EF소나타용 캐빈필터. 지난번 볼보 캐빈필터를 준비하면서 혹시 국산차 필터와
호환되는 사이즈가 없나 하고 알아보다가 생각난 김에 고물차 필터도 갈아줘야겠다
싶어서 주문한 녀석이다. 활성탄이나 참숯 같은 걸로 처리한 녀석도 고작 몇
천원이면 사는데 볼보차 소모품은 마데인 차이나건 뭐건 물 건너 온거라고 몇 만원
씩이나 받으니 시장점유율 10%가 넘어선 지 오래인 수입차 운전자들이 봉 취급을
면하는 날은 언제가 될런지...






15년만에 처음으로 뜯어본 EF소나타의 캐빈필터 내장부분. 물론, 직접 뜯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일 뿐 아니라, 카센터에서 캐빈필터 교환해 준게 언제쯤이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오래됐다. 케케묵은 먼지로 새까매진 필터 꺼내고 환풍이나
한 번 세게 시켜줘야지 했더니 속에 들어있던 낙엽 하나가 휙 튀어나왔다.

언제 어떻게 그곳에까지 들어갔던 것인지 홀로 말라붙어 가서는 마침내 존재의 이유
조차도 잊혀져버린 메마른 낙엽 하나가...






미리 인터넷을 통해 필터 교체방법을 숙지하고는 있었지만, 지난 번 볼보 캐빈필터
교환을 통해 쌓은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된건지 그다지 어렵지 않게 교체 완료. 사실,
EF소나타의 경우 글로브 박스 뿐 아니라 그 아래쪽 플라스틱 부품까지 탈거해야 하는
작업이라 나같은 사람이 덤비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싶어서 차를 구입하고 나름
관리에 엄청 신경을 쓴답시고 수입 합성엔진오일 구하느라 유*상사를 들락거리던
당시에도 캐빈필터 교체작업 만은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말이다.

에이그~~~ 막내녀석 이사시켜 놓고 아비는 혼자 밖에 나와서 고물차 캐빈필터
바꾼답시고 온통 부품을 뜯어놓고 조수석 아래에 머리 처박고 낑낑거리고 있는 꼴을
본 막내녀석, 대체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그리고, 나는 지금 이 시간, 이 장소에서 왜 이러고 있는 것이었을까....
명쾌하게 설명하기가 쉽지는 않은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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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esun2@gmail.com 2013-01-21 16:04:06
답글

어 이문준님 연세가 많이셨군요...-_-<br />
<br />
<br />
저는 40 대 정도로 봤는데..

kdugi3@naver.com 2013-01-21 16:14:07
답글

요로쿠롬 사진많은건 자자를 이용해주세요^.^

성덕호 2013-01-21 16:20:41
답글

눈에넣어도 아프지않을 막내따님 독립이라 가슴아프시겠네요<br />
결혼시키는거 예행연습하신다고 생각하시면 조금은 편안할듯합니다

김영선 2013-01-21 16:24:19
답글

한국에 살았을때니까.. 꽤 오래전이군요..<br />
문준님 덕분에 큰애랑 알반베르크 내한공연 봤는데..<br />
벌써 7년이 지났는데도.. 그 공연의 감동이 여전합니다.. <br />
<br />
감사했습니다^^

박전의 2013-01-21 16:25:36
답글

문준님..따님..가정부로다가 전업을...ㅋㅋㅋㅋㅋㅋ...^^

이문준 2013-01-21 16:34:44
답글

내주쯤에 다시 북극 한파가 한국상공으로 밀고 내려온다는데...<br />
요즘처럼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는 그저 영선님처럼 따뜻한 곳에서 <br />
새로운 터전을 일구고 계신 분들이 제일로 부럽습니다. 건강하시죠...?

김성철 2013-01-21 17:42:21
답글

완전분해를 하셨네<br />
박스만 열어 살짝 밑으로내리고...밑판만 분리하면...동그라미표시한 <br />
필터뚜껑을 밑으로내려서 필터교환하시면 되는데<br />
<br />
같이사시는 분이 미인이시네요..

김지선 2013-01-21 18:03:41
답글

ef소나타의 경우 위와 같이 분해를 해야 필터를 교환할수 있습니다<br />
요즘차들은 간단하게 교환이 가능한데 옛날차중에 이녀석같이 힘들게 필터갈게 많들어 놓은 차도 별로 없더군요

이문준 2013-01-21 18:25:56
답글

네... 그렇습니다. <br />
먼저 글로브박스를 고정하는 걸쇄 두 개를 빼내고 십자볼트 두 개 푼 다음, <br />
십자볼트 2개에 또 육각볼트 두 개, 상단 중앙의 육각볼트 하나.. 도합 일곱 개의 볼트를 풀어야 하고 <br />
그 다음에는 손으로 뜯어내야 합니다. 좀 귀찮은 작업이죠... 그나마 이건 양반입니다. <br />
<br />
저 위 볼보차의 경우, 센터에 가서 캐빈필터 교체할 경우 부품비 더하기 공임 합하면 <b

황준승 2013-01-21 21:34:22
답글

저는 고등학교 3년동안 30분 거리를 걸어서 통학하면서 영어단어장을 외웠습니다<br />
하루 1시간을 영어 단어 숙어를 길에서 외운거죠<br />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notaflower@naver.com 2013-01-21 22:32:51
답글

..... 아주....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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